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도 한류바람
무속도 한류바람
  • 강경수
  • 승인 2012.12.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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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대개 미신을 원시종교의 유물이라 부른다. 옛사람들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갖가지 자연의 힘들에게 가호를 빌었다.

이런 원시종교의 습속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은 동.서양이 따로 없다. 미신이란 도무지 논리만으로 깨뜨릴 수 없는 것이기에 여전히 인간사회에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

-원시종교교 유물인 미신은 동서양이 따로 없어-

사실 진기한 관습이나 미신은 동양보다 서양이 훨씬 많다는 설이 있다. 아직도 유럽에는 복을 불러들이는 갖가지 방법이나 액운을 쫓는 미신들이 고스란히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동양의 무속신앙보다 서양의 원시종교가 더 오래되고 다양화하 돼 있다는 학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도 유럽쪽 사람들은 행운을 빌 일이 생길 때 손을 나무에 갖다 대는 습관이 있다. 모든 자연물, 그 중에서 우람한 나무에는 저마다 고유의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고대 원시인의 신앙은 바로 자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또 불이나 쇠에도 주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불의 상징인 석탄이나 쇠로 만든 작은 말굽쇠모형이 지금도 유럽인들에게는 행운의 부적으로 대접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액운을 쫓기 위해 소금을 뿌렸지만 고대 서양인들은 소금을 소중히 여겼다. 소금을 흘린다거나 길에 뿌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로 생각했다.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에스키모인들은 오랫동안 육류를 저장한 수단이 소금뿐이였기에 이를 신성시했다.

-국경을 넘는 무속.점술이 의화벌이되는 시대-

이처럼 미신이나 무속은 한나라 민족에 고유한 것도 있지만 국경을 넘어 두루 퍼져있는 것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부엌에 얽힌 미신이다. 여자들의 전유 공간인 부엌일도 미신이 지배했던 것이다. 음식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말하자면 태양이 도는 방향과 반대로 휘저으면 음식이 쉽게 상한다는 것 등이다.

또 달걀 껍데기를 불속에 던져 넣으면 암탉이 화를 내 알을 잘 낳지 않는다는 속설도동서양이 같다.
특히 많은 연장 중에서도 칼만큼 온통 미신속에 얽혀 있는 것도 없다. 칼은 쇠로 만들어져 갖가지 사악한 마귀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는 것으로 믿었다.

옛날 석기나 청동기로 전장에 나섰던 사람들이 날이 예리한 쇠칼로 무장한 전사들에게 쉽게 제압된데서 비롯됐을 터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무당들이 귀신 쫓는 굿판에서 두자루의 칼을 마구 휘두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진기한 관습과 미신이 존재하는 한 이를 매개하는 무당이나 무속인이 있기 마련이다.

아일랜드나 스코틀란드 등 영국과 인접한 국가에는 현재도 무당들이 활개를 친다.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무당이 마을 촌장과 동급이다, 집시들의 상당수가 무당 기질을 타고 났으며 작은 섬 몰타에서는 교회 안에서도 미신이 건재하고 있다.

물론 이웃 일본도 우리 못지 않게 미신이 많고 성업중인 무당도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런 일본에 한국 무당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속에도 한류가 뜨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무속학회 회원인 이정재 경희대 교수는 지난 10월말에 열린 ‘2012 한국민속학자대회’에서 ‘글로벌 시대 민속학의 과제-세계 한인의 무속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조금은 생소하고 이색적인 연구 발표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 무당이 일본이나 중국.미국까지 진출해 ‘원정 굿’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에서는 한국 무속이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다고 판단된다.”주장했다.

실제로 현업에 종사하는 일부 무속인들 사이에는 한국의 무속이나 무당이 일본을 능가하는 추세라고 자부하고 있다. 단순히 점을 보거나 부적을 쓰고 굿을 하는 비용도 한국의 2배 이상이라는 사실도 털어놨다.

일본 현지에서 벌이는 굿판 한판에 3000만원에서 5000만원 이라니, ‘무속한류’ 라는 말이 무리가 아니다, 바야흐로 무속도 국경을 넘고 점술이 외화벌이로 등장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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