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노조’
‘노인노조’
  • 강경수
  • 승인 2012.07.3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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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풍자소설 가운데는 노인이 자주 등장한다. ‘바다와 노인’에서의 그런 활기찬 노인이 아니라 병들고 쓸모없게 된 노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원시시대의 고려장은 물론이고 ‘노인시장’을 다룬 소설도 있다.

나이를 많이먹어 소용없게 된 노인들을 어린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시장에서 매매한다는 내용이다. 끔찍하지만 상상이고 풍자다. 노인이 푸대접 받는 현실을 고발하고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다. 사실 노인에 대한 푸대접은 우리도 선진국 못지않다.

군사정권 시절인 1970년대에 이미 노인퇴출과 추방운동이 벌어졌다. 자신도 대상에 포함될 처지임에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공직에서 고령자들을 몰아냈다.

겨우 51세에서 58세의 시장.군수들이 사표를 내고 실직자가 됐다. 권고 사직당한 공직자들은 유공훈장을 가슴에 단 채(하나같이)“유능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 주기 위해서...”라는 퇴임사를 써야 했다.

공무원의 신분보장법은 있으나 마나였고 급수에 따른 정년 규정도 소용이 없었다. ‘나이 먹은 죄’ 말고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고령자들이 차례차례 거리로 내몰렸다. 요즘 같았으면 공무원노조가 벌떼같이 들고 있어나고 당사자들의 집단소송이 예상되는 사건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우리네 한국노인들이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노인노조’를 반들어 정부를 상대로 투쟁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지난 17일 서울의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는 200여명의 노인들이 ‘노인노조’ 창립대회를 가졌다.

이름하여 ‘복지시대 시니어 주니어 노동조합’이다. 발기인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최지웅 성공회 신부가 대표를 맡고, 신용승 ‘좋은 어버이들’ 상임대표와 채수일 한신대총장이 발기인으로 나섰다.

이밖에 홍일선 시인과 긴준혁 교수.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우리 노년세대는 양극화와 소외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노인들이 일방적 복지의 수혜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노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할 시기”라며 노인복지와 일자리 확대를 중점사업으로 삼을 것을 다짐했다.

중도.실용을 표방하고 나선 이들 노인노조 발기인들은 일반 사업체 노조 못지않은 투지를 불태웠다. 우선 조직의 전국 확대화와 함께 10월까지 조합 구성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또 조합원을 노인일자리 참여 노인과 사회적 기업등에 취업한 노인을 중심으로 일반노인들도 참여시킨다는 방침이다. 물론 협상 상대는 정부라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노조’의 정식 출범과 활동은 아직도 미지수다. 이날 창립대회에는 보수색채의 ‘어버이연합’ 관계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진보 성향의 인물들이 주축이라는 이유에서다. 노인 관련 단체 결성에도 그놈의 보수.진보 색깔 논쟁이 정치권 못지않다. 난관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고용노동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노조를 만들려는 사람이 근로자로 인정돼야 노조 결성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 일반 노인은 당연히 가입자격이 못된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취업 노인들이 노조를 결성해도 교섭대상은 정부가 아니고 개별 사업장이라는 해석이다.

‘노인노조’ 결성이 정부와 사회에 던지는 암시요법은 될지언정 현실적인 효력 발생은 부정적이다. 사실 노인문제는 ‘노인노조’ 결성을 떠나 심각한 실정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인구의 11,3%를 차지하고 노인 빈곤율 또한 45%에 달한다.

또 2017년에 노인 인구 14%로 고령사회로, 2026년이면 20.8%로 치닫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노인들의 말발이 세질 만도 한 그런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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