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의 기적’ 세계가 주목한다
‘태화강의 기적’ 세계가 주목한다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4.08.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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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폴란드 AIPH 총회서 
국제정원박람회 울산 유치로
태화강국가정원 스토리 알려야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서울에 한강의 기적이 있다면 울산에는 ‘태화강의 기적’이 있다. 한강이 대한민국 전후 복구와 경제 부흥의 상징이라면, 태화강은 생태와 산업이 공존하는 ‘성공 DNA’로 세계가 주목하는 도심 하천이다. 올해 초엔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전 갑천과 함께 유네스코 ‘생태수문학 시범유역’에 선정되기도 한 터다. 생태수문학 시범유역은 유네스코가 지구적 물 위기를 극복하고 생태수문학적으로 우수한 하천을 전세계에 알려 관리기법과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태화강이 국제사회가 인정할 만큼 가장 깨끗한 강으로 복원됐다는 의미다.

지금의 울산에 사는 중장년 이상 세대들은 잘 안다. 30~40년 전만 해도 태화강은 가까이 갈 수 없을 만큼 썩은 냄새가 진동한 오염된 강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하천이라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터다. 울산은 1962년 이후 공업화·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도시 환경은 급격히 나빠졌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오·폐수는 그대로 태화강에 유입됐다. 수질은 5급수로 떨어졌고, 물고기들은 용존산소 부족으로 떼죽음을 당했다. 새들은 오염된 물고기를 먹고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태화강의 심각한 오염은 언제나 언론의 ‘단골 뉴스’였고, 울산은 ‘공해도시’라는 불명예스런 낙인이 찍혔다. 태화강은 소생 불능의 판정을 받은 듯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악취와 오염의 대명사로 지리멸렬한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뒤늦게나마 민관이 한마음으로 생태 회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무엇보다 ‘2004년 에코폴리스 울산 선언’과 ‘2005년 태화강 마스터플랜 수립‘은 생태도시로의 전환에 큰 분기점이 됐다. 울산시와 시민들이 공표한 ‘에코폴리스 울산 선언’은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로 가꾸고 지켜나가겠다는 게 요지다. 이 선언은 그간의 개발 중심이었던 울산의 도시 정책을 친환경적으로 전환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했다. 울산시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듬해 2005년 태화강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이후 10여 년 동안 755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50여 개 사업을 펼쳐나갔다. 상류지역 오폐수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강 자체 정화능력을 최대한 살렸다. 수중보, 콘크리트 제방과 같은 인공 시설물을 모두 걷어내고 자연은 복원한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수중 쓰레기를 수거하는 정화 활동을 전개했고, 폐수가 다량 발생하는 기업들은 폐수 자동측정기를 설치해 자발적 감시에 동참했다.

이런 관심과 노력에 화답하듯, 태화강은 차츰 생태성을 회복하면서 지금은 태화강국가정원까지 품은 수질 1등급 생태보고로 거듭났다. 봄에는 황어, 여름에는 은어, 가을에는 연어가 돌아오고, 해마다 까마귀와 백로 등 철새들이 국가정원을 찾아오고 있다. 국가정원에선 수달, 너구리도 심심찮게 관측되고 있다. ‘죽음의 강’에 ‘생명의 꽃’을 피우면서 대한민국 생태복원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것이다. 2021년께는 국제 철새이동경로 사이트에도 등재됐다. 지난해 태화강국가정원 방문객은 500만 명을 넘어섰다. 

물고기가 떼죽음하던 강이 이렇게 살아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대도시 내 대규모 수변 녹지공간은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였고, 한때 ‘죽음의 강’에서 ‘자연·생태의 보고’로 환골탈태했다는 극적인 스토리까지 갖췄다. 그래서 시민들은 ‘태화강의 기적’이라 부른다. 산업화의 훈장처럼 썩었던 물이 흐르던 태화강이 울산 시민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태화강은 시민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저녁 자리를 마치고 나선 태화강국가정원 산책길은 계속된 폭염 탓인지 강변에는 선선한 강바람을 맞고자 많은 시민이 오갔고, 가벼운 운동을 하며 담소를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국가정원의 가로등 불빛은 낮과는 사뭇 다른 정취를 안겼다. 

울산시가 이 태화강국가정원에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겠다는 소식이다. 내달 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총회에서 결정난다. 신청 도시는 울산이 유일해 사실상 가부 여부만 남은 상황이다. 김두겸 시장은 직접 총회에 참석해 울산국제정원박람회의 비전과 가치를 설명한다. 김 시장은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부활한 태화강국가정원의 스토리를 알린다. 총회에서 승인이 나면 울산은 산업과 공존하는 정원문화도시라는 위상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울산국제정원박람회 개최는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 이상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 세계인들은 일찍부터 태화강의 기적을 완성한 태화강국가정원 스토리와 ‘생태도시 울산’의 성장 과정에 주목하고 있는 터다. 울산시가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도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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