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미술, 생태, 놀이로 배우는 아름다운학교 강동진, 서혜진 선생님
〈34〉 미술, 생태, 놀이로 배우는 아름다운학교 강동진, 서혜진 선생님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4.10.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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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이고 자연친화 추구
-해맑은 웃음과 꿈이 피어나
-마음 아름다운 아이로 성장 
-힐링의 공간 OYEON 오픈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마음이 자라는 아름다운 학교 강동진, 서혜진 선생님이 아이처럼 밝게 웃고 있다.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마음이 자라는 아름다운 학교 강동진, 서혜진 선생님이 아이처럼 밝게 웃고 있다.

파란하늘 바라보며 커다란 숨을 쉬니, 드높은 하늘처럼 내 마음 편해지네.

텅 빈 하늘 언제 왔나, 고추잠자리 하나가 잠 덜 깬 듯 엉성히 돌기만 비잉비잉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가을아침’의 가사처럼 붐비지 않는 삶의 변두리를 돌아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아름다운 학교로 향하는 길은 부드러운 억새꽃만큼 가벼웠다. 

뒤로는 학의 날개를 펼쳐놓은 듯 드높은 무학산이, 앞으로는 고고한 태화강 상류가 유유히 흐르는 울주군 사연리 소재 아름다운 학교에 도착하자 상큼한 흙냄새가 가을햇살에 묻어왔다.

아이들의 놀이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나무를 톱질하던 교장선생님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표정이다. 

아름다운학교는 1999년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교사 동아리다.

맞벌이 부모의 공동육아를 위해 시작한 그들은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아이들의 정서적 삭막함을 덜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놀이법을 찾기 위해 결성한 공동체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들 부부만 남아 지금의 장소에서 아름다운학교를 운영한 지 20년이 되어간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들판, 강, 산이 있는 곳을 찾다 울주군 사연리에 아름다운 학교를 설립했다.

■미술, 생태, 놀이 교육

생태교육의 불모지일 때 미술, 생태, 놀이로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오감을 자극하는 놀이를 통해 자연친화적 교육 방법으로 아이들과 교감하며 마음을 위로했다.

언어폭력, 주의 산만했던 아이들의 성향이 바뀌고 하늘이 얼마나 높고 아름다운지 모른 채 빼곡한 일과를 소화하며 살았던 아이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할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 감정이 결핍되어 있던 아이들에게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깨닫게 하는 교육, 놀이를 통해 창의력을 개발하는 교육, 이기는 놀이가 아니라 함께하는 놀이 속에서 배움을 얻고 성장하는 학교다.

요즘처럼 일등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재미있게 노는 사람, 열심히 잘 노는 사람이 일등이 될 수 있다며 자연 속에서 노는 맛을 느끼게 한다. 흥미위주지만 그 안에는 인성을 다지는 협업, 절제의 가르침이 녹아있다.

“아름다운 학교 운동장에는 놀이터와 놀이기구가 없다”면서 “그 이유는 정형적인 틀을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계절이 주는 시의성으로 무한한 소재를 찾아 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며 “역설적으로 무한한 놀이가 존재한다”고 했다.

■전통놀이 

특히 전통놀이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알아가는 흥미로운 놀이문화다.

보자기는 책가방을 대신했던 소중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긴다. 공간을 확대, 축소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귀한 선물을 담아 전달했던 우리민족의 얼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가을에서 얻은 밤, 감, 호박은 물론 자신을 보자기에 싸서 부모님께 선물하려고 했다”며 “보자기에 담을 수 있는 가을 선물은 놀랍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과거에 새를 잡던 새총은 새 모이 주는 총으로 바꾸어 콩을 탄알로 삼아 산에 모이를 뿌려주는 의미 있고 시대적 요구에 맞는 놀이로 발전시켰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지킬 수 있는 교육은 물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산교육이다.

또한, 봉숭아는 씨앗 뿌리기부터 시작해 잎이 나고 꽃이 피면 예쁜 고사리 손에 봉숭아꽃 물들이기를 한다. 

전통놀이는 강력한 자기장에 끌려 내 어린 시절 기억에 풍화작용을 일으켰다.

