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여정은 먼길, 함께 가야돼
정치여정은 먼길, 함께 가야돼
  • 강경수
  • 승인 2013.09.0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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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사에서 요와 순 두 임금은 전설상의 인물이다. 이상적인 정치를 펼친 성천자(聖天子)로 통한다.

특히 요 임금은 백성들을 자식처럼 여기고 어진 정치를 실행하여 태평성대를 구가한 인물이다. 그는 성품이 하늘처럼 어질고 신처럼 박식해 자비롭고 총명한 지도자로 존경받았다. 그렇다고 교만하거나 오만하지 않았으며 항상 스스로의 잘못을 살피고 시정하려 애썼다.

먼 곳에서 인재를 구하고 등용된 백관들은 공명정대하게 다스렸다. 또 신하들의 직언에 관대했고 나아가 백성들의 불만을 몸소 챙겼다. 이를 위해 그는 ‘감간지고(敢諫之故)’와 ‘비방지목(誹謗之木)’을 설치해 소통의 정치를 실천했다. ‘감간지고’는 잘못된 정치가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두드리도록 궁궐 문 앞에 설치한 북을 말한다.

‘감간’은 감히 임금에게 간한다는 뜻이다. 좋은 정치를 위해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도록 한 제도이다. 임금의 정치에 잘못이 있으면 북을 쳐서 시비를 가리도록 했던 것이다. 이도 모자라 요 임금은 궁궐 다리에 나무 네 개를 엮어 기둥을 세우고 이를 ‘비방지목’이라 이름 지었다.

말 그대로 ‘비방지목’은 ‘헐뜯는 나무’이다. 임금의 정치에 불만이 있는 백성이라면 언제나 그 나무기둥에 불평을 적어 알리라는 의도이다. ‘감간지고’와 ‘비방지목’은 백성들에게 정치의 결점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지금의 대자보와 비슷한 관행이 오래 전 중국 고대사에 등장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고 보면 매번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마는 우리의 소통정치가 그저 민망할 지경이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았다. 누구는 이제 출발단계이니 섣부른 평가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제에서 취임 6개월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이는 직접선거로 선출된 역대 대통령이 모두 취임 6개월에 지지율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일반 언론사와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평가도 그렇지만 한국갤럽의 조사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9%대다.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 6개월 지지율 83%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고 김대중 대통령의 56%와는 엇비슷하다. 지지율 수치만으로는 국정운영을 잘했다고 평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만족할 수준 또한 아니다.

그러나 분야별 정책 평가는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잘한 분야는 역시 대북정책과 외교성과다. 대북정책에서 원칙과 일관된 정책이 효과를 봤고 유연하고 실리적인 자세의 외교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대로 외교에서는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지만 문제는 내치다.

그것도 청와대 내부인사와 정부인사가 여전히 낙제점이다. 취임 초반부터 최악의 인사 오류를 범하고도 별반 달라진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 있었던 청와대 고위급 인사의 발탁도 국민이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수첩인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사나 국민통합 부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을 보인 것은 결국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말로만 국민과의 소통이니 대통합이니 해놓고 여전히 ‘불통’을 고집하고 있다. 가히 ‘결벽’ 수준이라는 비난까지 따른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야당과의 관계도 그렇다. 아예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도 않고 소통이나 타협을 시도하려는 의지도 없다.

야당을 정치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의회의 입법기능이 약화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민심을 의식하고 국가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야당과의 타협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것이 곧 국민과의 소통이고 정치의 본질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발등의 불’은 강경한 대북정책이나 유연한 외교 자세가 아니라 소통과 타협으로 일자리와 복지를 늘리는 길이다. 함께 가야 멀리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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