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한때 ‘죽음의 강’에서 ‘2028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이슈진단] 한때 ‘죽음의 강’에서 ‘2028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4.09.29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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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태화강 기적 세계에 알리겠다”
쓰레기매립장도 복원 대표 정원 탈바꿈
태화강 이어 ‘매립장 기적’ 일궐지 주목 
김두겸 울산시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난 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76차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총회에서 개최도시로 확정된 후 레오나르도 카피타니오 AIPH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에게서 유치 증서를 전달받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난 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76차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총회에서 개최도시로 확정된 후 레오나르도 카피타니오 AIPH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에게서 유치 증서를 전달받고 있다. 

[울산시민신문] 울산시가 지난 4일 ‘2028 국제정원박람회 유치’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박람회 유치는 지난해 말 ‘2030 부산월드 엑스포’ 유치 무산으로 인한 국민들의 아쉬움을 달랠만한 쾌거여서, 전국의 지자체와 언론들은 ‘울산의 성공’에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4년 앞으로 다가온 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행사장 주 무대인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 생태환경 복원, 국비 적기 확보, 관람객들의 행사장 접근성을 높일 교통체계 마련 등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원도시로 발돋음

2028년 울산국제정원박람회는 그해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삼산·여천 매립장, 남산로 등에서 열린다. 

울산시는 국제정원·기업정원·작가정원 등 다양한 정원과 볼거리 즐길거리 등을 조성해 선보인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다채로운 체험행사도 계획 중이다.

AIPH의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승인 배경에는 태화강 생태복원 사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어떤 강에서도 가질 수 없는 특별하고 차별화된 오염·복원 스토리가 상당한 가점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박람회의 메인 무대인 태화강은 1960년대 산업화로 심각하게 오염돼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곳이다. 폐수가 마구 버려졌고, 악취가 진동했다. 그러다 2004년 시가 생태도시 울산을 선언하고 폐수 버리기 금지 등 대대적인 태화강 살리기에 나섰다. 

시는 2005년 태화강마스터플랜 수립 이후 10여 년에 걸쳐 1조 원에 육박한 예산을 투입해 50여 개 사업을 펼쳐 나갔다. 민관이 한마음으로 태화강 수질개선과 친환경 생태공간·친수공간 조성에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현재는 은어·연어·수달·고니 등 10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맑은 강으로 완전히 복원됐다. 2019년엔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유네스코는 이런 태화강을 세계에서 깨끗한 강으로 인정해 올해 초 생태수문학 시범유역으로 선정했다. 

악취와 오염으로 얼룩졌던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녹지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사실 이방인들이 떠올리는 울산 이미지는 그리 밝지 못하다. 기록적인 제조업 성장을 앞세워 ‘산업수도’라는 위상을 얻었으나 그 과정에서 시민 삶의 질이나 기품있는 도시 이미지와 직결되는 사회 기능들이 등한시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외부 사람들이 울산하면 ‘산업도시’, ‘공업도시’, ‘회색도시’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울산을 조금만 살펴봐도 꿀잼 요소는 가득하다.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해 자연경관이 수려한 가지산, 신불산 등 1000m가 넘는 영남알프스 고봉들은 휴일과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산꾼들로 붐빈다. 

강동 해안가의 주상절리·몽돌해변, 그리고 빼어난 기암괴석을 잇는 대왕암 출렁다리는 2021년 개통 이후 인기가 끊이질 않는다. 

도심 한복판에는 울산 시민의 허파 역할을 하는 110만 평의 울산대공원이 버티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 공원인 부산시민공원이 16만 평, 용인 에버랜드가 43만 평에 불과한데, 110만 평 공원이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시는 국내외 이목이 집중되는 2028 국제정원박람회 행사는 공업도시 이미지가 강한 울산이 생태도시로 부상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 관계자는 “울산은 산업도시로만 알려져 있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라며 “박람회를 통해 정원도시로 부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승대 울산시 행정부시장이 지난 19일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주 무대로 탈바꿈할 삼산쓰레기매립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안승대 울산시 행정부시장이 지난 19일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주 무대로 탈바꿈할 삼산쓰레기매립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쓰레기매립장 스토리텔링화

도시화의 산물인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은 정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색다른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생태도시 울산’의 비전을 담을 적지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시가 박람회 주 무대로 사용하고자 추진하고 있는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 정원 조성 계획은 태화강 국가정원과 함께 이번 유치에서 가산점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축구장 40개 면적 규모인 이들 쓰레기매립장 일원은 과거 일제가 평야로 만들기 위해 태화강에 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리면서 고립됐다. 물길은 막혔고, 땅은 1981년부터 1994년까지 시민들의 쓰레기매립장으로 쓰였다.

