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학교, 개교 이게 뭡니까
신설학교, 개교 이게 뭡니까
  • 정은영
  • 승인 2014.03.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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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이 신설학교 조기 개교를 강행하는 바람에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신설학교를 지어면서 학교 공사 일정을 무시한 채 조기개교를 강행, 학부모들이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시교육청이 중구 장현동 혁신도시에 이달 초 조기 개교한 외솔초등학교는 현재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 중인 상황에서 개교를 강행하는 바람에 학생들은 인근 노인정으로 등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일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1960년대나 가능한 일이다. 그때는 학교 인근 마을 제실에서 학생들이 수업했다.

자녀의 수업실태가 학부모의 아버지 어릴 적 시대와 유사한 상황이 지속되자 학부모들은 매일 시교육청과 학교를 찾아가 대책을 호소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책은 없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의 불편을 무시한 채 개교만 목적으로 삼은 것이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러온 원인이다.

시교육청은 공사를 하루 빨리 마무리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공기를 무리하게 앞당기다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또 이달 초 개교한 울산 스포츠 과학 중‧고등학교의 경우는 더더욱 심각하다. 오는 9월 1일 학교 신축공사 일부가 마무리되는데도 이미 개교한 후 학생들을 구 동중학교에 수용하고 있다. 이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생활하게 될 기숙사 공사가 늦어지면서 임시방편으로 북구 신명동 울산교육수련원 일부를 기숙사로 활용하고 있다.

이 바람에 수련원을 이용해야 하는 교원 가족들이 최소한 오는 9월까지는 수련원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더구나 문제인 것은 학생들이 운동해야할 실내 체육관은 연말이나 돼야 준공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학생들은 입학하고 나서 1년을 꼬박 까먹는 것과 다름없다. 일반 교과 수업은 구 동중학교에서 가능하다고 하지만 당초 특수목적학교의 설치 이념을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만 것이다.

학부모들은 교사를 완공한 후에 신입생을 모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시교육청은 수년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조기 개교를 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는 많다. 울산 외국어고등학교 역시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UNIST에서 수업했다. 그렇게 수업해도 된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생각이라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외국어고등학교의 경우 다양한 어학 학습에 필요한 첨단학습기기가 설치된 곳에서 수업해야 하는데도 더부살이 수업을 했고 외국어고 교사 외벽이 무너지는 등 부실공사로 인해 학생들만 피해를 입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시교육청의 신설학교 조기 개교는 사라져야 한다. 스포츠 과학 중‧고교의 경우 울산 체육 꿈나무들의 산실이다. 전국체전을 비롯해 다양한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학생들이 과학적 체계 하에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중에 짓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에도 다 지어놓고 분양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학교를 짓지도 않고 개교부터 한다는 것은 시집도 가지 않고 아이 이름부터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교는 학생들의 인격이 교육되는 중요한 현장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이유를 정작 시교육청만 모르고 있다.

인격형성에 매우 중요한 현장이 학교다. 학생들이 부모를 따라 전학을 수없이 한 경우 그 학생은 추억의 모교가 없다고 한다. 외솔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시교육청은 지금에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교육청의 신설학교 조기 개교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는 두 번 다시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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