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지지 않는 수도권 vs 지방의 간극
좁혀지지 않는 수도권 vs 지방의 간극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4.09.12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도지사협의회, 첫 정책 회의 개최
지방소멸 막기 위해 특단 대책 요구
지방 생존 직결된 사안...절박함 배여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지난 10일 서울에서 지역 소멸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처음으로  정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 주제는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이 동시에 겪고 있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시·도지사들은 청년인구 유출로 인한 지역경제 위축, 지방소멸 심화, 저출생 및 인구 감소, 고령사회 등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지방자치제도가 3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지역 스스로 자치에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충분히 갖췄는데도, 중앙 정부가 예산부터 정책 결정권까지 너무 많은 부분을 독점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저출생·고령화와 지방대학의 ‘벚꽃엔딩’ 속설을 해결하려면 지방자치권 확대와 재정권 강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의 얘기인즉, 중앙은 지방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의 1차 원인이 수도권 집중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백 번 맞는 말이다. 시·도지사들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모두 지방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절박함이 배어났다. 

사실 지방소멸과 인구 절벽이 화두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출산으로 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와중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든, 교육이든, 일자리든 수도권의 ‘묻지마 블랙홀’에 지방이 소멸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해마다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이제는 충청권까지 수도권에 편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도지사들이 지역 현안을 공유하면서까지 공론화에 나선 까닭은 인구 위기와 지방소멸 추세를 반전시키는 계기를 지금 마련하지 못한다면 향후 지방의 앞날은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비대해진 수도권에 맞설 남부권 중심축을 만들겠다면서 정작 그 역할을 수행할 ‘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는 새 지방정권이 들어선 뒤 어이없이 무산됐고, 중앙 정부는 실체도 내용도 없는 경제동맹으로 바뀐 데 대해서는 한 마디의 경고 메시지도 던지지 않았다. 지난 20여 년간 이뤄진 지역균형발전 정책 중 인구분산 면에서 가장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되는 공공기관 이전은 현 정부 들어 답보상태이다.

지방의 위기를 감지하고 처음으로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했던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지역균형발전이 꼽히기도 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지방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중앙은 이를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강행했다.

2022년 7월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정부가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을 스스로 육성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 정부는 교통 접근 권한을 공정하게 보장해 주는 게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20년이라는 간극차를 떠나서, 두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인식은 비슷하다. ‘지방 스스로, 중앙은 지원한다’라는 키워드는 똑같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수도권 기득권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관철시켰다. 공공기관 이전은 지방 소멸을 늦추고 수도권과 지방 불균형을 해소하는 첫 걸음으로선 더할나위 없었다. 윤 대통령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는 일부 공공기관의 반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차일피일 미뤄져 지방에 희망고문만 계속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도, 돈줄과 권한이 꽉 막힌 지자체에게 ‘지방 스스로’라는 발상만 가지고는 지방소멸을 막기에 한계에 부닥쳤다. 국세를 지방세로 대폭 전환시키든지, 지자체의 권한과 자율권을 크게 강화시키든지 지방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얼마전 대학 동창 모임에서 만났던 친구는 “추석 때 촌에 가느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서울이 고향이고, 필자의 고향은 부산이다. ‘촌’이라는 말에 일순 당황했지만, “응”하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대한민국 제2의 수도 부산도 서울 사람들에게는 그저 촌에 불과했던 것이다. 필자의 시시콜콜한 경험담을 소개한 이유는 '서울 공화국'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됐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의 본사 현황은 2010년 수도권 82개, 비수도권 18개에서 2020년 수도권 91개, 비수도권 9개로 수도권의 비중이 더 올라갔다. 인구 일자리, 교육 등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보여주는 핵심지표는 갈수록 벌어져 이젠 수치를 나열하는 것조차 지금 시점에서 무의미하다. 지방민들에겐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얘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