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괘천은 유원지 아니라 명승지다.
작괘천은 유원지 아니라 명승지다.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13.11.28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때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은 울산 최고의 명승지이자 최대 유원지로 통했다.

봄은 상춘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여름은 피서지로 인기가 높았다. 지금은 이 일대를 작천정이라 부르지만 작천정은 정자의 이름이고 냇가 전체가 작괘천이다.

작괘천 일대는 크고 작은 반석과 패인 곳이 많아 술잔을 반석에 걸어 놓은 형상과 같다 해서 작괘천으로 불리었다. 예전엔 산자수명한 이곳에 시인묵객이 북적댔고 상춘인파가 성황을 이뤘다.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인근 언양은 물론 울산시민들의 단골 계모임 장소로 이용될 정도였다. 그러나 작괘천 일대가 유원지보다 명승지로 불린 것은 역사적인 유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곳 반석과 주변 바위에는 옛사람들이 남긴 글이 선명하고 큰 절과 암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작천정 상류 50m 지점의 선무원종공신마애석각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로 5m.세로 2m 크기의 자연석에는 의병활동을 한 선조들의 면면이 새겨져 있다. 또 기미 3.1운동 때 언양의거에 참여한 독립유공자의 ‘3.1 독립운동 사적비’도 이곳이 단순한 유원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런 작괘천이 발원지의 수원이 줄고 온천지역등 위락시설이 늘어남에 따라 수질 오염과 경관훼손이 심해지고 있다. 냇물에 잔을 띄워 술을 마시는 호사는 고사하고 발을 담아 더위를 식힐 일상도 불가능할 정도이다.

현실이 이러할 진데 최근 이 일대에서 벌어지는 도로확장공사로 작괘천의 훼손이 가중되고 있다. 울주군은 최근 작괘천 입구에서 상류 쪽 1.2km 구간에 대해 도로확장공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일부 동호인을 위해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기 위한 구실이다.

이를 보다 못한 이 지역 출신 울산시의회 허모 의원과 일부 주민들이문제점을 성토하고 나섰다. 울산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허 의원은 “무리한 공사로 기존 도로변 벚나무 100여그루가 뽑혀 나가고, 주변의 계곡과 하천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작괘천의 훼손이 가중되는 현실을 외면한 채 관광객 편의를 위한 주먹구구식 공사는 안된다”며 “차라리 ‘차없는 관광 산책로’를 조성하는 것이 훼손은 막고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길” 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사 주체인 울주군에 대해 공사중단과 사업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에 대한 울주군의 반응은 다르다. “기존 도로가 협소해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한 인도확보가 목적이며 계곡 훼손등 무리한 공사 강행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울주군의 이런 답변에도 불구하고 공사현장의 실상은 비관적이다. 전형적인 토목공사를 보는 것처럼 업체 편의위주의 마구잡이 공사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상태로 공사가 계속될 경우 작괘천 원상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 놓고 있다.

오죽했으면 이곳 출신이고, 이 지역을 기반으로 시의회로 진출한 허 의원이 울산시와 울주군에 대해 채찍을 들었을까. 울산 12경의 하나인 명승지에 대한 울주군의 공사 관행이 이러할 진데 다른 토목공사는 어느 정도 수준일지 짐작이 가고 남는다.

울주군은 이번 작괘천 공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허의원의 일리 있는 지적에 귀를 기우리기 바란다. 작괘천 공사는 단순히 유원지 개발공사가 아니라 명승지를 더 명승으로 만드는 사업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