[ 가을걷이 / 조주현] 날씨가 너무도 화창하여얼른 이불을 내다 걸었다오늘 밤엔뽀송한 가을 햇살 덮고잘 수 있겠다
[달마중 / 안미련] 해 질 녘 푸른 어둠 내리고구름에 반쯤 가려진분홍색 보름달 떴다.귀한 손님인 양 맨발 마중했으나이내 푸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평등 / 동심철수 ]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추석맞이 이발을 했다.똑 같이 민머리 이발이다.손자 아들 손길에미소 한가득 머금고 있다.
[역지사지/ 김미성] 내가 네가 되어 보지 않고네가 내가 되어 보지 않고어찌그 마음 안다 할 수 있을까
[ 조문 / 이용희 ] 소나무 한 그루 생을 마감했다저 세상으로 떠난소나무집 내력이조문 온 담쟁이들 입에서수근수근 소설이된다
[천만다행 / 김봉대] 정말,천만다행이다비가 조그만 더 왔더라면하늘도 물속으로 사라질 뻔 했다
[소원 한 가지 / 나영민] 망부석된 이내 몸늘 한가지 소원합니다해수관세음보살님께 빕니다내 고향 앞바다에 노닐게 해 주세요
[또 해가 떴다 / 김진곤] 땡볕에 온갖 생명들이 시뻘겋게 익은 얼굴로가쁜 숨 몰아쉰다이젠 누런 호박만 봐도식은땀이 등줄기 훑는다
[보금자리 / 정종명] 빈털터리로 정처 없이 떠돌다 생애 처음 분양받은 보금자리아늑하고 포근한 누구의 관습이나 방해받지 않는나만의 집.
[흰 뼈가 동강 나다 / 박해경] 절뚝거림이 가지 않던방향으로 기울어지고단맛에 익숙했던목울대가 쓴맛을 삼킨다새 발이 공룡 발이 되었다.
[우리의 삶 / 임명실] 밥 한술 먹으려고 하는 일들이마치 벼랑 끝 곡예 꾼 닮아 가더라다 벗어던지고 나면 도로그 자리인 것을 먹고사는 것에 너무 목숨 걸지 마시게!
[세상의 끝에 서서 / 손병만] 우물은 벗어났다망망대해다갈길이 보이지 않는다엄마 앞섶사이로 보이던 하늘은이제 추억일 뿐이다
[만유인력 / 양순진] 너를 끌어당기고파고들던 날들이별이 되고길이 되고통하면 만사 오케이!
[서울지하철노선도 / 조주현] 서울은 땅 위만 복잡한게 아니다땅속도 개미집같은 미로출발과 도착을 이어가는 환승역몇 번을 확인해도 헷갈리는촌놈의 서울 나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