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울산 태화강’ 세계를 품에 안다
[이슈진단] ‘울산 태화강’ 세계를 품에 안다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4.09.03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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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스토리 갖춘 태화강국가정원
4일 폴란드 바르샤바 AIPH 총회서 
도심숲 추진 쓰레기매립장과 함께
‘2028국제정원박람회’ 개최 확정적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환골탈태한 태화강이 품은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환골탈태한 태화강이 품은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울산시민신문]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도전, 강 위의 공연장 추진, 국제 철새이동경로 사이트 등재, 유네스코 생태수문학 시범유역 선정, 국가정원 500만 명 돌파, 세계 명문대 조정축제···.’

‘생태하천’ 울산 태화강이 쏟아내고 있는 거창한 문구와 수치들이다. 나열하기도 숨이 가쁠 정도이다.

■세계가 인정한 ‘태화강의 기적’

“자연이 만들고 울산 시민이 직접 가꿨습니다.”

울산의 상징 태화강이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총회에선 이변이 없는 한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지로 태화강 국가정원이 확정적이다. 게다가 신청 도시는 세계에서 울산이 유일하다. 앞서 울산시는 태화강 국가정원과 삼산·여천쓰레기매립장을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지로 신청했다. 

시가 태화강 국가정원과 쓰레기매립장 부지를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장소로 신청한 것은 산업화에 희생돼 오염됐던 강을 생태복원으로 되살린 기적과 버려졌던 땅의 도시숲 추진 등 두 곳의 변천사를 통해 ‘생태·산업도시, 정원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도다. 

과거 산업화·도시화의 부작용으로 ‘죽음의 강’이 됐던 태화강은 이제는 ‘생명의 강’으로 부활했고, 또 국가정원으로 거듭났다. 악취와 오염으로 얼룩졌던 삼산·여천매립장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녹지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사실 이방인들이 떠올리는 울산 이미지는 그리 밝지 못하다. 기록적인 제조업 성장을 앞세워 ‘산업수도’라는 위상을 얻었으나 그 과정에서 시민 삶의 질이나 기품있는 도시 이미지와 직결되는 사회 기능들이 등한시 된 탓이 크다. 

이런 울산은 반구대암각화 등 선사시대부터 역사를 축적해온 지역이다. 자연경관을 골고루 갖춰 관광 잠재력이 큰 도시다. 울산을 조금만 살펴봐도 꿀잼 요소는 가득하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가지산, 신불산 등 고봉들은 휴일과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산꾼들로 붐빈다. 강동 해안가의 주상절리·몽돌해변, 그리고 빼어난 기암괴석을 잇는 대왕암 출렁다리는 2021년 개통 이후 인기가 끊이질 않는다. 도심 한복판에는 울산 시민의 허파 역할을 하는 110만 평의 울산대공원이 있다. 부산의 대표적 공원인 부산시민공원 부지가 고작 16만 평, 용인 에버랜드가 43만 평에 불과한데 110만 평이라면 엄청난 규모가 아닌가.

하지만 키워드를 선점하지 못한 채 밀집한 산업단지에 우중층한 공장 굴뚝이 숲을 이루다 보니 울산은 ‘잿빛도시’로 각인되어 왔다. 지금도 외부 사람들이 울산하면 ‘산업도시’, ‘공업도시’, ‘회색도시’를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이유다. 울산을 키운 건 팔할이 산업이다. 하지만 팍팍한 일상에서 재미가 도시 경쟁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지금의 시기에는 이 같은 도시 이미지는 되려 울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가 이러한 아킬레스 건을 극복하고 자연과 산업,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정원도시 울산’을 만들고자 각고의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화강이 대표적 사례다. 시는 2005년 태화강마스터플랜 수립 이후 10여 년에 걸쳐 1조 원에 육박한 예산을 투입해 50여 개 사업을 펼쳐 나갔다. 행정과 시민, 기업 모두 한마음으로 태화강 수질개선과 친환경 생태공간·친수공간 조성에 열정을 쏟았다. 태화강이 근대화 100년의 역사성과 오염·복원의 스토리가 있는 독특한 공간이 된 이유이다. 세계 어떤 강에서도 가질 수 없는 특별하고 차별화된 스토리를 간직한 탓이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수변힐링공간으로 되살아나 미래가 함께 하는 새로운 강의 문화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올해 초 태화강을 세계에서 깨끗한 강으로 인정해 생태수문학 시범유역으로 선정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생태수문학 시범유역은 유네스코가 지구적 물위기를 극복하고 생태수문학적으로 우수한 하천을 전 세계에 알려 관리기법과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현재까지 26개국 37개 시범유역이 운영 중이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태화강과 대전 갑천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유네스코 전문가 평가단은 태화강 수질이 대폭 개선되고, 콘크리트 둔치를 자연형 호안으로 변화시켜 수생태계 건강성이 회복되면서, 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달 21일부터 닷새간 태화강 일원에서 열린 6개국 10개 명문대학 조정페스티벌에 참여한 100여 명의 선수단들은 활력이 넘치는 태화강 생태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태화강은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죽음의 강’에서 민관이 힘을 합해 ‘생명이 숨쉬는 강’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세계적인 생태·정원도시로 도약하는 ‘태화강의 기적’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복원 대명사·국가정원으로 인기

