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들의 전설이 넘쳐나는 장생포
고래들의 전설이 넘쳐나는 장생포
  • 정은영
  • 승인 2013.03.19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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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문화특구 장생포는 고래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귀신고래, 참고래를 사냥하던 포수들의 영웅담이 이병주 선생의 말처럼 달빛을 받아 전설이 된지 오래다. 장생포를 가면 맨홀 뚜껑도 고래 문양이다. 아니 전부가 고래 아닌 것이 없다.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장생포를 찾아 나선 날은 봄비가 추적였다.

울산시내에서 장생포로 가는 길은 여전히 번잡했다. 장생포로 들어서면서 울산항 방향으로 남구와 동구를 연결하는, 국내 최장 현수교인 울산대교 주탑이 눈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웅장하다.

오는 2015년 1월 완공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현장과 장생포를 드나드는 대형트럭들이 끝없이 꼬리를 물고 물보라를 일으킨다.

장생포는 태화강역에서 여천고개 사거리로 진입하면 ‘고래특구’라는 아치가 있다. 이곳을 지나면 “아하! 고래의 나라에 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이 지역이 장생포다.

울산시 남구청이 올해 고래관광선을 구입했다. 올부터는 장생포도 고래관광 특수를 누리게 될 것 같다. 이른바 장생포는 울산 관광의 아이콘이 될 것 같다.

1986년 포경이 금지되면서 깊은 잠에 빠졌던 장생포는 근래 고래특구로 새롭게 깨어났다. 장생포로 들어서면 먼저 웅장한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박물관이 반긴다. 주말에는 3천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다지만 비가 내리고 평일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관람객이 많지 않다.

제1 전시관 이름표가 붙은 고래생태 체험관은 대형수족관에서 유영하는 돌고래를 실제로 볼 수 있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만 아니라 돌고래 쇼 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돌고래가 수면위로 머리를 드러내면서 내쉬는 숨소리가 휘파람으로 들린다.

돌고래가 살고 있는 수족관은 해저 터널로 만들어져 있다. 해저터널을 통과하면서 고래를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덤으로 얻는 곳이다.

생태체험관 내 만들어진 제2전시관은 장생포 고래마을 사람들의 고래잡이 과정을 대형 디오라마로 재현해 놓았다. 그리고 고래를 자원화해 만들어진 식품 등 고래의 활용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을 나와서 고래박물관으로 가면 입구에서부터 깜짝 놀라게 된다. 입구에 제작된 터널 같은 고래 뱃속 길은 귀신고래의 몸통으로 실제 크기라고 하는데 수십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다.

전체 3층으로 구성된 고래박물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 내려오면서 관람하게 하는 구조다. 3층에 들어서면 귀신고래 소리체험관이 있다. 귀신고래 두골을 원형대로 제작한 모형이 있고 실물크기의 귀신고래 모형은 관람객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슬레이트 지붕을 한 고래 해체장 시설이 복원돼 눈길을 끈다. 주변에는 고래 해체와 관련된 어구들이 전시돼 있다.

사방 벽면에는 출항에서 입항까지, 포경과정을 볼 수 있는 사진이 걸려있다. 2층은 브라이드 고래 골격과 수염, 범고래 골격, 포경역사관을 둘러볼 수 있다. 포경 역사관은 한국 포경의 역사와 세계 포경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층은 고래 생태의 진화, 고래 회유도, 어린이 고래 체험관이 있다. 고래 박물관을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설명하는 시간을 맞추어야 한다. 고래 생태체험관과 고래박물관을 둘러보는데 3~4시간의 여유가 필요하다.

박물관 밖 바다와 접한 곳에 설치한 나무의자는 장생포 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조망권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오늘은 비가 훼방을 놓았지만 해무에 적셔진 장생포 포구는 고래잡이를 나갔다 돌아오는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의 심정이 되게 한다.

고래 박물관 체험을 하고나면 출출해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장생포 전체가 고래 고기를 파는 음식점 간판들로 즐비하다. 이름이 난 음식점들이 있지만 비가 내려서 그냥 가까운 음식점에 들어가 고래고기찌개를 시켰다. 맵싸하고 시원한 찌개 국물이 일품이다.운전을 하지 않는다면 반주로 한잔하면 거저 그만이다.

장생포는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최근 도로 정비 등으로 헐려서 곳곳이 이 빠진 것처럼 썰렁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찬찬히 둘러보면 나름의 운치가 있다. 만약 추억의 간이 건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어서 아쉽다면 돌아 나오면서 야음동 신화마을에 들러 담장과 건물 벽 등에 그려진 벽화를 보고 오면 된다. 통영의 동피랑 마을처럼 지역 예술인들이 그린 벽화들이 낡은 벽에 새 옷처럼 입혀져 있다.

장생포는 최근 변화하고 있다. 고래와 더불어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울산대교가 완공되면 장생포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된 도시로 거듭날 것 같다. 훗날 오늘을 기억하는 여행객이 장생포를 찾는다면 현대식 건물에 실망할지도 모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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