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늙어가는 울산 고용시장... 60세 이상 취업 비중이 가장 높아
[이슈 진단] 늙어가는 울산 고용시장... 60세 이상 취업 비중이 가장 높아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4.06.04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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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취업자 수 1만 명 늘었지만
전 연령대서 고령자 비중 커지고
활력 불어줄 청년은 뒷걸음질 쳐

市-교육청, 청년 ‘탈울산 러시’에
“돌아와요 울산으로” 안간힘
울산 고용시장이 노쇠화하고 있다. 고령 취업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슬픈 고용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울산 고용시장이 노쇠화하고 있다. 고령 취업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슬픈 고용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울산시민신문]울산 고용시장이 노쇠화하고 있다. 고령 취업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슬픈 고용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마음에 맞는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수도권 등 대도시로 떠나고 있고, 은퇴 후 소득이 부족해 생활에 쪼들리는 60세 이상 고령층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고자 노동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연령층 가운데 고령자 취업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령 취업자 증가는 기본적으로 인구 고령화 탓이기는 하나 노후 대비가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출산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지역경제를 떠받칠 청년 취업률이 악화일로를 걷자 울산시와 시교육청이 청년 취업 촉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년퇴직은 옛말

# 한국폴리텍대 울산캠퍼스의 하반기 신중년 특화과정(신재생에너지설비용접) 입학을 준비 중인 50대 이모씨. 지난해 말 퇴직한 그는 외국계 기업에서 20여년을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5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쉽지 않았다. 

# 경남 양산의 모 대학 강단에서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다 올해 초 퇴직한 60대 정모씨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은퇴 후 소일거리를 하면서 살고 싶었지만, 노후생활이 부담됐다”고 토로했다. 

‘정년퇴직’은 이제 옛말이 됐다. 울산 고용시장에서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수는 늘고 있지만 은퇴 연령이었던 고령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층(15~29세)과 40대 취업자는 줄어들고 있어 울산 고용시장이 노쇠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동남지방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4월 울산시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취업자는 5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00명이 줄었다. 

취업자 수는 올해 1, 2월 56만 명을 유지하다 3월 56만1000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 호조에 제조업 취업자가 늘면서 4월 1만 명이 급증했다.

취업자 수 증가는 60세 이상 고령층이 이끌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만7000명 늘은 13만9000명으로 전 연령층에서 제일 많이 증가했다. 60세 이상 고용률은 1년 새 5.4%포인트 상승한 24.8%로 집계됐다. 

반면 청년층과 4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각각 9000명, 3000명 감소했다. 한참 일해야 할 지역 경제의 주춧돌인 청년층 취업자 수는 급격히 내리막을 걷고 있고, 고용시장의 ‘허리’로 불리는 40대 또한 취업자 수가 줄었다. 6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하면 사실상 일자리가 감소한 셈이다.

고령 취업자 비중이 증가한 것은 세금으로 만든 임시직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상 고령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어서, 고용시장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단기 임시직을 늘리는 땜질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령자도 ‘인생 이모작’으로 불릴 만한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런 점에서 2년 전 울산시가 내놓은 ‘통계로 본 울산 노인 인구 변화’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는 1955~1963년생 베이비붐 세대 편입으로 증가하는 고령층에 대비해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대를 강조했다. 그러나 해법을 내놓는 게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4월 울산 취업자 및 고용률 추이. 자료=동남지방통계청
4월 울산 취업자 및 고용률 추이. 자료=동남지방통계청

■유출 인구의 56%는 ‘청년’

해마다 이어지는 ‘탈울산’ 행렬에 울산시의 고민은 깊다. 울산지역은 지난 2017년 불어닥친 역대급 조선업 침체로 촉발된 탈울산 행렬이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탈울산의 강도가 떨어지면서 예전만 못하지만, 올 1분기에도 2117명이 수도권 등지로 떠났다.

문제는 지역 사회 주춧돌인 청년들의 탈울산 행렬이 멈추지 않고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전입 지원금, 출산 혜택, 주거 지원비 등 각종 정책이 쏟아졌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수도권 등지로 떠난 순유출 인구는 2만9425명에 이른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만6484명(56%)이 청년 인구다. 

“지역에서 마음에 맞는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에요. 집세에다 식비, 생활비 등 경제적 부담은 크지만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에서 터전을 잡는 게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상경했어요.”