대한민국 생태복원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태화강은 이를 넘어 2019년에는 순천만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국가정원이자 국내 유일의 도심 속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는 쾌거도 거뒀다. 2021년 국내 7번째, 국제적으로는 150번째로 국제 철새이동경로 사이트에도 등재됐다. 유엔 해비타트가 선정하는 ‘2020년 아시아 도시경관상’과 세계조경협회가 주는 ‘2021 세계조경협회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2년에는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의 아시아 최초 작품이 태화강에 조성됐다. ‘다섯 계절의 정원’이라는 제목으로 태화강국가정원에 조성된 정원에는 국내 자생식물을 포함한 2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지난해 태화강 국가정원 방문객은 500만 명을 돌파했다. 시가 울산을 찾은 관광가이드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정원 방문객은 531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과 타 지역 방문객이 40%가량인 200만여 명에 달해 태화강 국가정원이 국내외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주에는 ‘역사 도시’ 이미지에 밀리고, 부산에는 ‘관광 도시’ 이미지를 빼앗겼던 울산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정원도시로 정착하고 있다는 얘기다.

‘2026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앞두고 있는 세종시 언론사와 공무원들이 지난 5월 태화강 국가정원을 찾았다. 이들이 태화강 국가정원을 찾은 것은 인공적인 볼거리가 많은 순천만 국가정원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면서 ‘2028 국제정원박람회’ 유치에 나선 태화강 국가정원이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탓이다. 이들은 연평균 100만 명 방문 수준에 그쳤던 태화강 국가정원 방문객 수가 1년 새 5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난데 주목했다. 이들은 국가정원 내 초화류 꽃단지, 작가정원, 자연주의 정원, 십리대숲과 황톳길 맨발걷기 등을 둘러보며 대규모 공공정원 운영과 관리 방안 벤치마킹에 바쁜 일정을 보냈다. 

시 관계자는 “피트 아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이나 생태 그대로의 정원 모습이 휴식과 편안함을 주면서 여행의 목적으로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태화강 위 세계적 공연장 디자인 공모에서 지난해 10월 대상작으로 선정된 울산 오페라 하우스.
태화강 위 세계적 공연장 디자인 공모에서 지난해 10월 대상작으로 선정된 울산 오페라 하우스.

울산국제정원박람회 개최는 태화강 국가정원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다. 울산이 산업과 공존하는 정원문화도시라는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울산을 찾은 현지실사단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개최가 결정되면 2028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열린다. 시는 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생산유발 3조555억 원, 부가가치 1조5415억 원, 취업유발 2만4223명의 효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2028 울산정원박람회 개최’는 지난해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무산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자존감·자긍심을 심어주고, 전남 순천을 중심으로 호남권에 편중된 국내 정원 문화 역량을 영남권으로 물꼬를 돌리는 마중물 역할이 기대된다. 국제정원박람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것은 2013년과 지난해 모두 두 번이다. 개최지는 모두 순천이었다.

■태화강 위 세계적 공연장 건립 추진

태화강이 세계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울산시가 태화강 위에 추진 중인 ‘오페라 하우스’가 그것이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와 같은 ‘강’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건립 위치를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태화강 위’로 계획한 것이 눈길을 끈다. 세계적 규모를 갖춘 수상 공연장을 짓는 것이어서 공모 당시부터 적잖은 화제를 몰고 왔다. 공연장이 들어설 곳은 시민 화합을 도모한다는 의미를 담아 중구와 남구를 연결하는 울산교 인근이다. 

시는 하천 수위 변화와 유수 흐름 등 여러 복합적인 사항들을 검토해 하천 고유 기능에 지장이 없는 최선 안을 마련한 뒤, 관련 중앙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공연장은 3600억 원을 투입해 1만5000㎡ 부지에 높이 30m 지상 5층짜리 규모로 지을 예정인데, 객석은 인근 부산이 건립 중인 북항 오페라 하우스 2100석 보다 많은 3500석에 이른다. 

디자인은 지난해 말 공모를 통해 확정했다. 공모전에는 전국에서 총 65점의 작품이 응모했다. 대상작 ‘울산 오페라 하우스(ULSAN OPERA HOUSE)’는 옹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태화강의 곡선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디자인과 울산의 지역성 등을 표현했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공연장은 2026년 착공해 2028년 말 완공된다. 

울산엔 민간시설을 포함해 20곳 이상의 공연장이 있지만, 대부분 500석 미만의 소규모라 뮤지컬 등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시는 음악당과 전시실 등을 갖춘 다목적 공연장이 완공되면 태화강국가정원과 연계된 시민들이 자랑하는 새 랜드마크이자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 관계자는 “대규모 공연장은 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그 도시의 문화예술 수준을 가름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며 “태화강 위 세계적 공연장은 울산의 문화 수준을 지금보다 몇 단계나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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