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녀채용논란 더 지켜봐야...
현대차 자녀채용논란 더 지켜봐야...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13.05.2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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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단체협약 제96조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을 고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업무능력과는 관계없이 조합원의 배우자나 자녀를 고용한다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대를 이어 고용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회 일각에서는 사회적 통념에 어긋난다는 비난이 있었다. 또 조합원에 대한 특혜이며사회질서에도 위배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대차 노사의 이런 자녀우선채용 단협에 대해 최근 법원이 무효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울산지법은 지난 16일 정년퇴직 후 폐암으로 사망한 K씨 유족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고용의무 이행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게 관련 재해보상보험법과 민법에 따라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유족이 주장한, 대를 이어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식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현대차 노사의 고용보장 단협 조항이 사용자의 인사권을 침해하고 단협으로 규정 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며 단협자체가 무효라고 밝혔다.

아무리 노사가 합의를 통해 규정한 조항이더라도 대를 이은 고용보장은 위법이라는 취지이다. 재판부는 이와함께 “일반의 누군가가 가질 수 있었던 한 평생 노동의 기회를 그들만의 합의로 분배하는 것은 사회가 동의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우리 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질서에도 위배될 뿐아니라 민법상 선량한 풍속에도 맞지 않는 약정”이라고 덧붙였다. K씨는 지난 1979년 현대차에 입사해 열처리업무에 종사하다 2009년 정년퇴직했다.

이후 폐암으로 치료를 받던 중 2011년 사망했다. K씨 가족들은 같은 해12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폐암이 재직중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질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가족들은 현대차에 단협 규정에 따라 자녀 1명을 채용해 줄것을 요구했다

이에대해 회사측은 “K씨는 2009년 퇴직했고 사망할 할 당시 조합원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에 단체협약 상 우선채용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결국 K씨 가족들은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위로금 부분은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고, 우선채용은 규정 자체가 무효라며 회사측 주장을 수용했다.

이번 판결은 유족 고용보장을 골자로 하는 노사 단협 조항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를 다룬 판결로, 그 의미와 향후 상급심의 최종 판단이 관심거리다. 또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지 않지만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을 실시해 온 국내 다른 기업에 미칠 파장도 클 전망이다.

이번에 현대차 ‘일자리 대물림’ 소송에서 재판부가 다룬 특정 기업의 자녀 우선 채용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논란이 돼왔다. 말하자면 사회 정의와 사회질서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등이다. 가뜩이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현실임에도 특정기업만 유족 고용을 보장한다는 것은 도덕성에도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재 현대차 생산현장에 근무하는 상당수 조합원들은 이번 법원 판결과 사회여론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번 경우처럼 자녀 우선 채용 사례가 일년에 한 두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또 가장을 잃게 된 유가족들의 생계 지원 목적의 단협이 마치 특혜나 부도덕한 노사 밀약으로 비춰진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신들도 똑같은 처지에 놓일지도 모를 현직자 입장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릴 때까지 얼마나 신중을 기하고 고심했는지도 헤아려 봐야 한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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