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가정사로 치부할 일 아니다.
노인학대, 가정사로 치부할 일 아니다.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13.12.06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이라고 유별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울산에서 강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그것도 끔찍한 반인륜적 범행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이라는 지역 이미지마저 손상되는 현실이다.

이번에는 딸이 노모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보도됐다. 계모의 의붓딸 폭행치사 사건이 알려진 지 불과 1개월여만이다. 울산남부경찰서는 최근 존속폭행치사 혐의로 40대 김모 여인을 구속했다. 경찰의 조사에 다르면 김씨는 지난 10월 함께 살고 있던 76세의 어머니를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당초 어머니의 빰을 서너차례 때렸다고 진술한 김씨는 가족들의 신고로 범행이 드러났다. 경찰의 부검결과로는 숨진 노모의 갈비뼈 24개중 12개가 부러졌고 내부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슴이나 배 부위를 얼마나 때렸으면 전체 갈비뼈의 반이 부러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였다면 타고난 망나니나 패륜아가 할 짓이지 온전한 정신의 친딸이 했으리라 믿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금전문제가 사건의 발단이라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딱하게도 숨지기 전의 노모는 병원 가기를 거부했고 딸의 폭행사실도 실토하지 않았다고 한다. 딸의 피해를 염려해서 가족들에게 까지 함구했다 하니 오직 모정만 있을 뿐이다.

사실 아동학대 만큼이나 빈도가 높은 것이 최근의 노인학대 사례다. 전국적 수치도 그렇지만 울산에서도 노인 학대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관계 전문기관의 통계만 보더라도 울산지역 노인학대 건수는 2010년 127건에서 2011년 177건으로 늘어났다.

또 지난 한 해는 332건으로 집계됐다. 노인학대와 관련된 상담횟수 또한 2010년 738회이던 것이 지난해는 2210회로 크게 늘어났다. 사실로 입증된 노인학대 건수와 사실과 다름없는 상담횟수가 이처럼 급증세를 보이는 것은 노인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수치로 드러난 노인학대 건수보다 실제로 일어나는 사례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일선 기관에서 노인문제를 다루는 실무자의 증언에 따른 것이다. 부모 자식 간의 도리와 효.불효에 대한 오랜 관념 때문에 상당수 노인들이 자식의 학대에 외부 노출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하고도 신고는 커녕 상담조차 회피하는 등 노인학대 상당수가 은폐되고 있는 현실이다. 제도적인 맹점도 노인학대를 방치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아동 학대의 경우 발생과 동시에 기관의 강제개입 문이 열려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 직군도 노인학대에 비해 배가 넘는다. 신고의무자 직군의 수가 그만큼 적다는 것은 노인학대가 사회적 관심을 유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노인학대 신고의무자로 지정된 직군은 의료인을 비롯해 관계시설 및 상담기관 종사자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그리고 119 구급대원 등이다.

아동학대가 22개 직군인데 비해 노인학대는 9개로 상대적 열세다. 학대를 받고 있는 노인 스스로의 인식개선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심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노인문제는 이제 당사자 가정에만 국한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관계당국이 깨닫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