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자들에게
음주 운전자들에게
  • 정은영
  • 승인 2013.11.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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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분다. 겨울이 성큼 다가선 느낌이다. 지난 11월 7일은 입동이었고 지난 22일은 눈이 적게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다. 절기로 보면 분명 지금은 겨울이다.

올해 울산에도 첫눈이 내린지 제법 지났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추억으로 떠나는 가을을 붙들고 아쉬워한다. 그러나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 간다.

예전 같으면 울산은 아직 겨울 분위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지난 며칠은 갑자기 몰려온 추위에 놀라서 두툼한 방한 옷을 입었다. 단풍이 지지 않은 계절에 겨울이 먼저 와버렸다.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면 연말 분위기가 난다. 벌써 몇 단체에서 연말 송연회 일정을 문자로 알려준다. 어떤 모임은 12월이 바쁠 것이라며 11월 말에 송년회를 개최한다고 다짐하듯 문자를 두 번 씩이나 보냈다.

송년회는 열심히 산 한해를 뒤돌아보며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것인데 11월에 개최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 경찰은 이런 단체 모임을 미리 알기라도 하듯 11월 22일부터 내년 1월말까지 전국적으로 매일 음주단속을 실시할 것이라고 예고한 이후 곳곳에서 음주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송연회 보다 그냥 반가운 사람들끼리 만나서 1차, 2차, 3차, 차수를 세며 술을 마시는 것으로 송연회를 생각한다. 이것이 문제다. 심지어 차수를 늘이기 위해 한 식당에서 테이블을 옮겨가면서 술을 마시는 주당(酒黨)들도 있다고 하니 왜곡된 음주 문화는 사회 윤리 차원에서라도 바로 잡아져야 한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주도유단(酒道有段)에서 술을 마시는 수준에 따라 급수를 정했다. 즉 주력(酒歷)에 따라 주격(酒格)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음주에 18단계를 두고 있다.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나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불주(不酒)라 하고 최하위 등급인 9급이라 칭했다.

스스로는 학주(學酒)라 칭하고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이라 했다. 학주는 1급에 속한다. 불주에서 학주 까지가 9단계 급수다. 이 급수를 통과하고 주당(酒黨)으로 입문(入門)하기 위해서는,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인 애주(愛酒) 즉 주도(酒道) 1단부터 시작해 마지막 9단인 폐주(廢酒) 즉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난 사람까지의 주도유단(酒道有段)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조 시인의 주도유단(酒道有段)에 비할 바 아니지만 나름의 음주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음주는 개인의 건강과 사회를 해치는 주요 악(惡)이다. 탈무드에서는 여자가 술을 한 잔 쯤 마시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두 잔 마시면 품위를 잃는다. 석 잔째는 부도덕 하게 되고 넉 잔째는 자멸하고 만다고 했다. 이는 여성들의 음주가 크게 늘어나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 적절한 잠언(箴言)이 아닌가 생각한다.

연말 음주문화는 악마의 달콤한 유혹과 같다. 술을 마신 후 “운전해도 괜찮겠지” 운전석에 앉는 순간 이미 범죄자의 신분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경찰은 음주단속을 사전에 알려주고 음주 단속을 실시하는 데도 음주 운전이 늘어가는 사회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전한 사회문화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음주운전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음주 운전은 나를 망가뜨리고 남까지 망가뜨리는 사회적 범죄행위이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은 아무리 강화해도 모자람이 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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