이 놀이를 통해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에도 예쁜 꽃물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가을 햇살에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을 신나게 걷는 아이들.
가을 햇살에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을 신나게 걷는 아이들.

아름다운 학교의 운동장에는 놀이터 대신 물, 흙, 모래가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형태가 없어 저항 없이 생각하는대로 만들 수 있어 창의적이고 정서적 놀이로 안성맞춤이다.

경상남도 산청의 청학동 출신인 교장선생님은 누구보다 자연친화적이다. 자연에서 그의 인성이 완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늘 새로운 소재로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자연에 접근하고 흥미를 유발 할 수 있는 놀이 문화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가을에는 산에서 나는 먹거리로 앞산의 밤을 주워 와 함께 구워 먹으며 밤의 효능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면서 “고슴도치 같은 밤송이를 두려워 하다가 금방 친숙해져 신이 난 아이들을 보며 힘든 것도 잊는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 파란 가을하늘이 담겼다.

겨울에는 추수가 끝난 들판의 볏짚으로 성을 쌓기도 하고 각자의 생각대로 스토리가 있는 건축가가 되어 보기도 한다.

놀이를 통해 실패 할 수 있으며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고, 겪어야만 하는 별일 아닌 과정이라며 내면을 성장시키는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

아이디어 뱅크인 선생님은 늘 새로운 놀이로 아이들과 교류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다양한 놀이 중 하나였던 원시 체험은 움막을 지어 원시인의 옷을 입고 그들처럼 살아보며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체험이다.

새끼 돼지를 구해 와서 협업을 통한 돼지 몰이로 집단 사냥법은 물론 부싯돌로 불 피우기, 물  구하기 등 다채롭고 이색적인 놀이가 완성되었다.

아이들은 물, 불, 집, 옷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라는 의문으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현재의 편리함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은 세상을 밝고 행복하게 만든다.”며 “진정한 교육이란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갖게 해 주는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사랑하고 꿈을 꾸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과학 혜윰반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과학 실험과 조형물 제작을 통하여 사고를 확장하고 사물을 관찰하는 융합 교육으로 문제 해결능력과 창의적인 사고를 향상시키는데 비중을 두고 있다.

‘혜윰’이란 ‘생각’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과학 실험을 통해 실패를 할 수 있고 다양한 실험으로 생각을 넓히고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를 여러 번 해 볼수록 완성도는 높아진다’는 심도 있는 배움의 장이다.

실패는 곧 좌절로 이어져 의기소침해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동력을 쉽게 잃고 마는 요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요소다. 

맑고 파란 하늘과 햇살은 쾌청하고 청명하다는 짧은 수식어로 부족할 만큼 가을은 눈부시다.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렇다. 어느덧 세월이 훌쩍 지나 경제적,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따르지만 손을 놓지 못하고 지탱하는 선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이 힘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서 “아름다운 학교에서 자랐던 아이들의 변화와 올바른 성장이 나의 행복”이라며 “자연은 마음의 치유가 되어 올바른 성장으로 이끄는 절실한 벗“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집에서의 근본적이고 확실한 변화에 대해 학부모들이 고마움을 전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아름다운학교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얼마 전 아름다운학교를 배경으로 맛있고 건강한 빵과 따뜻한 차가 있고 교육, 문화, 생태, 예술, 취미를 함께 나누는 복합문화공간 카페 OYEON을 오픈했다.

“자연과 아이들의 웃음이 공존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은 꿈이 있고, 비어 있어 채울 수 있는 공간이다”며 “이유 없이 쉬고 싶은 날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름다운학교와 카페 OYEON은 문화의 가교 역할로 고향처럼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이라며 “고향이 그렇듯 언제나 정답게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애정과 관심을 쏟아 협력해야 된다는 의미다. 아이들은 국가의 미래이며 희망이다. 가장 소중한 보물을 온 마음을 다해 돌보는 그들의 손길이 더욱 고맙고 아름다운 이유다.

‘우리의 삶은 생각과 같아서 삶은 마음에서 시작되어 생각으로 형태 지어진다’고 했다.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마음이 자라는 학교가 오래 존속되어 많은 아이들의 따뜻한 고향자리 하나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본다. /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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