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풍속도
장례풍속도
  • 강경수
  • 승인 2013.12.0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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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이 다른 것 중 하나가 인간만이 사체(死體)를 땅에 묻는 것이다.

그런 풍습이 언제부터 전해 내려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라크의 샤니다르 동굴유적에서 인간 사체의 매장 흔적이 발견됐다. 약 6만년 전의 네안데르탈인들이 사자를 땅에 묻고 무덤에 꽃을 바친 사실이 고증됐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 사회이건 가공할 죽음의 신비와 시체의 물리적 현존에 대처하는 여러 가지 규칙과 의식은 있어왔다. 또 그 규칙과 의식은 변화나 발전을 거듭해왔다. 일반적으로 죽음의 의식에서 종교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체는 부패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회는 그 부패를 방지할 것인가 아니면 촉진시킬 것인가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했었다. 그 결정은 주로 신앙에 의해 좌우되었다. 부유한 인도의 어느 종족은 시체를 소멸시키는 데 쓰일 흙과 불이 시체 때문에 더럽혀진다고 믿었다.

그런 믿음 때문에 그들은 사자(死者)를 ‘침묵의 탈’에 올려 놓고 새들로 하여금 뼈까지 말끔히 먹어치우도록 했다. 그것이 인간과 자연의 진정한 정화로 여겼던 것이다. 호주의 일부 원주민들은 아직까지 죽은 사람의 시체를 숲속에 썩도록 방치해 두고 있다.

그 이전의 다른 어떤 종족은 친척들로 하여금 사자(死者)의 시체를 먹게 하기도 했다. 고인의 훌륭한 자질을 넘겨받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의식이 행해졌다.

더 놀라운 장례의식들도 많다. 멜라네시아 제도의 어느 섬 주민들은 죽은 사람을 일단 땅속에 묻었다가 어느 정도의 세월이 지나면 유가족들은 시체의 뼈만 추려 그것으로 숟가락 등 다른 도구를 만들었다.

또 이집트인들의 미이라 만드는 기술은 그 정교함이 뛰어났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시 육신으로 되돌아온다고 믿었던 이집트인들은 끊임없이 미이라 제조 기술을 발전시켜 왔었다. 그 분야의 장인들은 시체로부터 골과 내장을 뽑아낸 뒤 향료를 발라 70일 동안 소금물에 담가 두었다.

그런 다음 고무질의 천으로 사체를 싸 나무관 속에 넣어 보관했다. 이와는 달리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시체를 연기에 그을리는 방법을 썼다. 훈제 처리된 사체는 반드시 숨을 거둘 때의 장소에 영구 보존했다. 한 때 넓은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은 인생의 허무 때문에 대성통곡한 적이 있었다.

부하와 씨름을 하다 넘어지자 앉은 자리에서 슬피 울었다. 부하들은 대왕이 승부에 패한 것을 분하게 여겨 그러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대왕은 땅에 쓰러지는 순간 죽음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죽고 난 후 자기에게 필요한 땅은 지금 자신이 누워있는 한 평 남짓한 그 넓이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랬던 알렉산더 대왕에게 자신의 뜻과는 달리 사후 호사스런 장례가 치러졌다. 대왕의 시체는 밀랍과 꿀 속에 보존되었다가 넬슨경이 트라팔카 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술통에 안치되어 영국으로 옮겨졌다.

화장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매사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그리스인들은 시체 속에 악귀가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시체의 소각이 영혼을 해방시킨다고 여겨 모든 시체를 불에 태웠다.

그러나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서구사회는 아직도 화장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화장이 내세를 위해 준비해 주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엄격한 그리스도인들은 지금도 육신의 부활을 믿는 나머지 시체를 원상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고집한다.

자기상향 의식이 강해 과소비성 장례나 분묘 치장에 열을 올리던 우리네 장례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핵가족화 된 사회구조와 경제사정 등으로 제사나 성묘가 어려워 화장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화장률이 74%에 이르고 2020년쯤이면 9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화장장이 포화상태라는 소식도 들린다. 그것이 시체라 하더라도 화장을 거부당하는 것은 버림을 받는 것이라 여겼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고가 그래서 돋뵈는지 모르겠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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