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토틀우먼’과 한국판 ‘남편 기살리기’
미국판 ‘토틀우먼’과 한국판 ‘남편 기살리기’
  • 강경수
  • 승인 2012.11.15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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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천하 미국에서도 한 때 동양의 삼종지의(三從之義)가 먹혀 든 적이 있었다.

맞벌이 부부이자 평범한 한 40대 여성이 어느날 미국사회를 향해 “여성이여, 여성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벌 것도 아닌 이 외침은 매스컴을 타고 선풍을 일으켰다. 소위 ‘토틀 우먼’이라는 ‘완전 여성’운동으로 번진 것이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었다.

여느 주부들처럼 결혼 초부터 남편에게 잔소리를 해대고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했다. 항상 남편으로부터 무엇인가를 해주기만 기대하고 자신이 먼저 다가가는 법이 없었다. 맞벌이 때문에 늦게 돌아오는 일이 많았고, 집은 여관이나 다름없었다. 자연히 부부 사이는 멀어지고 냉각돼 갔다.

어느날 그는 아이들을 재운 뒤 목욕을 하고 화려한 잠옷을 입고 남편을 상냥하게 맞이했다. 핑크색 무드가 계기가 돼 그 뒤 남편은 로맨티스트가 되고, 자신의 잔소리도 사라져 가정은 행복을 되찾게 됐다는 것이다.

여성이여, 여성으로 돌아가자, 미국선 ‘완전여성운동’

‘타임’지의 커버스토리에까지 등장했던 이 여성의 경험담은 ‘완전 여성’이라는 책으로 발간돼 3백만부 이상 팔려 나갔다. 미국 여성사회에 독서회가 생길 정도였고, 남성들의 소리없는 갈채도 받았다. 책을 통해 그는 “아내는 웃음에 인색하지 말고, 남편의 기분을 사로잡기 위해 ‘유치하고 무모한 음모’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일부 여성단체와 맹렬 여성들의 성토 또한 만만치 않았다. “여성의 지위를 무너뜨리고, 여성사회의 자중지란”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소심한 남편들까지도 “가식적인 미소와 복종의 제스처로 남편을 포로로 이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토를 달았다.

남편이 달라면 “위스키도 추파도, 심지어 고독도 주어야한다”는 그녀의 주장에, 겁많은 남성들은 “위스키와 고독은 받아도 추파는 사양하자”고 응수했다.

그래도 그녀는 고집을 꺽지 않고 자신있게 말했다. “남편은 사육이 가능한 동물만큼 유순하지 않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순종하는 편이 부부 사이는 물론 가정이 행복해진다. 여성의 목적은 행복해지는 데 있으며, 그것을 위한 행위는 수단에 불과하다.”

한국 아줌마들 ‘남편.아버지 기 살리기’ 캠페인

동양과 한국사회에서 어느듯 전설이 되고만 ‘삼중지의’가 그 뒤 미국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그건 나도 모른다. 그러니 가까운 우리 주변 얘기나 해보자. 최근 끼(?)있는 한 여성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남편 기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남편을 가정의 중심으로 다시 세우자”며 ‘남편과 아버지 기 살리기 클럽’이 발족한 것이다. ‘아나기’,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이 민간단체는 남편과 아버지의 권위를 살려 가족갈등과 가족해체를 예방해야 한다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남편 기를 살리기 위한 아내들의 선언문도 발표했다. 남편들이 들으면 귀가 솔깃할 내용들이다.

첫째, ‘자녀보다 남편을 우선시 한다’는 파격적 선언이다. 둘째가, ‘남편에게 지나친 잔소리를 않는다’는 각오이다. 지나침의 정도가 애매모호하지만 그런대로(남편 입장에서)봐줄만 하다.
‘남편의 취미를 존중하고 낭비하는 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시댁식구와 나를 편가르지 않는다’는 현실적 문제도 짚고 있다.

이번 캠페인의 실질적 주도 인물인 김용숙 아나기 대표는 “대부분의 가족문제는 시어머니, 장모, 며느리로부터 비롯된다”고 실토하고 있다. 가정불화의 주범은 이들 ‘세 여자’라는 고백이다.

또 “이 땅의 아버지들을 ‘돈 버는 기계’로 만든 것은 여자들”이라는 성찰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내 등살에 이력이 난 남편이나 여자 감언에 속고 속아본 남자일수록 “여자를 믿는 남자는 도둑을 믿는 멍청이와 같다”는 세익스피어를 더 신뢰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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