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오천마을 이주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오대·오천마을 이주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 정은영기자
  • 승인 2013.03.20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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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없는 행정에 고향 뺏긴 주민들 떠돌이 신세
▲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용암리 오대·오천마을 주민 50여명이 지난 2월 27일부터 20여일째 시청 서편 입구에서 울산시에 이주대책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약속을 지켜 달라”

“우리는 울산시를 믿고 3.3㎡ 당 100만 원 이하의 땅값을 받고 91세대 700여명이 평생 살던 고향을 떠났는데 시는 이주민 공급택지에 대해 3.3㎡ 당 평균 170만원을 주고 사라고 하니 얼토당토않은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모기가 너무 많아서, 모기 때문에 숨도 쉬기 어려웠던 오대·오천마을, 석유화학지원공단을 집 대문 앞에 두고 각종 공해와 싸워야 했고 모기마을이라는 듣기도 싫은 마을에 평생을 살았던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용암리 오대·오천마을 주민 50여명이 지난 2월 27일 오전부터 3월 중순을 넘긴 현재까지도 울산시청 서편 입구를 중심으로 울산시의 이주대책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3월 중순이 지났는데도 이곳은 ‘둥둥둥’ 북소리와 꽹과리 소리도 요란했다. 집회가 대단한 것 같아 찾아 갔더니 참가했던 집회 자들은 대부분이 고령을 넘긴 노인들이었다.

지난 2008년 시의 이주대책을 믿고 이곳을 떠났던 이들은 시가 당시 이들 마을에 대한 이주를 진행하며 약속한 청량면 율리 택지조성지구 3.3㎡ 당 100만 원 이하 공급 약속을 지켜달라고 쉰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 서편 진입로에서 집회를 가진 이들은 시가 약속한 내용을 사업주체가 도시공사로 바뀌었다고 해서 당초 약속했던 3.3㎡ 당 100만 원 이하 공급에서 평균 170만 원 이상 높게 택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이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이 고향을 등지게 된 이유는 시가 지난 2005년 6월 이들 오대·오천마을을 포함한 청량면 용암리 일대에 대해 신 일반산업단지 사업인정고시를 했기 때문이다. 이어 시는 2008년 9월 산단 조성사업에 따른 이주대책지로 울주군 청량면 율리 지역을 지정했다.

이후 시는 2008년 이주민들에게 2010년까지 청량면 율리 지역에 3.3㎡당 100만 이하의 가격으로 이주택지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고 주민들은 이를 믿고 평생을 살았던 고향을 떠나 율리 택지조성지구의 분양 날만 손꼽아 기다려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율리 택지지구 공사는 진척이 더뎌졌고 이미 흩어져 버린 주민들은 답답해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시는 사업 시행자가 수립해 실시해야할 이주대책 업무를 울산도시공사로 이관해 버렸고 도시공사는 지난 1월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3.3㎡ 당 평균 170만원에서 260만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이를 알게 된 이주민들은 시가 당시 약속한 땅값대로 택지를 공급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용암리 오대·오천마을 주민 50여명이 지난 2월 27일부터 20여일째 시청 서편 입구를 중심으로 울산시의 이주대책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는 시가 주민들에게 보상한 보상비의 2배가 넘으며, 당초 약속한 가격보다 3.3㎡당 평균 170만원이나 웃도는 돈이다.

울산시는 율리 택지예정지구 공사가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오는 2014년 완공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고 업무는 도시공사에서 주관하고 있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이주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현재 울산도시공사는 율리 지역 19만3000㎡ 부지에 공동주택 1189호, 단독주택지 125필지를 조성, 2013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이종달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은 "주민들은 울산시의 이주택지 공급약속을 믿고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전·월세를 전전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이주대책을 세워 줄 것"을 요구했다.