시는 이곳을 태화강 국가정원과 함께 2028 국제정원박람회의 주 무대로 만든다는 게 목표다. 30년 넘게 쓰레기매립장으로 버려진 땅에 정원을 조성해 산업도시에서 정원도시로의 변화상을 국내외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삼산매립장은 사후관리가 끝났고, 여천매립장은 환경청과의 협의를 거치면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문제는 홍수 때 삼산동 일대의 빗물을 모으기 위해 만든 유수지 주변의 고인 물과 토양 오염. 수십여 년 동안 갇힌 물과 각종 오니와 함께 바닥에 쌓인 토양이 어느 정도 오염됐는지, 또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일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지난달 12일 여천배수장 유수지의 수질과 토양 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해 용역기관에 용역을 의뢰했다. 

또 유수지 주변 수질 개선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 도심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을 차단하고자 우수관로 2곳에 여과형 오염저감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중 펌프장을 추가 설치해 정화된 물을 완전히 빼내고 경우에 따라 태화강과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비 등 적기 확보 ‘관건’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는 시가 유치한 국제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시는 박람회 기간 1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내실있게 치러야 하는데, 4년 동안 해야할 일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박람회의 성패 여부는 국비를 포함한 사업비 확보가 관건이다. 2013년과 지난해 두 번에 걸쳐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전남 순천은 이미 많은 인프라가 구축됐는데도 지난해 박람회에 투입된 예산은 2000억 원이 넘었다. 

반면 울산은 30년 넘게 방치된 매립장을 생태정원으로 복원하고, 각종 볼거리 즐길거리 등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2000억 원이 훨씬 웃도는 예산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시 내부에서 나온다. 

보다 구체적인 사업비는 시가 올 하반기 발주할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종합실행계획’에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박람회 기간 시설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기획재정부가 승인한 예산은 483억이고, 이 중 국비는 100억 원가량만 반영됐다.

사용후 30년 넘게 방치돼 잡풀만 무성한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을 국제적인 정원으로 생태 복원하려면 환경개선과 기반조성이 필요해 시는 내년 신규사업으로 ‘울산 삼산·여천 배수구역 비점오염저감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도심에서 태화강 연접지역 배수장으로 유입되는 비점오염원 차단으로 유수지 및 하천 수질 개선과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필요한 예산은 118억 원. 시비를 제외한 국비는 59억 원에 이른다. 

‘울산 도시생태축 복원’ 역시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 복원에 방점이 찍힌 사업이다. 매립장과 돋질산의 훼손된 생태축을 복원해 도시생태계 연속성을 유지하는 건 물론 기능도 높인다는 목표다. 

사용기간이 끝난 뒤 버려져 잡풀만 무성한 쓰레기매립장 주변 훼손지와 생물 서식처를 복원하고 수변경관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사업비 100억 원 중 국비는 70억 원이고, 나머지는 시비다.

이들 두 사업 예산은 박람회 개최 예산(483억 원)과 별도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결국 두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 확보하는 수밖에 없어 지역 정치권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자 김두겸 시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부산·울산·경남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2028 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당정이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을 요청했다. 

김 시장은 이날 당 지도부에 박람회 개최 확정에 따른 추진 계획과 관련해 태화강역 철도유휴부지 활용, 삼산·여천배수구역 비점오염저감사업, 울산 도시생태축 복원사업 등의 예산 지원을 당부했다. 

■관람 편의 ‘접근성’ 최대 과제

박람회 주 무대 간 접근성을 높일 교통체계 마련과 대규모 관광객을 수용할 숙박, 음식점 등 편의시설 확충은 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해 시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시는 대표 정원이 될 삼산·여천 매립장은 보행자를 위해 태화강역과 구름다리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차량을 이용한 접근 방법은 현재 없어 주변 도로인 부두로와 통하는 진입로와 주차시설 등을 신설해야 하는 상황이다.

태화강 국가정원 주변은 도로가 좁아 통행이 불편하다. 국가정원 지정 뒤 늘긴 했지만 여전히 주차난은 고질적이다. 

두 정원 각각의 접근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박람회장 주 무대인 두 곳을 연결하는 연계 교통망 구축은 관광객 편의를 위해 화급을 다투는 일이다. 시는 두 정원을 연결하기 위해 수상 택시와 관광열차, 곤돌라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울산대공원과 고래문화마을, 영남알프스 등을 연계할 관광상품 개발, ‘생태·정원도시 울산’을 각인시킬 킬러 콘텐츠 마련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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