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여인천하’ 한국
신생 ‘여인천하’ 한국
  • 강경수
  • 승인 2013.02.04 11: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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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나라 인도 선폭행에 남존여비 여전-

지난해 12월 인도 델리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자 친구와 영화를 보고 귀가하던 여대생이 버스에서 운전기사와 승객등 6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이후 알몸으로 길거리에 버려진 이 여성은 13일만에 숨졌다. 심한 구타로 비명에 간 그녀는 2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일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또다시 유사사건이 터져 지금 인도가 들끓고 있다. 참다못한 인도여성들은 ‘여성인권’을 부르짖기 시작했고, 시민들도 뉴델리 시가를 누비며 연일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뿌리깊은 성차별 문제와 계급사회를 타파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인도를 주목하고 있고, 인도는 지금 ‘여성인권’ 쟁취의 분수령에 서 있다. 인도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있는 것은 그놈의 카스트 제도 때문이다. 일종의 계급제도인 카스트는 힌두교 종교성전인 마누법전에 기원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의 부속품으로 기록된 이 성전 때문에 아직 인도는 ‘남존여비’ 사상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카스트 폐습 가운데 가장 악랄한 것이 결혼할 때 여성이 가져가야 하는 지참금 제도이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역할도 부족해 돈 까지 바쳐가며 자신의 생애를 남자에게 위탁하는 풍습이다.

그래서 인도에서 여자아이는 부모의 원수덩어리로 취급된다. 빚을 내더라도 성감별 검사를 받고 뱃속의 아이가 여자이면 출산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다한 지참금 때문에 낙태가 성행하고 있고, 그 결과로 인도는 남성대비 여성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이다.

대낮에 여성을 상대로 한 집단 성폭행 사건이 빈번한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반대로 사내아이는 인도에서 가정의 기둥이자 돈 버는 귀한 존재로 대접받는다.

카스트의 최하위 계층인 수드라사회에서는 저주의 의미로 “딸이나 낳아라”는 말이 쓰일 정도이다.
패가망신을 뜻하는 ‘욕중의 상 욕’이 딸 낳는 것이라니 업보치고는 고약한 업보이다. 감히 인도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한 때 우리의 ‘남존여비’ 문화도 남 탓할 수준은 아니였다.

‘여아천대’의 관습을 나타내는 옛말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사내아이가 울면 젖꼭지로 울음을 달래고 계집아이가 울면 실타래로 입을 틀어막는다’ 했다. 또 ‘계집아이 체증에 청심환 먹이랴’는 말도 있다. 값비싼 청심환을 계집아이 체한 데 먹일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남아가 존중되고 여자아이가 홀대받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제사는 물론 가계와 가산의 상속체계가 남자로 돼있기 때문이다.

-여권신장에 대통령까지 축복받은 한국여성들-

또 여자보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남자를 선호하는 것은 농업국가의 ‘적자생존 원칙’에서 비롯됐을 터이다. 그렇다고 세계를 통틀어 남녀 불평등이 여성해방론자들의 지적만큼이나 심각했던 것도 아니다.

동서양을 떠나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여성상위시대가 적지 않았다. 우리의 신라 때에도 진성여왕과 선덕여왕이 있었고, 중국에서는 측천무후나 서태후가 대륙을 호령했었다.

영국은 일찍이 빅토리아 엘리자베드 여왕이 실권통치를 했으며, 지금도 여왕이 군림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또한 여왕이 명목상 국가 원수이고, 공화국체제인 인도와 스리랑카도 여성이 수상에 올랐었다.

그러나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독립을 이룬 아버지 간디와 그의 딸 간디수상의 그 인도가 성차별과 폭력적 성차별의 천국이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인도에 비하면 우리 한국여성들은 축복받은 존재들이다.

‘여인천하’ 라는 미국이나 영국 못지않게 여성인권이 날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도 경험하지 못한 ‘여성 대통령 시대’까지 구가하게 됐으니 말이다. 인도가 문제가 아니라 나날이 초라해져가는 한국의 ‘사내대장부’들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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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도 2013-03-26 09:26:43
기사 감명 있게 잘읽으 보아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만이 만이 부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