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가슴, 그리고 실력
머리와 가슴, 그리고 실력
  • 강경수
  • 승인 2013.06.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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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장수는 지장(支裝)이라 불린다. 덕장(德裝)은 속이 깊고 품이 넓다, 맹장(猛將)은 용맹이 넘치고 기상이 뛰어나 맹장이다. 장수나 리더를 따져들면 이렇게 지장과 덕장, 맹장으로 나뉜다.

지장은 대개 본시부터가 똑똑하다. 때문에 혼자서 판단하고 처방한다. 이상적인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거나 이성적인 판단으로 상황을 통솔한다.

자기 능력만 믿고 판단하기 때문에 인간미가 부족하고 구성원간의 결속력이 약하다. 조직은 리더의 결정만 쳐다보고 있어 수동적이거나 책임감이 없다. 만일 리더의 판단이나 결정이 잘못될 경우 조직 전체가 마비되거나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 그래서 아래 사람들은 지장을 속일려 해도 속일 수 없다.

덕장은 지장과는 사뭇 다르다. 부드럽게 감싸 안을 줄 안다. 아래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조직을 융화시킨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 조직의 존경을 받는다. 조직원들은 말발이 서서 능동적인 자세로 임한다.

그러나 덕장에게도 약점은 있다. 사람 좋다는 소리와 함께 줏대를 의심받는다. 베풀기만 하고 위엄이 없으면 아무리 잘해 줘도 아래 사람이 허술히 본다. 때에 따라서는 기어오르기 까지 한다.

중심이 흐트러지거나 흔들리게 되면 조직이 갈팡질팡 와해되기 일쑤다. 덕장은 속일 수는 있지만 차마 못 속인다. 맹장은 열정적인 리더십으로 단번에 조직을 장악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간다. 리더와 아랫사람이 일맥상통하고 매사가 일사불란하다.

때로는 놀라운 성과와 함께 기염을 토한다, 그러나 맹장 밑의 장졸들은 좀체 기를 펴지 못한다, 상명하복으로 길들여져 평상시에는 조직의 창의력이 발휘되지 못한다. 리더의 오판 때문에 방향이 잘못되었을 경우 대책마련이나 수습이 어렵다.

해서 맹장은 무서워 감히 속이지를 못한다. 지장과 맹장은 자기 확신이 강해 아래 사람의 생각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위엄만 있고 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덕장은 소통과 화합으로 원만한 성과를 이룬다.

위엄을 갖추지 못한 것이 흠이다. 속일래야 속일 수 없는 지장은 삭막하다. 인간미가 없다. 차마 못 속이는 덕장은 딱하고 안쓰러운 구석이 있다. 감히 속일 엄두를 못내는 맹장은 억세고 거칠다. 지장과 덕장은 아예 아니고, 맹장은 턱도 없다면 그건 무능한 장수이니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지장과 덕장, 맹장에게서 문제는 지혜와 덕망과 용맹의 조화다. 지혜만으로 안되고, 덕만 내세워도 위험부담이 따른다. 더우기 위엄만 갖춘다고 만사형통될 리는 없다. 머리와 가슴, 그리고 실력이 균형을 이루어야 진정한 리더이다. 허나 전장에서 어디 그런 장수가 흔할까. 그저 바람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을 즈음해 언론사마다 평가를 쏟아냈다. 어떤 신문은 여론조사를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를 살폈다.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앞으로는 더 잘 할 것이라는 기대치도 높게 나타났다.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었던지 어떤 매체는 박 대통령 취임 100일에 대한 분석을 전문가들에 맡겼다. ‘보통’ 이라는 평가다. 역시 각계 전문가들도 지난 100일의 국정운영은 “그저 그랬지만 앞으로는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분야별 평가에서 박대통령은 외교안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에 대해 수세적 자세보다는 공세적 태도를 취한 것이 옳았다는 평가다.

그런 효과 때문인지 최근 북한은 유화적 제스처로 남한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일반 여론조사나 전문가 평가에서도 박대통령의 정치리더십은 부정적이다.

혼자서 이것저것 다 챙기는 스타일도 그렇고, 사람보는 안목도 수준 이하라는 것이다. 장수로서 박대통령은 출전 100일을 경험했다. 이제는 머리와 가슴 그리고 실력이 균형을 이루는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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