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고백이다
자살은 고백이다
  • 강경수
  • 승인 2012.09.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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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 절망상태에 빠져 방황하거나 자살하기도

사람뿐 만아니라 동물들도 절망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철새인 백로떼가 방향감각을 잃거나 이동할 때를 놓쳐 방황하는 일이 종종 보도되고 있다.

서식처에서 겨우 10Km 정도의 장소에 나타나는가 하면 역시 철새인 왜가리도 이동을 멈추고 아무 곳에나 도중하차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그들 새들의 세계에서 무엇인가 분명히 잘못돼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 무슨 이유가 철새들의 방향감각과 거리 감각을 마비시켰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는 이같은 ‘철새이변’이 기후 탓이거나 그들 사회의 시스템 고장이라는 분석뿐이다. 그 생김새와 몸짓이 존엄하고 정중해서 ‘현명한 새’로 불리우는 부엉이도 이따금 자살소동을 벌인다고 한다.

밤과 낯의 차이를 잊고 거리 감각을 상실한 채 대낮에 건물유리창에 투신자살하는 일이 흔히 발생하다는 것이다. 자살이 어디 새들의 세상에만 있는 일이겠는가. 인간사회, 그중에서도 한국의 자살률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0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01년에는 하루 평균 18.9명이 던 것이 10년 뒤인 2011년에는 무려 43.6명으로 늘어났다. 작년 한 해 동안 1만5906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2011년의 자살 사망률(인구 10만명 당 자살 수)이 31.7명으로 OECD 1위를 기록했다.

그것도 9년째 연속이다. 불명예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기록이다. 더 놀랍고 심각한 것은 젊은 층의 자살 빈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20대의 경구 전체 사망자 가운데 2명 중 1명이 자살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속도 또한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01년에서 2011년까지 10년 사이 다른 연령대에서는 75% 정도 증가한 자살률이 20대에서는 117%나 늘었다. 40~50대의 사망 원인도 자살이 2위를 차지하는등 최근의 자살은 지난 1970년대의 자살 유형과는 전혀 딴 판이다.

자살은 좌절과 불만의 고백일 뿐 용기라 할 수 없어

그 때는 노인들의 가출과 노인병이 늘어 자살하는 노인수가 다른 연령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또 간혹 부모의 꾸지람이나 사춘기의 감성 때문에 자살하는 청소년들이 있긴 했어도 20대의 자살은 흔치 않았다.

10대에서 50대까지 중추 연령층에서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그 사회가 분명히 병들어 있다는 뜻이다. 흔히 10대의 자살은 학업이나 주변의 따돌림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섣부른 자살은 부모들의 마음을 짓밟고 사회를 한층 더 어둡게 한다. 20대의 자살은 대부분 장기간 실업상태나 취업경쟁에 몰린 때문으로 분석한다. 절망상태에 빠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사회를 탓하기에 앞서 ‘심약한 자살’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런가 하면 30대는 승진과 실업 압박, 40대~50대는 전직과 퇴직 고민으로 자살한다고 한다. 당사자에게는 승진문제가 자살의 동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자살이 최선일 수는 없다.

닥쳐올 퇴직 압박과 실업 위기 때문에 목숨을 끊기에는 살아온 지난 세월이 아깝기 때문이다. 하기 좋은 말로 사회학자들은 자살을 병든 사회나 불안한 사회 탓으로 돌린다. 또 절망 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자살이라고 규정한다.

물론 무한경쟁 사회나 절망적인 사회 풍토가 사람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살론’으로 유명한 뒤르켐의 얘기도 한번쯤 귀 기우려 봄직하다.

대가족 제도나 상부상조하던 촌락공동체의 붕괴등 근대화 과정에서 개인행위를 규제해 주던 것 등이 상실됨으로써 무제한의 욕구를 추구하게 되고, 따라서 좌절과 불만이 따르며, 끝내는 자살에 이르게 된다는 주장이다.

누군가는 자살이 신이 사람에게 부과한 최고의 은혜라 했고, 또 누군가는 자살은 살인행위이자 비겁자의 어리석은 용기라 했다. 나는 누구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자살이 고백이라는 사실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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