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응석
어머니의 응석
  • 강경수
  • 승인 2013.05.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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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요란하고 시끌벅적했다 싶더니 엊그제는 ‘어린이날’이었다.

그리고 있는둥 없는둥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어린이날’이 정식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1975년 부터이고 ‘어머니날’이 ‘어버이날’로 바뀐 것은 1973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하릴없는 바깥양반들이 ‘어린이날’도 있고 ‘어머니날’도 있는데 왜 ‘아버지날’은 없느냐고 트집을 잡던 시절이었다. 안그래도 각종 기념일을 정비하려던 정부는 ‘어머니날’에 ‘아버지’를 억지로(?) 집어넣어 ‘어버이날’로 만들었다.

따로 ‘아버지날’을 기대했던 싱거운 아버지들은 반쪽이나마 끼인 ‘어버이날’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그때 이미 노인 대접을 받아왔던 우리 아버지 세대나, 처음으로 아버지 반열에 들게 된 우리는 ‘어버이날’이 쑥스러웠다. 그냥 ‘어머니날’ 이면 됐지‘아버지’가 뭐 한게 있느냐는 생각에서다.

하기사 어머니야 아이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늬느라 고생을 하셨으니 잔치상을 받아도 독상을 받을만 하지만 아버지야 항상 곁다리 아니였던가 사실은 이 핑계 저 핑계로 기념일 만들기 좋아하는 미국도 별도의 ‘아버지날’이나 어정쩡한 ‘어버이날’ 같은 것은 없었다.

한 때 6월 셋째 일요일 을 ‘아버지날’로 잡아 홀아비를 위로한 적은 있었다.  일찍 어머니를 여윈 딸이 혼자 손으로 자식을 키워준 아버지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도 지금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어머니를 일찍 잃고 아버지 손에서 자란 자식들이야 아버지 은혜가 태산같을테니 ‘아버지날’이면 어떻고, ‘어버이날’이면 어쩌랴. 그건 그렇고, ‘가정의 달’ 이자 ‘어린이날’이니 ‘어버이날’이니 하는 5월에 참으로 우울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노인을 학대하는 가해자중에는 아들이 으뜸을 차지한다는 조사보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관내 노인보호전문기관 두 곳에 접수된 노인학대 사례를 분석발표했다.

신고된 학대 사례 458건 중 가해자가 아들인 경우가 193건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그 뒤는 배우자인 남편이거나 아내였다. 놀랍게도 딸이 부모를 학대한 경우도 66건으로 15%나 됐다. 며느리의 학대는 31건(6.8%)에 불과했다.

학대 유형으로는 정서적 학대가 337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신체적 학대였고, 방임과 경제적 학대는 각각 117건과 87건의 순이었다. 자식인 아들과 딸, 그리고 배우자나 며느리가 한 정서적 학대란 한마디로 구박을 뜻한다.

나이든 부모가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되거나 질환등의 신체적 부담을 줄 때 하는 학대행위다. 한마디로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로 부모를 인식한다는 뜻이다. 다음의 신체적 학대는 부모의 간섭이나 나무람에 대한 반발행동이다. 아니면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이 부모에 대한 손찌검으로 표출되는 경우다.

노인부모를 학대한 가해자 중 40%가 아들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지 않다. 늙은 부모를 정서적으로 또는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것 못지않게 그냥 방임하거나 경제적으로 핍박을 주는 것 또한 패륜에 가깝다.

홀로 사는 노인가구가 늘고 죽음마저 혼자 맞이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부모란 아무리 높은 지위나 재산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고독하거나 사랑의 혜택을 받지 못하면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하물며 명예나 재산도 없이 홀로 살거나 자식들로부터 냉대를 받게되면 그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 “자식들에게 둘러싸여 숨을 거두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아흔두살의 어머니가 6년째 노인병원 신세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더니 점점 응석받이로 변해가고 있다. 아들 둘에 손주 둘인 나더러 장가 안간다고 성화다. 되지도 않은 잡문 나부랭일랑 그만 접고 ‘어버이날’ 내늙은 어머니랑 응석이나 주고 받을까 한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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