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시즌의 춘몽(春夢)
현수막 시즌의 춘몽(春夢)
  • 정은영
  • 승인 2014.04.2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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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꽃소식을 전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선거는 현수막이 꽃처럼 내걸리면서 시작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후보자의 얼굴이 현수막에서 화사한 봄꽃으로 피는 계절이 선거철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얼굴이 현수막으로 내걸리는 시작하면 또 선거철이 됐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선거는 홍보전이다. 누가 먼저 좋은 위치에 현수막을 붙이느냐에 따라 당선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꽃을 키우는 사람들이 화초에 공을 들이듯 후보들은 현수막에 공을 들인다.

후보들은 현수막을 붙이기 좋은 건물에 선거캠프를 차리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좋은 위치에 선거 캠프를 개소하면 유권자들의 눈에 자주 띄게 되면서 공짜 득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선점하게 된다. 이는 화초를 가꾸는 사람들이 바람과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화분을 옮겨놓은 것과 같다.

특히 후보들의 얼굴이 대형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듯 한 현수막은 선거 시즌에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멀리서도 선명한 후보들의 얼굴 윤곽을 어떻게 나타내느냐가 현수막 제작 전문가들의 고민이다.

어떤 후보들은 얼굴 윤곽이 희미하기 때문에 포인트를 드러낼 수 없음이 고민이다. 또 어떤 후보는 11시 55분 얼굴형이다. 이럴 때는 현수막을 제작하기에 앞서 수 십 번의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현수막은 선거 최 일선에서 후보를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현수막은 그럼 얼마의 제작비가 들어갈까. 이건 특급 비밀에 속한다고 한다. 현수막 제작업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유명한 현수막 제작업체는 당연히 비싸다. 그리고 크기에 따라서 가격은 엄청난 차이를 낸다.

오는 6월 4일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울산은 후보자들의 선거용 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꽃처럼 피었다. 울긋불긋 화려하다. 총 천연색 시네마스코프 영화 같다.

마음 같아서는 후보 모두 당선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울산은 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경연이 볼만 하다. 예년의 선거와는 달리 연합공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면서 군소정당들도 각각의 현수막을 내걸면서 도심은 현수막 천지가 됐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울산시와 공동으로 불법 선거용 현수막이 늘어난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합동 단속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동안 현수막 철거와 현수막을 붙이는 자들의 숨바꼭질이 이어질 것 같다.

여하튼 후보자들은 얼굴 알리기에 바쁘고 현수막 제작 업체들은 4년에 한번 있는 대목에 밤낮이 따로 없는 선거시즌이다.

후보자들의 현수막과 함께 아파트 분양 안내 현수막이 많다.. 중구 반구동 일대와 남외동 일대 종합 운동장 앞은 특정 아파트 홍보 현수막이 같은 크기로 제작돼 10m 마다 설치하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중구청이 매일 철거하고 분양업체는 매일 설치하는 숨바꼭질이 한동안 계속됐다. 오전 9시에 설치하면 해당 구청은 낮 11시쯤에 철거를 한다. 설치하고 철거하는 사이의 시간은 약 2시간에 불과하다.

2시간의 홍보를 위해 아파트 분양 업체들이 현수막을 설치하는데 비하면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의 얼굴 알리기 현수막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시간으로 따져도 대단한 홍보 효과를 올릴 수 있다.

후보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현수막을 보면 기분이 좋다. 사람은 웃어야 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처럼 후보들 모두에게 환하게 웃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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