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태의 숲 이야기 〈1〉
김민태의 숲 이야기 〈1〉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4.06.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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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식물도 냄새를 맡는다
김민태 숲해설가
김민태 시인·숲해설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갈등(葛藤)이란 단어는 칡과 등나무의 싸움을 말한다. 칡은 예부터 구황식물로 썼고, 칡뿌리와 칡가루로 차와 국수를 해먹는다.
등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줄기로 지팡이나 의자를 만들고, 꽃을 말려 부부 금실이 좋아지라고 신혼 금침에 넣어주곤 한다. 칡과 등나무를 한 자리에 심고 지주목을 세워 타고 오르게 하면 칡은 오른쪽으로 감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고 오른다. 위에서 보면 칡넝쿨은 시계 반대 방향이고 등 넝쿨은 시계방향이다.

나팔꽃, 메꽃, 박주가리, 세삼, 마 등은 우권이고, 인동과 환삼덩굴은 좌권인데 더덕은 양손잡이다. 사람도 왼손잡이가 드문데 식물도 그런게 신기하다.
연체동물의 고동이나 달팽이도 그렇고 원자나 분자도 오른쪽으로 휘말려 있다. 

이중 나선 구조인 DNA도 97%가 오른쪽으로 감는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지구나 태풍이 팽이 도는 방향인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지 싶다.
현실에서 아직 칡과 등나무가 엉켜 싸우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서로 복잡하게 뒤엉켜 적대시 하며 일으키는 분쟁이 갈등인데 왜 잘 살고 있는 우리를 가지고 야단이냐며 칡과 등나무가 항의할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생태를 깊이 살핀 선조의 지혜로움과 통찰에 그저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감고 오르는 칡.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감고 오르는 칡.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용 온실의 작은 토마토 밭에 기생식물 실새삼을 심었다. 실새삼이 어떻게 식물을 감고 공생하는지에 대해 관찰했다. 어린 실새삼이 본능적으로 토마토의 위치를 감지하고 줄기를 뻗는 것을 확인한 식물학자 이언볼드윈은 어떻게 정확한 방향과 위치를 알 수 있는지 실험했다.

먼저 토마토와 같은 형태의 물건을 설치했다. 또, 토마토 색깔의 물건도 설치해 봤다. 하지만 실새삼은 반응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토마토에서 방향물질을 채집해 용기에 넣고 같은 크기의 용기엔 아무것도 넣지 않은 뒤, 두 용기 사이에 실새삼을 심었다. 실험 결과 싹튼 실새삼은 줄기를 휘휘 젓다가 토마토 향이 나는 쪽으로 줄기를 뻗었다. 토마토와 밀을 함께 놨을 때도 토마토가 있는 방향으로 자랐다. 실새삼은 토마토의 냄새를 맡고 그쪽으로 뻗어갈 능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식물에도 후각이 있는 것은 물론 신호하는 향까지 있었다. 문제는 식물은 똑똑하냐 그렇지 않냐가 아니라, 우리가 식물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똑똑하냐? 그렇지 않으냐다. 부처님 눈으로 얻은 복은 800이요, 귀로 얻은 복은 1,200이라 했다. 식물이 눈을 택하지 않고 코를 택한 이유인 것 같다. 사람도 시각장애인 박사가 많은데, 청각장애인은 박사가 잘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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