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교육
빵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교육
  • 강경수
  • 승인 2013.07.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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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陳家)의 결혼식’ 이라는 중국 고사에는 여러가지 동물들이 등장한다. 중국판 ‘이솝우화’나 다름없다. 결혼식장에 쓸 가축을 잡아야 하는데 다들 제 쓸모만을 내세운다.

거위를 잡으려 하자 “나는 알을 낳고 집을 지키니 별 볼일 없는 저 수탉을 잡으시오” 한다. 수닭은 화를 내며 “나 없이 새벽을 어떻게 알려 하오” 하고 대든다. 거위도 닭도 버거웠던지 주인이 이번에는 양에게 다가선다. “겨울에 헐벗고 싶으시오. 일 않고 빈둥대는 저 개를 잡는 게 어떠하오 ”라며 미룬다.

개는 양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은혜도 모르는 놈! 늑대를 누가 막아 주길래?” 라고 따진다. 마음이 여린 주인이 하는 수 없이 말에게 눈길을 보낸다. “먼 데 까지 갈 수 있는 건 누구 덕택이오. 같은 등이라도 소등과 다르지 않소” 라고 뻗댄다. 잠자코 있던 소가 “나 없이 그 넓은 밭을 어찌 매려 하오”라고 맞선다.

하잘 것 없는 짐승이라도 타고난 재주나 쓸모가 있는 법이라는 얘기다. 짐승도 짐승마다의 고유한 자질이 있어 함부로 우열을 따질 수 없다는 진리이기도 하다.

한 때 우리네 교육현장에는 우열반 분리교육이 실시된 적이 있었다. 교육적 효과를 높이는 실리적 방법이라는 논리에서다. 학교교육의 근본적인 결함이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직도 초등학교서부터 아이들의 자질을 시험 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의 자질을 살릴 생각은 않고 오직 고식적인 지육(知育) 위주의 교육만 횡행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대학입시 위주의 학과만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그것도 일률적이며 획일적인 방식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역사왜곡과 역사교육 실종문제도 다 이런 입시 위주의 그릇된 교육풍토 때문이다. 호국보훈의 달인 지난달 모 신문이 전국 고등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역사 인식’을 조사해 봤다.

69%가 ‘6.25가 북침’이라고 답했다. 해마다 실시되는 여론기관의 조사에서도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북침의 의미를 잘 몰랐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그렇다면 그것 또한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교육현장에서 역사교육이 무시되고 역사인식이 잘못 전달된 현상을 우리 기성세대들은 뒤늦게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보훈처 산하 보훈단체 중에는 ‘6.25참전유공자회’라는 곳이 있다. 비영리기관인 이 단체는 전국 초.중. 고교생을 대상으로 ‘6.25 바로 알리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나 교육당국의 요청없이 벌써 3년째 학생들에게 6.25 전쟁의 역사적 교훈을 들려주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 1307개 학교 34만6143명이 이들 참전 노병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이번에 ‘6.25가 북침’이라고 답한 고교생들은 이들에게서 미처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교육장에서 졸았거나 했을 것이다. 정부나 교육당국이 나서야할 ‘6.25 바로 알리기 교육’을 참전단체가 총대를 맨 현실이, 그래서 더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해 한 외신은 이런 소식을 국내에 타전했다. ‘세계 후진국들이 배워야할 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60여년만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전시킨 역량에 대한 평가였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절대 닮아서는 안될 모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적의 공격을 받고 국제조사단이 그 적의 실체를 밝혀줬는데도 그 적이 적이 아니라며 떼를 쓰는 국민을 가진 나라”라는 것이다. ‘6.25가 북침’이며 ‘천안함 피폭은 남한의 자작극’이라는 촌극을 비웃고 있음이다.

덧붙여 “자신들의 후손들에게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면서 남의 나라 역사왜곡에는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견해도 보였다. 일본의 억지를 탓하기 이전에 자기 나라 후세 교육부터 제대로 하라는 충고 아니겠는가.

누군가 ‘국민에게 빵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 했다. 그리고 “교육이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르쳐서 스스로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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