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구장 전광판 교체를 두고
문수구장 전광판 교체를 두고
  • 정은영
  • 승인 2014.02.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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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잦은 고장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문수구장 전광판을 교체키로 했다. 전광판 교체는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큰 공사다.

시의 전광판 교체에 대해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문수구장은 월드컵 대회 이후 제대로 관중이 찬 경우는 없다. 현대프로축구단이 울산을 연고지로 하면서 문수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문수구장은 월드컵 대회를 치르기 위해 건설된 축구전용구장이다. 그 이후 문수구장은 관리비용 부담이 컸고 결국은 상당부문을 예식장으로 임대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시는 관중이 차지 않는 일부 관람석을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그만큼 문수구장을 관리하는 비용이 버겁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 난데없이 울산시가 문수구장 전광판을 교체 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적자가 눈덩이마냥 커지는 사업장에 대해 단순하게 고장이 잦다는 이유로 전광판을 교체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적자투성이 문수구장의 전광판을 교체하기 보다는 문수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현대 프로 축구단 측에 전광판 교체를 포함한 구장 관리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협의가 결렬된다면 문수구장을 폐쇄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까. 시민들은 문수구장 전광판 교체비용은 현대 프로 축구단에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에스오일은 태화루 건립비용 100억 원을 쾌척했다. 에스 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관련 기업이다. 그런데도 울산의 랜드 마크로, 울산시가 정성을 들인 태화루 건립비용을 부담했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

문수구장 전광판의 경우에도 현대프로축구단에서 부담해 전광판을 교체하고 시에 기부 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시는 20억 원의 사업비를 전광판 교체 비용으로 들이는 부문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 관중석 일부를 게스트 하우스로 교체해야 할 만큼 문수구장은 앞으로도 여전히 유지 보수비만 들어가는 블랙홀 같은 체육시설이다.

문수구장은 시가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한 도시에 이름을 올린 것 말고는 골치 덩어리 체육시설이 됐다. 주말이면 문수구장은 예식장 결혼식에 참석하려는 하객들로 인산인해다. 우리는 예식장으로 들어가면서 잠시 이 건축물의 용도를 잊는다.

문수구장이 예식장은 아니다. 그런데도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예식장으로 임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 20억 원을 들여 전광판을 교체한다는 것은 대단한 배짱이다. 시민들의 혈세로, 문수구장 전광판 고장이 잦다는 이유로 교체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시의 전광판 교체이유를 보면 기가 찬다. 전광판을 교체해 프로축구 붐을 조성한다고 했다. 전광판을 교체해 프로축구 붐이 조성된다면 당연히 전광판 아니라 다른 어떤 시설들도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 문수구장 관람석 일부를 게스트 하우스로 바꾸려던 계획도 함께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이 아니다. 전광판을 교체한다고 프로축구 붐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전광판을 교체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문수구장 전광판은 설치한지 13년이 지났다고 한다. 고장이 잦으면 수리하면 된다. 대한민국 전자 기술이 세계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고장이 잦아서, 또는 프로축구 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전광판이 교체돼서는 안 된다. 기존 전광판이 고장이 잦아 사용하기가 불편하다면 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현대프로축구단과 협의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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