울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석 달 전 서울 생활을 시작한 A(29)씨 경우처럼 청년들이 수도권을 향하는 이유는 일자리 문제가 제일 크다. 지난 주말 모처럼 울산을 찾은 A씨는 수도권이 그래도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뚫기에는 좀더 수월하다고 했다.

A씨처럼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보니 취업에 절실한 청년들이 앞다퉈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전국적 사안인 저출산·고령화와 달리 ‘청년층 중심의 탈울산 가속화’는 지역에 특화된 문제이어서 울산시가 체감상 느끼는 충격파는 크다.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는 매력이 떨어지고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그간의 통계에서 나타나듯 울산은 인구 고령화 속도가 전국에서 빠르다. 탈울산의 가속화 현상은 청년과 여성이 주도했다. 통계 연구기관들은 울산지역의 경기침체가 고용의 질을 악화시켰고 바로 이 부분이 청년과 여성들의 탈울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4월 울산시 고용동향에서도 확인되는 대목이다. 울산 여성 실업률(4.2%)은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고 전국 평균(2.9%)보다 1.2%포인트 더 높았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지난해 10월 ‘울산 인구 감소의 주요 특징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울산은 2016년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이후 5년여 간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라고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울산의 인구 감소는 고용여건 악화와 관련이 깊다고 진단했다. 울산은 수출 중심의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로 인해 주력산업의 수출 상황에 따라 지역 내 고용 사정이 영향을 받고 이는 인구 증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정책의 핵심은 청년이 어떤 반응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탁상 정책이나 기존 정책으로는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돈을 주겠다’는 판에 박힌 대책보다는 청년들이 다시 돌아와 일하고, 살며, 즐길 수 있는 숨통을 틔어줄 현실적인 처방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청년을 울산에 머물도록 하지 않고서는 인구 유출에 대한 처방은 ‘백약이 무효’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울산시 연령·계층별 취업자. 자료=동남지방통계청​
울산시 연령·계층별 취업자. 자료=동남지방통계청​

■탈울산 차단 안간힘

제조업 기반의 울산은 IT 관련 기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울산시가 울산 이전 기술강소기업에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유인책을 펼치는 이유이다. 

2년 전 중구 혁신도시에 입점한 바이어헬스케어 A업체. 인체 움직임을 자동으로 감지해 운동 자세를 알려주는 교육용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창업 6년 차인

이 업체는 서울에서 울산으로 이전하면서 울산시로부터 8000만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올해는 10개사가 울산시와 협약을 맺고 울산 이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5년 간 울산에 새 둥지를 튼 기술강소기업은 345개사에 이르며, 시가 지원한 연구개발비는 40억 원에 달한다.

기업들은 지역 청년 고용과 신제품 개발로 화답했고, 시 측은 2028년까지 500개 기술강소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우수한 강소기업을 유치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울산 직업계고 졸업자는 1764명. 이 중 대학 진학자 809명을 뺀 527명이 취업해 취업률은 57.8%를 보였다. 

졸업생들이 취업한 지역은 수도권 49.6%, 울산 29.6%, 기타 20.8%이었다. 절반이 수도권에 취업하는 등 3명 중 2명은 울산을 떠나 타지역에 취업한 셈이다. 울산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관외 취업 비율이 2년 연속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시교육청 주관으로 지난달 29~31일 사흘간 울산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는 6개 직업계고 학생 100여명과 26개 지역 기업이 참여했다. 박람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렸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가 한정적이다 보니, 지역의 우수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학생들과 연결해 주고자 마련됐다. 박람회에선 면접을 거쳐 직업계고 학생 60여 명이 채용됐다. 이들 학생은 기업 맞춤 교육, 직장 적응 교육을 받은 후 기업별 현장실습을 거쳐 취업할 예정이다.

앞서 시교육청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진로 결정을 돕고, 지역 인재 유출도 막고자 기업별 홍보 포스터와 영상, 안내 자료를 제작해 학교에 보급했다. 지난달 20∼24일에는 직업계고 3학년 학생 200명이 지역 기업 20곳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역 기업에겐 우수 인력을 지원하고,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채용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우수한 기술 인재로 성장하도록 대학, 관계 기관과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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