이종달 위원장(57) 인터뷰

3월18일 오후 그와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몹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2월 27일 집회를 연 이후 아직 울산시에서 담당 국장급이상은 누구도 집회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자신도 집회를 하고 있는 91가구처럼 2008년 오대·오천마을에서 살다가 청량면 율리 일원에 건설되고 있는 보금자리 주택 인근 지역에 마련되는 택지로, 3.3㎡당 1백 만 원의 택지 비를 내면 이주택지를 공급해 주겠다는 시의 말을 믿고 지금까지 남구 신정1동 신정초등 인근에서 전세를 살고 있고 오는 11월이면 또 다시 세 번째 전세를 옮겨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

그는 함께 이주했던 주민들 대부분이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당초 시가 주관했던 이주 사업이 중간에 시 도시공사로 이관되면서 사업의 전반적인 부분이 바뀌어 버렸고 시 도시공사는 시가 약속한 3.3㎡당 1백 만 원의 택지를 배 이상 높여서 공급 하겠다고 하면서 집회가 열리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주민들의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되면서 이들은 집회 비용도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오래 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시청 고위 관계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서 집회는 장기전으로 돌입했고 방송시설을 임대하는 비용을 비롯해 집회 참가자 식사비용까지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집회가 계속되면서 받아낸 것 중 하나가 20일 시 도시공사 사장과의 면담이다. 그는 어떤 결과를 해결한다는 것 보다 우선 만나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008년 마을을 떠날 때 주민들이 시가 정한 3.3㎡당 1백 만 원의 땅값을 받으면 나중에 율리 공공용지 공급 때도 같은 값으로 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만이 이주민들을 살리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했다. 또 과거 부곡 이주민들처럼 시가 나서서 무이자로 금융권과 연결해 이주민들이 건축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며 나름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울산시 도시공사 측 입장

울산시 도시공사는 오대·오천 마을 이주민들의 집회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법령 기준 이외는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오후 전화 통화한 도시공사 관계자는 “노인들이 추운데 바깥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택지공급 기준에 따른 처리 이외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28일부터 도시공사에서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용지매입신고를 받고 있으며 18일 오후 현재 30% 정도가 신청을 했으며 오는 29일 도시공사 회의실에서 용지추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3㎡당 1백70만원에서 1백80만원까지 예정돼 있는 택지를 이주민들에게 추첨으로 분양하겠다는 것이 시 도시공사 측의 현재 입장이다. 21일 이주민협의회와 시도시공사측의 만남에 대해서도 아직은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고 시도시공사측은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주민들에게 공급되는 택지는 준공기일이 2014년 4월이라며 그때까지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오천마을 어떤 곳인가

80년대 ‘모기마을’로 유명세를 치렀던 울주군 청량면 오대·오천마을은 한때 100여 세대가 넘을 만큼 번성했던 곳이다.

지난 1980년대 초 마을 인근에 울산석유화학공단이 조성된 이후 이곳 주민들은 25년 여 동안 모기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석유화학단지에서 배출된 각종 오.폐수는 마을 한 가운데의 하천으로 흘러들어 수만평의 늪지대를 형성하면서 마을 곳곳이 모기 집단 서식처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울산석유화학 단지와 온산 비철금속단지의 중앙에 위치했던 오대.오천부락 1백14가구 3백50여명의 주민들은 들끓는 모기떼와의 전쟁을 연례행사처럼 치러야 했다.

특히 비오는 날이 많게 되면 모기 서식환경이 양호해지면서 마을 주변 수만평의 습지에서 서식하는 모기떼는 낮과 밤이 없을 정도로 마을주민들을 괴롭혔다.

심지어 모기떼로 인해  낮에도 집밖을 나가지 못하고 방충망을 얼굴에 쓰고 들일을 해야 하는 모습이 언론에 통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울산시는 궁여지책으로 하루에 유충 1천마리를 잡아먹는 모기 유충의 천적 미꾸라지 6만마리를 저습지 등에 방류하고 매일 연막과 분무 소독, 저습지 갈대밭 태우기 등 모기 박멸에 힘을 쏟았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대오천 마을은 지난 2005년 6월 9일 울주군 청량면 용암리, 온산읍 처용리 일원 총 249만1,663㎡ 가 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이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주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지 못한 채 개발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어 울산시는 지난 2008년 7월 청량면 율리 문수산 입구 19만3천여㎡를 2011년까지 택지로 개발해 신일반산업단지 건설지구에 포함된 청량면 오대·오천마을 110가구 등 모두 3천270여명을 수용할 계획을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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