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끝을 생각하라
처음에 끝을 생각하라
  • 강경수
  • 승인 2013.01.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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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 무렵, 명달(明達)하다는 어느 신문이 고명한(?)한국의 명사들에게 가는 해와 오는 해의 감상을 물었다. 한마디로, ‘환멸’과 ‘혼란’의 한해였다고 답했다.

-2012년은 혼란.혼돈.혼탁으로 얼룩진 해-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사회갈등’으로 요약됐다. 누구는 ‘사회분열’과 ‘불안불통(不安不通)’으로 인한 파찰음이 요란한 한해였다고 토로했다.

설문에 응한 상당수 인사들이 혼란과 혼돈, 그리고 혼탁의 2012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좌불안석’이니 ‘불확실성’이니 .‘오리무중’은 약과였다.

재치 넘치는 어떤 이는 지난 한해를 ‘롤러코스터’로, 또는 ‘레 미제라불(불행한 사람들)’ 로 함축했다. 기발하게도 ‘정신적 공황’을 뜻하는 유행어인 ‘멘봉’이 2012년 시대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양극화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으면 ‘분노’니 ‘전쟁’이니 하는 극언까지 선보였다. 분할과 갈등의 원인으로 반칙을 지목한 사람들도 많았다.
영화감독인 강우석씨는 “반칙이 넘쳐나다보니 이기주의가 더 해져 사람마다 각박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평했다.

이번 설문에는 종교계의 비중 있는 인물을 비롯해 문화.예술계 인사등 101명이 나름대로의 감상을 밝혔다. 지난 한 해의 키워드를 ‘환멸’로 단언한 사람도 있었고, 2013년을 ‘기대와 희망’의 해로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 출발’. ‘새 걸음’. ‘새로움’ 등의 표현이 바로 기대감을 뜻한 바이다.  희망의 메시지 또한 적지 않았다. 누구는 젊은 사람들에게서 미래에 대한 긍정을 발견하게 되며, 또 누구는 지난 시절이 답답함의 극치였으니 올해는 순조로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 내다봤다.

지나친 실망감도 그렇지만 섣부른 기대감에 고무될 일은 아니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제3의 키워드가 2013년 새 시대를 향한 주문과 경고 메시지다. 문화계와 학계의 일부 인사는 ‘화합과 통합’을 주문했다.

물론 새 정부의 우선 과제를 말함이다.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사자성어로 새 정부를 훈수한 경우도 있었다. ‘바다는 어느골짜기. 어느 강에서 내려오는 물도 마다않고 받아들인다.’ 는 뜻이다.

“세대와 계층. 이념 대립으로 찢어질 대로 찢어진 사회를 올해는 꿰매야 되지 않겠느냐.”는 호소성 주문도 눈길을 끌었다. 2013년 출발점에 선 새 정부에 대한 경고나 주의 촉구 목소리도 귀에 담을 대목이다.

-올해의 키워드는 기대와 희망, 그리고 통합-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어려운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위안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허탈감에 빠질 것인지의 길림길이 2013년 올 한해라는 경고가 그것이다. 기대했던 위안이 무위로 끝날 때 겪게 될 허탈감이 걱정이라는 의미다.

이미 국민이 바라는 기대치는 인플레 수준인데 국정 운영이 이에 미치지 못할 때 다시 경험하게 될 좌절감은 상상만 해도 끔찍할 일이다.

이런 상황을 미리 내다봐서인지 일부 경제학자들은 국민들에게 허리띠 풀기를 만류하고 있고, 정진석 추기경 역시 국민의 인내를 주문했다. 곁들여 2013년 새정부에 바라컨대, 첫 무대에 등장했을 때는 누구나 대채로 갈채를 받는다.

그러나 그리 자랑스런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은퇴할 때의 박수갈채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진리를 잊어서는 안된다. 사실 사람들의 아쉬움 속에서 퇴장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역대 지도자들의 초라한 퇴임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는가.

세상 사람들은 교활하게도 새롭게 등장하는 사람이나 시대에 친절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떠나는 자나 지나간 시절에는 냉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행복한 시대의 전반과 불행한 시대의 후반은 불행한 시대의 공통된 운명이라 했다.

처음에 끝을 생각할 줄 아는 지혜는 개인이나 위정자.정부 모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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