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가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지난해 추석 즈음해서 울산시장 후보군과 시교육감 후보군을 대상으로 모 언론사의 여론조사결과가 발표된 이래 최근 들어서는 일주일 단위로 판세가 다른 후보들의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해 표심을 흔들고 있다.
특히 언론사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뢰도기준 플러스, 마이너스 0.5%이내라고 밝혀 대단히 신빙성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와는 큰 차이가 있다. 논문을 작성할 때 문헌 연구가 아닌 이상 여론 조사는 기본이다. 먼저 가설을 정해놓고 사실적 관계를 증명해 내는 것이 논문이다. 가설은 추론에서 시작한다.
논문은 학문적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선거판 여론 조사는 후보의 자질에 대한 여론조사인지, 당(黨)을 포함한 여론조사, 또는 개인에 대한 후보로서의 자질 검증인지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A라는 후보에 대해 여론 조사를 한다고 하자. A가 여당으로 당 공천을 받고 출마할 경우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등을 대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여론조사자의 설문 내용에 따라 표집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누군가 길을 가는데 고속도로와 일반국도, 지방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여론 조사자가 어느 길을 가도록 설문조사를 했는지에 따라 결과적으로 도착 시간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또 전화 인터뷰조사를 할 때, 하루 24시간 중에 언제 설문 조사를 하느냐, 오전이냐, 오후냐, 오후라도 밤이냐, 그리고 도구로 휴대폰이냐, 가정집 전화냐, 사무실 전화냐 등에 따라 같은 설문지라도 결과는 완전 딴판이다. 연령대별로 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질문자가 20대, 30대, 40대 등으로 묻는다. 장난으로 틀리게 응답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선거판에서 크게 유용하지 않다. 유용하지 않는 여론조사를 언론사들이 나서서 왜 하는지 알 수 없다. 시민들의 후보들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만 건전한 표심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만약 언론사들이 후보들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진실하게 여론 조사를 하려면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을 선정함은 물론이고 설문지를 함께 공개해서 유권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거는 하루가 다르고 오전과 오후 분위기가 다르다. 그래서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한다. 선거관리 위원회에서도 후보등록이 끝나고 유세가 시작되면 후보 선택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선거 막바지에는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여론 조사 결과 발표는 선거판을 진흙탕으로 만들 수 있다.
근래 일주일이 멀다하고 울산시장 후보군과 시교육감 후보군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어느 날은 ㅁ언론사가 A후보에 대한 여론 조사결과 시장 후보 1등으로 나왔다고 하면 바로 ㅅ언론사가 B후보를 1등으로 발표하는 웃지 못 할 결과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식의 여론조사는 이미 오래전 대학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낡은 방식이다. 대학들이 광고하는 내용을 보면 전부 전국대학 서열 1등이다.
예를 들면 우리대학은 인사 잘하는 대학으로 1등 이라면 앞의 내용을 빼고 그냥 광고지에 전국 대학 1등으로만 표시하기 때문에 그렇다.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어느 대학을 선정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선거판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지역 여론을 주도해 나간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언론사라면 여론조사를 자제해야 한다. 쏟아지는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유권자들은 새해 정초 토정비결 보듯이 그냥 한 번 보고 말기를 당부한다. 그것이 후보들을 속속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