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노동계 시위 격해졌다”
“울산 노동계 시위 격해졌다”
  • 김완식 기자
  • 승인 2012.08.31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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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폭력 수위 넘어…대중성 잃자 더 자극적 세력 과시

울산 노동계의 시위가 격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울산지역 플랜트 업체의 소속이 다른 노조원에게 무차별 집단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사내하도급) 노조 시위대 수백명이 한밤에 길이 3m가 넘는 죽봉을 마구 휘둘렀는가 하면, 화물노조 파업으로 울산에서 비노조원의 화물차 19대가 방화 테러로 불타는 등 노동현장 시위가 2000년대부터 대중성 잃자 더 자극적으로 세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테러화한 과격시위가 무고한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 플랜트업체 복면 괴한 난입=복수노조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울산의 한 플랜트업체에 복면을 쓴 괴한들이 난입, 회사 직원들을 폭행했다.

지난 27일 새벽 5시30분께 울산 남구 여천동 소재 플랜트업체 ㈜동부에 복면을 쓴 남성 15명이 들어와 정문근처와 사무실에 있던 이 회사 이사 A(59)씨와 소장 B(60)씨 등 5명을 폭행하고 달아났다. 당시 폭행장면은 현장에 설치된 9대의 CCTV에 그대로 찍혔다.

경찰은 CCTV 등의 화면을 근거로 폭행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민주노총 울산건설플랜트 소속 조합원 김모(44), 장모(35)씨 등 3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체포된 김씨 등을 상대로 직접 폭행 가담여부에 대해 조사한 후 혐의가 인정이 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사건이 발생한 플랜트 업체는 2주 전부터 울산플랜트노조 조합원들과 출근하는 직원 사이에 마찰이 계속된 곳이다.
폭행을 당한 직원들은 코뼈와 갈비뼈 등이 부러져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회사 관계자는 "괴한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르고 넘어진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짓밟았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2주전부터 회사직원들과 민주노총 플랜트노조 조합원간들에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트노조는 이 업체가 민주노총이 아닌 한국노총과 국민노총 플랜트노조 조합원만 뽑고, 기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는 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반발해왔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죽창폭력’=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중이던 지난 20일 일부 현장노동조직 조합원이 전원 정규직화(직영 채용)를 요구 등을 요구하며 한밤중 집단으로 생산공장 점거를 시도하면서 ‘죽창’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이들 조합원들은 회사측이 제시한 2015년까지 사내하청 3000여 명 직영 채용안 수용을 거부하며, 전원 정규직화(직영 채용)를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는 현재 현대차 노사가 특별교섭으로 분류한 상태다.
이 사태로 인해 현대차 노사 갈등이 커지기도 했다.

비정규직 노조 소속 300여 명의 노조원들은 지난 20일 오후 9시부터 울산공장 1공장점거에 나서자 회사측 관리자들 500여 명이 긴급출동해 노조원들의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수차례 물리적 마찰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100여 명의 노조원들이 만장기에 사용된 길이 3m가량의 대나무를 들고 시위를 벌였으며, 이 중 일부 노조원들은 대나무 끝을 여러 갈래로 찢거나 갈아 ‘죽창’을 만들어 관리직 사원들에게 휘두르고 폭행, 10명의 관리직 사원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같은 마찰과 대치상황은 이날 오전 2시30분 현대차 노조의 설득으로 비정규직 노조가 현대차 노조 사무실로 이동하면서 종료됐다. 노조의 공장 점거시도로 부품공급이 중단된 울산공장 1공장(액센트, 벨로스터 생산공장)은 마찰이 계속되던 6시간30분 동안 멈춰 섰다.

이번 ‘죽창 폭력’사태와 관련, 경찰도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만장기로 사용하던 대나무를 이용, 시위용 도구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상파악에 나섰다.
현대차측도 21일 중으로 ‘죽창’ 등으로 관리직을 폭행한 하청 노조원들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화물연대 비노조원 차량방화=민주노총의 화물연대 총파업을 앞둔 지난 6월 24일 울산 시내 7곳에서 화물차 화재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피해 차량른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비조합원의 화물차량들이었다. 이 사고로 1명이 다치고 3억 2000만여 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날 오전 1시 48분께 울산 북구의 한 주유소 인근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첫 화재가 발생해 이후 울산 시내 7곳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 13대의 화물차가 불에 탔다.
또 2시 30분껜 북구의 수십 대의 화물차가 주차돼 있던 주차장에서 25톤 화물차량 2대와 함께 옆에 주차된 같은 종류의 차량 4대가 불에 탔다. 이 사고로 화재현장에 있던 정 모(41)씨가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어 3시 40분께는 울주군 온양읍의 한 주유소 앞에 주차된 25톤 화물차와 주변의 탱크로리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화물차와 탱크로리가 모두 타고 건물 30제곱미터가 소실돼 소방서 추산 1억여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3시 55분쯤에는 울주군 범서읍의 한 LPG 충전소 인근에 주차된 11톤 화물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화물차와 적재된 벽지 등이 모두 타 820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경찰은 차량 바깥에서 불이 시작됐고, 심야에 연쇄적으로 났다는 점에서 방화라고 확신했다.
다행히 방화로 피해를 본 화물차량에 대한 보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화물차 방화 테러 피해 운전자들은 “우리는 노동운동과 관련이 없는데도 졸지에 전 재산과 생계 수단을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노동 현장의 무차별 폭력사건 수위가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국민노총 소속의 노조가 새로 출범하면서 울산지역 플랜트 업계에선 기존의 민주노총·한국노총 소속 플랜트 노조와 노무 공급권을 둘러싼 폭력 충돌이 수차례 발생해 수십명이 다치는 사건이 잇따랐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도 지난달 파업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조 간부가 관리직 간부 2명을 마구 폭행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룰 두고 지역 노동계에선 “2000년대 들어 노동운동이 점차 대중성을 잃어 가면서 시위가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자신들의 요구를 사회 이슈화하거나 조직 이탈을 막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방식에 의존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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