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담이 덕담?
악담이 덕담?
  • 강경수
  • 승인 2013.09.0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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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자기 밭에 심은 곡식이 잘 자라지 않자 싹을 억지로 뽑아 올라오게 했다. 그리고는 자라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자랑했다. 보나 마나 싹은 다말라 죽고 말았다.

맹자는 설명을 곁들였다. 덮어놓고 많이 가르치고 이것저것 배우게 하는 것은 멀쩡한 싹을 뽑아 올려 죽이고 마는 어리석은 농부의 행동과 같다고 했다.

이게 다 욕심때문이며, 정색을 한 매질보다는 차라리 가벼운 칭찬이 낫다고 이른다. 또 못나고 어리석다는 야단보다는 애정과 신뢰를 담은 칭찬이 상대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덧붙인다.

퇴계 선생 또한 맹자의 가르침에 따라 ‘훈몽(訓蒙)’이라는 시에 이런 글귀를 남긴다. “많은 가르침은 싹을 뽑아 북돋움과 같으니 큰 칭찬이 회초리보다 나으리” 맹자시절에도 ‘둔마에 매질’보다는 ‘칭찬이 매질보다 낫다’는 철학이 통했는 듯 싶다.

최근 새누리당이 자신들에 대한 칭찬과 격려보다는 욕설과 비난을 자청하고 나섰다. 그것도 자기 당 홈페이지를 통해 ‘새누리에 대한 비난의 메시지’를 접수하는 공모전 포스터도 곁들였다.

살다보니 참 해괴한 일도 있다. 인터넷과 친근하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디스‘는 disrespect의 줄임말 이란다. 인터넷을 누비고(?)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욕이나 인신공격등을 뜻하는 은어로 통한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이같은 ‘디스’의 쓰임새를 이용해 ‘새누리를 발전시키는 젊은이들의 리얼 디스전’이라는 뜻을 밝혔다. 2030세대들을 향해 “뒷통수에 대고 손가락질 말고 앞에서 당당히 욕하라”는 취지다. 굳이 2030세대뿐아니라 6070실버들도 욕을 할 경우가 생기면 뒷담화가 아니라 대놓고 욕을 퍼붓는데도 말이다.

친절한건지, 아니면 어지간히 할 일이 없었던지 공모 주제와 제출형식도 다양하다. 새누리당에 대한 비난과 욕은 물론 충고와 당부 메시지도 포함돼 있다. 손수제작물이나 사진.그림,만화도 환영이고, 자작곡이나 랩등도 사양치 않는단다.

형식이나 방법에 구애받지 말고 SNS(쇼설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맘껏 비웃고 욕하라는 주문이다. 실로 파격이다. 그러나 공모 대상을 제한한 것은 어쩐지 좀 그렇다. ‘욕에 조예가 깊은 청년’이나 ‘정치에 관심없는 청년’으로 국한돼 있다.

조예 정도가 아니라 욕이라면 수준급인 실버세대와 정치에 무관심을 넘어 염증의 지경에 이른 기성세대들은 그냥 구경꾼이다. 그래서 무언가 속셈이 있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욕 얻어 먹을까 봐)본색을 드러냈다.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취약계층인 2030세대에 다가서기 위한 전략이란 실토다. 

‘침묵은 최대의 경멸이며, 무관심보다는 욕이 차라리 낫다’는 진리를 터득한 것일게다. 얄팍하다 못해 어딘가 작위의 냄새가 풍긴다. 이달 31일이 이번 ‘욕 콘테스트’의 마감일이고 욕질의 등수를 정하는 심사 발표도 한참 멀었건만 벌써부터 심사평가가 나돈다.

“온갖 욕지거리에 맞닥뜨린 심사위원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울었다 웃었다 할 만큼 창의적이라는 평가가 따를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 행사를 기획한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늙은 청개구리일수록 억지를 부리고, 엇나가기 일쑤였다.

“하지말라면 하고, 하라면 딴전을 벌이는 것이 늙은 청개구리였다. 그러나 요사이는 젊은 청개구리가 더 능구렁이다. ‘소 귀에 경 읽기’는 젊은 청개구리에 통하는 말이다.

실컷, 그리고 맘 놓고 욕하라는 새누리당의 이번 주문에 ‘2030 청개구리 세대’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아마도 맘먹고 벌인 새누리당의 ‘욕 잔치’에 손님이 없을 듯 싶다. ‘악담이 덕담’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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