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릴만큼 깨끗한 산세가 으뜸'
'눈이 시릴만큼 깨끗한 산세가 으뜸'
  • 정은영기자
  • 승인 2013.04.17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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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두동면 치술령 전원마을
▲ 울주군 두동면 만화리 박제상 유적지 왼편 구릉 곳곳에 서양식 주택과 전통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전원마을이 조성돼 있다. ‘치술령’과 연화산이 병풍으로 둘러져 있어 산세가 아름답고 맑은 날에는 눈이 시릴 만큼 공기가 깨끗하다.

밭보리가 성큼 자랐다. 4월 초순에만 해도 밭고랑 흙이 더 많이 드러난 보리밭이 푸릇푸릇해진다 싶더니 중순으로 들면서 아예 파란 양탄자를 깔아놓았다. 연녹색 보리밭은 농부들의 김을 매는 손길이 바쁘다.

도시 사람들은 주말이면 주변 산으로 등산을 가던지, 드라이브를 하면서 휴일을 보낸다.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산골의 수채화 같은 전원풍경을 동경하게 된다. 나는 언제쯤 저런 곳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꾸지만 살다보면 쉽지 많은 않다.

어디에, 얼마만큼 예산을 들여서, 내 맘에 쏙 드는 집을 지을까 하는 것은 위험한 사업구상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자칫 가족들과 다툼이 빚어지는 이유가 된다. 비둘기 둥지처럼 아름다운 집을 지어 사는 꿈,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시내에서 멀지 않는 두동면 치술령 자락이다.

이곳은 주민들이 말하듯 울산의 강원도라고 할 만큼 기온차가 심한 곳이다. 박제상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오는 치술령 망부석을 중심으로 분지형태의 넓은 지형을 갖춘 두동면 은편리, 만화리 주변은 20여 년 전 대학이 들어선다는 말이 나돌면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 곳이다.

이 일대에 대학이 세워진다는 소문이 나돌 그때는 땅값도 엄청나게 비쌌다. 하지만 대학 설립이 풍문에 지나지 않았고 꼭짓점에서 땅을 샀던 사람들은 큰 손해를 봤던 곳이다. 지금은 한적한 농촌마을로 남았고 목가적 풍경이 발길을 붙잡는다.

▲ 치술령 아래 자리한 전원주택 인근에는 곳곳에 벚꽃이 만개해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전원마을로 조성된 이 일대 몇 곳을 집 짓고 살기위해 터를 찾는 마음으로 둘러 봤다. 범서읍 중리를 지나서 두동면 은편리로 들어서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분이다. 범서읍 지장 워터파크 까지는 오르막이 이어지는 고갯마루다.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고갯마루를 넘어서도 산길이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지장과 은편이 만나는 고갯마루에 서면 강원도 강릉에서 대관령에 오르는 느낌처럼 더 넓은 분지가 확 펼쳐지는데 놀라게 된다. 멀리 치술령 망부석이 보이고 은을암 가는 길과 마주한다. 왼편 연화산 중턱에 조성된 전원마을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 마을은 이 일대에서 전원마을로는 원조 격이다.

산 벚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는 풍경이 좋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길가 집들은 길손들을 위한 찻집과 음식점들이 제법이다. 아마 이 길을 통하면 불고기 특구로 유명한 봉계, 더 가면 경주 삼릉으로 나가는 길목이라서 그런가보다.

연화산을 등지고 치술령을 마주하면 펑퍼짐한 구릉 곳곳에 옹기종기 마을들이 모여 있다. 맑은 날에는 눈이 시릴 만큼 공기가 깨끗하다. 은편리를 지나 박제상 유적지가 있는 만화리로 들어서면 집 뒤로 치술령을 배경으로 한 전원마을들이 눈길 가는 곳마다 있다.

어찌 보면 난 개발로 치부해 버릴 만큼 곳곳이 파헤쳐져 있다. 만화리 입구 화전교회와 도랑을 사이에 둔 곳에는 한국전통건축학교는 한옥들이 한마을을 이루고 있다. 그 주변에는 서양식 전원주택들도 있지만 한국전통건축학교는 한옥으로 조성돼 눈길을 끈다.

이곳을 지나면 박제상 유적지와 마주하게 된다. 유적지 입구 왼편에 한때 ‘치술령 가는 길’찻집이 있었다. 이 찻집을 지나 월평마을로 들어서면 온 산자락이 전원마을 단지다. 곳곳에 분양광고 현수막이 걸려있다.

축대가 높은 곳이 많이 보였다. 상월평과 하월평으로 나눠지는 이곳은 이미 오래전에 지어진 전원주택들이 있고 산자락을 타고 치술령 정상으로 가는 길을 중심으로 거대한 전원마을 터가 조성되고 있다.

전체 마을을 앵글 안에 밀어 넣고 사진을 찍는데 집 주인인 듯 한 사람이 사진을 왜 찍느냐며 시비조다.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사는 사람치고 인심 한 번 고약하다. 이런 사람들과 담장을 대고 살지 않는 것만 해도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원주택을 짓지 않고 구입할 경우는 꼭 이웃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웃에 인심고약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면 집이 아무리 좋아도 포기해야 한다.

월평마을 일대를 둘러보면서 이것은 아닌데 하는 아쉬운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조망권이 확보되고 경치가 좋은 터는 하나같이 수목들이 다 잘려 나갔고 어김없이 전원마을 분양 현수막이 걸렸다. 산 계곡에는 자연석으로 옹벽을 쌓았다. 아름다운 계곡은 흔적도 없다. 산자락 곳곳에 핀 벚꽃이 그나마 과거에 산이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분지형태의 넓은 지형을 갖춘 두동면 은편리, 만화리 주변은 20여 년 전 대학이 들어선다는 말이 나돌면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 곳이다.

앞으로 더 이상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일대가 전원주택지로는 조건이 좋다. 땅값이 다른 지역보다 약간 비싸다는 것이 흠이다. 교통편은 경주 삼릉까지 10여분이면 가능하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현재는 경주 톨게이트를 이용하지만 수년 후 봉계 나들목이 완공되면 지금보다는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

울산시내까지는 30여분 걸리는 것이 약간 부담이다. 그리고 겨울에 눈이 내리면 울산시내 출입이 힘든 것이 다소 흠이다. 하지만 봉계불고기 특구가 있어서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산골이지만 들판이 넓어서 농작물이 풍부하다는 것도 전원주택단지로서 좋은 조건이다.

치술령과 연화산이 병풍으로 둘러져 있어 산세가 아름답다. 특히 연화산은 산 벚꽃이 다른 지역 산들에 비해 많다. 곳곳에 핀 벚꽃이 도심의 벚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만약 작은 텃밭이라도 가꾸고 살만한 곳을 찾는다면 추천해보고 싶다.

내가 집 지을 터를 고른다면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은 곳이다. 토박이 주민들의 인심은 정말 후하다. 집짓고 살고 싶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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