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산 아래 산벛꽃속 유럽의 알프스
정족산 아래 산벛꽃속 유럽의 알프스
  • 정은영기자
  • 승인 2013.05.05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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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촌면 은현리 전원주택들
▲ 정족산을 배경으로 층층히 조성돼 있는 자연마을은 늦게 핀 산 벚꽃속에 묻혀 유럽의 알프스를 연상케 한다.

여름이 완연하다. 2~3일 전만 해도 겨울옷이 대세였다.

오늘아침은 방안에서부터 겨울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었다. 여태 입었던 겨울옷을 벗자마다 반소매 옷을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연녹색 나뭇잎은 자꾸 녹색으로 짙어가고 있다. 이미 여름은 우리 곁에 와 버렸다.

웅촌면 은현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야는 엊그제 비가 내려서 초록은 더욱 빛을 발했다. 웅촌면 은현리 정족산 자락 전원주택 단지가 저 멀리 시야에 잡혔다. 웅촌 은현리 논에서 농부들은 논물을 가두느라고 분주하다. 시내에서 30여분 소요되는 곳으로 은현리는 사람살기가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 마을 입구의 소나무 터널을 보면 덕산마을 사람들의 심성이 곧고 바를 것 같다.

일 년여 만에 찾아간 은현리는 주변이 한창 바뀌고 있었다. 근래 들어 우사를 개조한 공장들이 입주하면서 푸른 패널로 지붕을 한 공장 건물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 깨끗하고 조용하다. 선사시대 대표적 유적인 검단리 유적이 있어서 우선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이 까다로웠던 것 이곳의 개발을 늦추었기 때문이다.

오늘 찾아간 곳은 은현리 덕산마을 일대이다. 외부에서는 그냥 은현리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자연마을인 덕산마을이 있고 그 주변 산지를 개발한 것이 오늘날 은현리 전원주택 단지 형태다.
웅촌면사무소를 지나 5분여를 들어가면 검단초등학교 팻말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바로 검단교회가 보이고 교회를 지나 서편으로 정족산을 바라보면 무제치늪으로 가는 길이 황토를 드러내고 가르마처럼 누워있다.

▲ 웅촌면 은현리로 들어서면 확 터인 농지를 가로질러 붉은 색 전원주택이 시야에 들어온다.

은현리 전원마을, 그러나 큰 길에서 이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가 눈에 띄지 않는다. 경운기나 트랙터가 다니는 논 길 외는 없다. 그렇게 해서 은현리 마을만 바라보며 갔는데 신암 마을회관 앞 버스종점이다. 이곳까지 울산시내버스가 운행한다. 여기서부터는 마을버스가 각 마을을 돌며 교통편의를 제공한다.

은현리 덕산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종점 가게에 들어가 물었더니 다시 돌아서 50여m를 가면 황토색 타일 건물이 있고 그 사이로 덕산마을 진입 입간판이 붙어 있다고 한다. 덕산마을로 가는 길 양쪽은 논바닥을 드러낸 논들이 대분이고 군데군데 ‘흙 받습니다’라는 팻말이 보였다.

덕산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소나무 숲이 너무 멋있다. 어느 마을이건 간에 입구 소나무가 그 마을을 상징한다. 덕산마을 사람들의 심성이 곧고 바를 것 같다. 소나무 숲을 지나자 곧바로 덕산마을 회관이다. 회관 앞에는 200여년은 족히 넘을 성 싶은 팽나무 한그루가 있다.

▲ 덕산마을 회관 앞에는 200여년은 족히 넘을 성 싶은 팽나무가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덕산마을 회관을 지나 진입하는데 도로가 비좁다. 전형적인 농촌마을 길이다. 길옆으로는 개울이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밤에 운전을 조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덕산마을 회관 주변은 자연마을이 바둑알처럼 곳곳에 흩어져 있다. 꼭 하수가 몇 점의 바둑알을 깔아놓은 것 같다.

정족산을 배경으로 마을이 조성돼 있다. 자연마을을 우로 하고 좌측 300여m 에 걸쳐 유럽의 알프스 산자락에 있어야 할, 그림보다 아름다운 집들이 늦게 핀 산 벚꽃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황홀하다. 다른 지역 전원마을처럼 한집 한집이 크지 않고 그저 그런 것 같지만 음악이 하모니를 이루듯 이 역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집집마다 햇볕이 마당 가득 내려와 있다. 좀 더 진입을 하니 규모가 큰 우사가 있었고 이곳에서 보면 마을 전체 전경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은현리 들판을 내려다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조망권이 압권이다.

솥발산 산자락에 살면서 부터
마당에 놓아둔 나무 책상에 앉아
시를 쓴다. 공책을 펼쳐놓고
몽당연필로 시를 쓴다

이 시는 한때 이곳에서 살았던 정일근 시인이 쓴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의 일부이다. 그 역시 이곳에 살면서 시를 썼다. 정 시인이 아니라도 이곳에 살면 누구나 그냥 시가 써지고 수필, 소설이 거미줄처럼 줄 줄줄 몽당연필심을 헤집고 나올 것 같다.

은현리에 살면 여분으로 정족산 무제치늪을 정원으로 가질 수 있다. 무제치늪은 이 마을에서 머지않다. 한달음에 갈수 있다. 무제치늪은 지구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늪이다. 무제치늪 가운데로 목재 데크가 설치돼 있다.

그리고 검단초등학교가 있고 웅촌 중학교가 있어서 학군도 괜찮은 편이다. 무제치늪을 지나 천성산과 이어지는 산길은 울주군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명품산행코스로 이름 해도 좋다.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충고를 하자면 집을 짓기보다는 이미 지어진 집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근 부동산에 들르면 자연마을 가운데 더러 있는 집들을 소개해 준다. 짓는 것 보다 절반 값에 구입이 가능하다. 땅값은 비싼데 지어진 집은 싸다. 아이러니 하지만 사실이다.

▲ 전원마을처럼 한집 한집이 크지 않고 그저 그런 것 같지만 음악이 하모니를 이루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집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상한 습성이 있다. 꼭 지어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집을 짓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처음 집을 짓는 사람들은 욕심을 낸다. 실패하는 첫 번째 조건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집을 다 짓고 나면 마음에 들지 않아 건축업자와 실랑이를 하는 것이 다반사다.

만약 집짓기를 고집한다면 주의할 것은 남향인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소를 키우는 우사가 주변에 없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소를 키우는 우사가 이웃이라면 훗날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

돌아보니 은현리 덕산마을은 소를 키우는 우사가 한곳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을회관 입구에서 멀지 않았다. 우사를 지나서 정족산 자락으로 터를 잡으면 상관이 없다. 은현리에서 신암 마을 고개를 넘으면 웅촌 대복고개와 양산 통도사, 언양 반천으로 연결되는 길이 나온다. 산골이지만 교통편은 사통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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