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마을 청자가마에 스민 찬란한 봄
옹기마을 청자가마에 스민 찬란한 봄
  • 정은영
  • 승인 2013.03.2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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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산 옹기마을 송병성 도예가

본지는 옹기축제행사를 앞두고 옹기마을의 역사와 옹기마을에서 살아가는 도공들의 삶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남녘은 이미 매화가 만개 했다. 울산에도 햇볕이 바른 곳에는 매화가 제법 피었다. 날이 포근해지면서 흙으로 작품을 빚는 도공들의 한 철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도공들에게는 이맘때가 작품 만들기에 좋은 계절이다. 적당히 흙이 잘 마르는 시기다.

2010년 세계옹기엑스포가 열린, 전국에서 옹기로 가장 이름난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간 크게 옹기가 아닌 청자와 전통 막사발 재현에 하루해가 짧은 송병성 도예가를 만났다.

첫인상이 털털하다. 청자, 그 푸른빛에 반한 사람이 마루에 앉아 보이차를 우려내는 그는 영락없는 시골 사람이다. 얼굴에 욕심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막사발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청자와 막사발을 만들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씩 웃으면서 1983년 어느 날 도예촌을 찾았다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위에서 탄생되는 항아리에 반해 도공이 되기로 결심하고 가마를 찾았다고 했다.

찾아든 가마 주인은 좌봉 김응한 선생이다. 좌봉은 이천에서 청자를 재현하다 좋은 흙을 찾아 외고산 인근 중고산에 ‘좌봉가’라는 가마를 세웠다고 한다. 좌봉 김응한 선생은 평생을 청자 재현에 바친 도공으로 잘 알려진 도예가다.

좌봉 선생 문하생이었던 송 도공은 좌봉의 사위가 되었고 1998년 드디어 외고산 옹기 촌에 작업실을 만들고 청자 가마를 세우게 된 것이 지금의 금정요이다. 전통 옹기마을에서 청자와 막사발을 재현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 했더니 그는 그냥 너털웃음이다.

2006년 울주군 공예협회 회장으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옹기마을에 가마를 세웠더니 옹기를 사러온 사람들이 생활자기가 전시된 금정요를 찾아오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횟집마을에 불고기집 같은 처지가 됐지만 열심히 착하게 작품을 만들다 보니 전문 차인들이 믿고 차 도구를 구입하는 전시장으로 이름이 나 있다.

좌봉 선생이 경기도 이천에서 흙을 찾아 이곳으로 왔듯이 송 도공의 가장 어려운 점 역시 마음에 드는 흙을 마음대로 구하지 못하는 점이지만 화공약품이 배제된 천연 청자색 유약을 발라서, 맘에 드는 청자를 재현해 냈을 때의 기쁨이 그를 물레에 앉히는 이유다.

2013년 옹기축제를 앞두고 찾은 외고산 옹기마을

흙, 물, 불, 바람이 함께 만들어 내는 옹기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은 높다. 오는 5월2일부터 5일까지 울주군 온양읍 고산리 외고산 옹기마을 일원에서 2013년 옹기축제가 열린다. 공원지구에서는 나만의 옹기 만들기, 옹기 건강 체험, 흙 놀이 등 체험행사가 열리고 마을지구에서는 전통공방체험, 가마체험, 옹기 다례 체험 등의 다양한 행사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외고산 옹기마을은 국내에서 옹기마을로는 가장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올해도 옹기축제 추진위원회는 옹기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옹기축제를 연다. 그래서 지금 옹기마을은 행사 준비로 바쁜 모습이다. 곳곳의 가마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옹기 축제에 가면 지금 가마에 들어간 작품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옹기마을은 멀리서 봐도 환 눈에 옹기마을임이 확연하다. 지붕도 옹기 깨진 것들로 덮여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마을 입구의 모형 옹기가 볼만 하다. 마을에 들어서면 입구부터 옹기판매장이 즐비하다. 곳곳에 옹기가마가 눈에 띠고 옹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옹기 공방들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옹기 세계문화엑스포 개최이후 옹기 축제로 격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삶이 묻어나는 옹기 축제는 그나마 옹기 명맥을 잇고자 하는 독장이들에 의해 해마다 축제가 발전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올해 역시 지난해 프로그램보다 풍성하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행사는 체험 참여 프로그램, 전시 프로그램, 전시 프로그램 등으로 크게 나눠지고 각각의 프로그램 별로 체험에서 구입에 이르는 모든 것이 축제의 전부가 된다.

2010년 옹기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린 외고산은 일제 강점기부터 독 짓기에 좋은 흙이 많아 찾아든 독장이 들이 늘어나면서 한때는 옹기가마가 늘려 있었다는 곳이다.

