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상북면 궁근정리 ‘숲이 마을’
전원생활 상북면 궁근정리 ‘숲이 마을’
  • 정은영기자
  • 승인 2013.07.28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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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헌산을 등지고 자리잡은 전원주택.

덥다. 너무 덥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울산 도심은 올여름 들어 최고 더운 섭씨 35도 수준이다. 초복을 하루 앞두고 울주군 상북면 궁근정리 ‘숲이 마을’을 찾아갔다. 숲이 마을은 울산에 산지 35년 만에 처음 찾아가는 곳이다.

울산 밀양간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라 가다 궁근정 농공단지로 내려서면서 오른편으로 자연석에 ‘숲이 마을’이 새겨져 있다. 그 길을 따라 고헌산속으로 들어가면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 나온다. 그 마을이 숲이 마을이다.

이 마을은 원래 궁근정리 장승마을의 일부였다. 한 시절 전원주택 바람이 불면서 마을 건너 거리 전원주택 단지와 함께 도시 사람들이 한 두 사람씩 찾아와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알려지게 됐고 마을이 숲으로 덮여 있어 숲이 마을로 불리게 됐다.

전부 10여 가구에 불과 하지만 최근 들어 전원주택 전문회사가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현재는 숲이 마을 위 부문에 터를 고르고 대 여섯 채의 집을 짓고 있다.

▲ 정원을 한가롭다.

숲이 마을에서 마주 보는 풍경은 가히 절경이다. 남쪽으로 신불산 공룡능선과 간월산 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영남 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 정상과 쌀 바위, 귀 바위, 상운산 정상까지가 가시권이다. 마을에서 뒤를 돌아보면 고헌산이다.

마을 위치가 묘하다. 고헌산에서 흘러내린 산세가 태화강으로 내려서기 전에 한 번 용솟음친 듯 부드럽게 솟은 곳에 마을이 있다. 운문령까지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다. 고헌산의 품속에 마을을 만들었다. 그래서 고헌산은 이 마을의 주산과도 같다.

마을에서 사진을 찍고 나오다 만난 주민은 겨울에 조금 추운 것 외는 나무랄 곳이 없다며 칭찬한다. 마을 앞으로 낮게 소나무 숲이 있어서 석남사로 가거나 밀양으로 가면서 마을을 볼 수는 없다.

숨어 있는 숲이 마을은 폭염주의보가 내린 도심과는 달리 가정에서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시원하다고 한다. 솔바람이 불어오는 그 틈새로 솔 향이 가득 묻어온다. 마을 주변은 한적한 농촌풍경이다.

 

길가에는 도라지꽃이 만발했다. 마을 입구로 들어가는 길옆 자투리땅에다 누군가 도라지를 심어 놓았다. 집 주변 곳곳이 남새밭으로 꾸며져 있고 들깨와 참깨가 심어져 있다. 무더위를 견디지 못한 들깨는 잎을 돌돌 말아서 수분 증발을 막으며 더위를 참고 있다.

길옆 울타리에는 능수화를 비롯해 원추리가 야생화처럼 피어 있다. 벌써 잠자리들이 날고 있다. 마을이 적막하다. 이 마을 가운데쯤에 덩치가 큰 한옥이 눈길을 끌었다. 대단한 규모다. 처음에는 절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울산 시의원을 지낸 어느 분이 살고 있다고 했다. 집이 참 아름다웠다. 집 앞으로 가뭄에 대비한 저수지가 물을 가득 담고 있다. 저수지 둑에는 물이 깊어서 수영을 할 수 없다는 위험을 알리는 간판이 있다. 시퍼런 물이 보기만 해도 어슬어슬 닭살이 돋게 했다.

이 마을은 파란 하늘을 이고 산다고 해도 된다. 산 중턱에 위치한 마을은 사방으로 탁 트였다. 이런 곳이 있을까, 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난다. 손톱에 꽃물을 들이는데 사용되는 봉숭아꽃도 피었다. 목가적인 풍경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숲이 마을은 울산 남구 무거동 문수고등학교에서 20여분이면 된다. 이곳 땅값은 고무줄과 비슷하다.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기 때문이다. 조용한 전원생활을 꿈꿀 경우 이만한 곳이 별로 없다.

이 마을은 기존 주택들이 거의 없어서 외지인들의 천국이다. 마을 입구를 중심으로 몇 채 있는 토박이 주택을 제외하면 대부분 새로 지은 집들이다. 숲이 마을은 외지인 전용 주거단지로 보면 된다.

토박이 주택들은 아직도 흙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현대와 과거가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지인들이 들어오면서 이 지역의 주거문화가 바뀌고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이 달 말이면 밀양까지 완전 개통이다. 숲이 마을에서 밀양까지 20여분이면 가능하다. 그만큼 도로망이 좋은 곳이다.

교통편은 언양 KTX역까지는 승용차로 5분이면 가능하다. 경부고속도로 이용 역시 편리하다. 부산과 양산, 경주와 울산 시내가 비슷비슷한 거리다. 5일장으로 열리는 언양 장을 주로 이용하지만 마트가 발달해 있어서 물품 구입에 불편은 없다.

산책 코스로는 마을에서 오른편으로 고헌사 방향의 샛길이 있다. 지금은 논 마다 벼들이 쑥쑥 자라서 빈틈없이 논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가끔 만나는 철없는 코스모스가 반갑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논두렁길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숲이 마을은 겨울 풍경이 어느 지역보다 아름다운 곳이다. 울산에서 유일하게 눈이 내리는 영남 알프스가 정원이 된다. 보지 않고는 말 할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이다. 비가 내리는 풍경 또한 멋있다.

울산 시내에서 살다 이곳에 터를 잡은 사람들이 제법 된다. 다른 지역 전원주택들은 부산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곳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바람에 울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곳을 찾는다면 숲이 마을을 권하고 있다.

 

숲이 마을은 누구나 그냥 살고 싶게 만든다. 아직은 산색이 무서우리만치 시퍼런 여름이다. 아름다운 단풍물이 드는 가을이 오면 이 마을은 동화속의 마을로 바뀌게 되고 마을 사람 모두는 시인이나 수필가가 될 것이다.

울산에서 동화속의 마을을 찾는다면 고헌산이 품어버린 숲이 마을을 권한다. 숲이 마을은 도심에서 오염됐던 눈과 귀, 코를 단박에 씻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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