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 암각화 수장이 차라리 낫겠다.
만신창이 암각화 수장이 차라리 낫겠다.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13.05.0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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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를 놓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대립과 충돌을 계속하고 있다. 어느 한쪽도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려 하지않고 타협이나 절충의 의지도 없어 보인다. 급기야 서울의 문화관계 단체및 전문가들이 문화재청이 고수하고 있는 ‘사연댐 수위조절안’을 찬성하고 나섰다.

덧붙여 울산시의 ‘생태제방안’에 대해서는 반문화적 발상이라며 성토하기에 이르렀다. 보다못한 울산지역 시민단체등도 문화재청을 윽박지르고 울산시를 편들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치권까지 암각화 문제에 끼어들어 난리다.

지난 2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반구대 현지를 방문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암각화 구출을 위한 ‘임시제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암각화부터 건져내고 ‘수위조절안’이던 ‘생태제방안’이던 시간을 두고 최종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업이니 만큼 새누리당 지도부와 같은 당 일색인 지역 국회의원들이 당면 현안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반구대암각화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특정정당만의 입장 표명보다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현지 실사와 해결책 제시가 더 설득력 있었다는 지적이다. ‘잉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고 최근 가만있던 지방의회마저 한 수 거들고 나섰다.

울산시의회 야당의원들은 임시회를 통해 암각화 해법으로 제시된 울산시의 ‘생태제방안’과 새누리당의 ‘임시제방축조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낼 태세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소속 울산시의회 서동욱 의장은 전국 시도의장협의회측에 반구대암각화 현안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맑은 물 확보 대책과 생태제방 설치안을 지지해줄 것을 건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도의장협의측은 울산시의회 의장의 건의문을 공식 채택해 사실상 울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당연히 전국시도의장협의회 이름으로 문화재청에 ‘생태제방안’ 수용 촉구결의문이 전달될 것이다.

그러나 전국시도의장협의회가 반구대암각화 문제에 대해 평소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도 의문이고, 또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각기 다른 보존방안에 대해 어떤 연구검토 과정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보다도 의장협의회란 단체가 이런 미묘한 현안에 대해 건의니 촉구니 하는 입장 표명을 해도 되는 것인지 조차 애매하다.

물론 반구대암각화 문제가 울산시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문화재청과 울산시만의 고충꺼리가 아니란 것은 인정한다. 전국적 관심사이니 만큼 시.도의회가 어떻게든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다.

문제는 ‘가재 게 편들 듯’ 해서는 안되고 적어도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쌍방 주장을 들어보는 성의 정도는 보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최근 청와대까지 암각화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해결책을 내놨다는 점이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암각화 보존과 울산시의 식수문제는 동시 해결해야할 사안”이라며 “어느 하나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들다 함께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련 부서 수석이라고 반구대 암각화 문제에 대해 무슨 뽀족한 해법을 기대할 수야 없겠지만 이건 ‘하나 마나’ 한 발언이다. 그리고 이와 한치도 틀리지 않은 언급이 이미 2002년 최초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나왔다.

해도 해도 안되니 별별 헛소리가 다 나오고 되도 않은 정치단체까지 끼어드는 형국이다. 차라리 이미 만신창이가 된 암각화를 물속 고이 두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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