영덕에 사는 허만득씨가 옹기만드는일을 하다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피난 간 곳이 이곳 고산리였다. 양질의 흙과 기온 편리한 수송경로 등 입지여건이 좋아 오늘날의 옹기단지를 형성했다. 국내 최대의 옹기생산지이며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까지 수출도 도맡아 한다.

그러나 편리성이 가미된 플라스틱 제품들이 쏟아졌고 외고산 옹기촌은 서서히 퇴락 했다. 먹고살기 위해 찾았던 독장이 들이 떠나면서 옹기마을은 가마에 불이 꺼지기 시작했고 옹기를 빚었던 물레들이 아무렇게나 처박혀 천대를 받았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바꾸었지만 지금 외고산에 남아있는 장인들의 옹기에 대한 열정으로 전통 옹기는 외고산에서 명맥을 유지했다.

외고산옹기마을은 80년대 산업화로 또 한번 위기에 몰렸지만 문화축제로 전환해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초창기 마을회관에서 열던 옹기축제는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울산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하며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외고산은 건강을 챙기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옹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헌 상여처럼 외면을 받았던 물레가 다시 도공들의 발길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울산시는 옹기문화의 계승을 위해 범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옹기 세계엑스포를 기획하게 됐고 당초 2009년 10월에 개최키로 했으나 독감 인플루엔자 발병으로 인해 옹기엑스포가 이듬해인 2010년으로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외고산 일대를 중심으로 2010년 열렸던 세계옹기엑스포는 울산을 공업도시 중심에서 다양한 문화가 살아 있는 문화산업도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세상에서 가장 큰, 기네스북에 오른 옹기를 제작해 낸 것은 옹기 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울산 옹기 제작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옹기세계문화엑스포 개최를 위해 울산시는 대회조직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해 약 3년간에 걸쳐 옹기세계엑스포 대회를 준비했다. 외고산을 찾는 외지인들의 편의를 위해 임시 기차역을 외고산에 설치했으며 인근에 체육시설도 만들었다.

옹기 엑스포 행사가 끝나고 지금까지 관람객들이 즐겨 찾고 있는 곳은 옹기박물관이다. 이곳에는 옹기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옹기들이 전시돼 있다. 세계 각국의 전통 옹기들이 있고 국내 곳곳에서 발굴된 옹기들이 연대별로 전시돼 있다.

특히 외고산 옹기마을과 인접한 지역 옹기들로는 신라시대 경주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다양한 옹기들이 눈길을 끈다. 옹관묘의 흔적들이 모형 복원으로 현장감이 넘친다. 옹기박물관은 모두 2층으로 규모 역시 국내 최고다.

옹기 박물관은 앞에서 밝힌 세계 각국의 옹기들이 문화인류사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양이나 용도가 비슷비슷하다는 감이 들게 한다. 국내 옹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옹기부터 함경북도 옹기까지 옹기박물관으로서 손색이 없다.

아쉬운 점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옹기 세계문화엑스포를 개최했지만 단 한 번의 행사로 끝났다는 점이다. 행사를 위해 설치했던 외고산 역은 입구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엑스포 행사가 다시 개최되지 않는 한 외고산 역은 존재 가치가 없어지게 됐다.

옹기 엑스포 행사장의 곳곳이 이런 형태로 방치되면서 도리어 지역의 특성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주민들은 과거 언덕마다 가마가 지어져 있고 작은 예배당이 있었던 그 때가 도리어 옹기 마을의 특성을 잘 간직한 때였다고 회고 한다. 주민들은 허물어지기 직전인 다양한 시설물들에 대한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2013 옹기축제, 5월2일부터 4일간
올해 외고산 옹기축제가 5월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옹기마을 일원에서 개최된다.
특히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에서는 거리퍼레이드, 옹기만들기, 옹기마을 스탬프투어, 옹기동산 꿈 놀이터가 대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또 관광객의 이동 편의를 위한 코끼리 순환열차 도입 등 총 22종의 신규프로그램을 포함 총 6개 분야 55개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아울러 세계 최대옹기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통옹기와 세계옹기를 소개하는 전시전, 전통옹기의 제작과정을 생생하게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전통옹기 제작체험이 실시된다.
이밖에도 어린이를 위한 119소방체험, 어린이뮤지컬, 전통놀이체험, 전국 청소년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전국 청소년 예술제, 전국기악동아리 경연대회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올해 축제에는 어린이날이 포함돼 있어 어린이와 가족단위의 체험프로그램 위주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며 "특히 축제기간에 울주민속박물관이 개관될 예정으로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우리 전통옹기에 담긴 각종 음식들.
---사진은 옹기축제 관람객들이 옹기로 형태로 제작된 홍보부스 앞에 마련된 투호장에서 투호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지난 2008년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전국 49개 자치단체가 참가한 제5회 지방자치경영대전에서 옹기축제와 옹기문화엑스포 홍보관을 운영, '내 고장 자랑' 대상인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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