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온산공단 배후지 ‘원룸 전쟁’…샤힌프로젝트에 일꾼 몰려
[르포] 온산공단 배후지 ‘원룸 전쟁’…샤힌프로젝트에 일꾼 몰려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4.06.04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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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사이 월세 2배 올랐지만
덕신서 빈방 찾기...‘하늘 별따기’
하반기 샤힌프로젝트 본격화하면
인력 대거 유입, 원룸전쟁 본격화
지난해 3월 9일 울산 온산공단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샤힌 프로젝드 기공식. 윤석열 대통령과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 김두겸 울산시장 등 참석 인사들이 시삽하고 있다.
지난해 3월 9일 울산 온산공단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샤힌 프로젝드 기공식. 윤석열 대통령과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 김두겸 울산시장 등 참석 인사들이 시삽하고 있다.

[울산시민신문] 휴일인 지난 2일 오후 찾은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배후지인 덕신리 일대 원룸촌. 도로변 모퉁이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 매물판에는 원룸 임대료를 살펴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원룸 건물 1300여동이 서로 맞닿을 만큼 따닥따닥 붙어 있는 이곳 원룸촌은 공단과 가깝고 방값이 비교적 저렴해, 타지역에서 온산공단에 일하러 오는 대다수 일용직 근로자들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방 빼면 바로 동나

온산공단에는 지난해부터 에쓰오일의 역대 최대 규모 석유화학 설비사업인 ‘샤힌 프로젝트’ 공사가 한창이다. 오는 2026년 하반기까지 9조2580억 원을 투자하는 이 사업에는 하루 최대 1만7000명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된다. 

현재는 20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중장비 중심의 부지정지 작업을 진행중이어서 본격적인 인력 유입이 아직이지만, 덕신리 원룸촌은 벌써 ‘원룸 구하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원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예요.” 

이 동네에서 만난 40대 김모씨는 원룸촌 분위기를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했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사업으로 근로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공단과 인접한 덕신리 일대에서 빈방을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김씨는 “유입 인구가 급증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교통 체증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덕신리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이곳 원룸촌 월세는 최근 2년 새 부쩍 올랐다. 보증금 200만 원에 20만∼25만 원을 받던 월세는 이젠 40만 원씩 줘야 할 정도일 만큼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 인상폭은 대폭 커졌다. 

하지만 괜찮은 방은 다 나가고, 방값이 올라도 원룸 수요가 급증한 탓에 빈방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근로자들의 하소연이다.

■하반기 월세 ↑...한숨만

이곳에서 10년 넘게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A씨는 “방 빼면 바로 동난다”고 했다. 그는 “원룸 월세 찾는 문의가 빗발치고 직접 찾아오는 분들도 많지만, 요즘은 보여줄 물건 자체가 없다”며 “방이 빠지면 알려주겠다고 하고 예약을 달아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을 못 구해 10∼15㎞ 떨어진 울주군 서생면 진하와 온양읍 남창 일대 원룸촌을 가거나 심지어 시내인 남구 공업탑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며 “그 정도로 덕신지역에서 원룸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이곳 분위기를 전했다.

덕신리 일대 원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맞은 것은 지난해부터. 조선업 호황에 HD현대중공업에 납품하는 온산공단 내 조선기자재 업체의 블록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이 몰렸고,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착공으로 2000명 가까운 인력이 건설 현장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단과 가까운 덕신리 일대 원룸 월세가 크게 올랐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공실률을 낮추고자 가격을 내렸던 이 지역 원룸들이 하나 둘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불과 1년 반 사이 월세는 거의 2배로 껑충 뛰었다.  

샤힌 프로젝트의 부지 정지 공사는 90%가량 진행된 상태여서 9월부터는 공장 설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턴 인력 유입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덕신리 원룸 월세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전망이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방을 찾고자 공인중개사무소를 기웃거리고 있는 근로자들의 한숨소리가 더 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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