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문화예술도시인가
울산은 문화예술도시인가
  • 정은영
  • 승인 2014.05.1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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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공업도시에서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산업도시로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定說)이다. 그러나 울산 문화, 예술인들에 대한 대우를 놓고 사실일까, 아닐까 진실 공방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

문화 예술도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정을 이끌고 있는 시장부터 기초자치단체장, 그리고 시민들이 예술인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가득해야 한다. 그래야만 울산이 문화도시라는 이름의 먼발치에라도 섰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흥분하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속 시원하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관료조직과 정치인들일 것이고 후자는 당연히 울산지역 예술인들일 것이다.

특히 지역 문화와 예술의 발전에 견인차가 돼야할 언론의 지역 예술인들 푸대접도 여전하다. 예를 들어 공기를 마시면서도 인간들이 공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과 다름없다.

울산은 국내 최초 국가공단이 조성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찾아든 외지인들로 구성된 삭막한 도시였다. 이 삭막한 도시에 문화와 예술이라는 옷을 입히고, 다듬고 한 것이 지역 예술인들이다.

이들이 푸대접 받아서는 안 된다. 푸대접이 아니라 제대로 된 대접을 해야 한다. 이렇게 작심하고 긴 사족(蛇足) 같은 푸념을 널어놓는 이유는 울산지역 정치인들이나 언론사들이 알게 하기 위함이다.

지난 14일 울산태화루가 불타버린 지 400여년 만에 복원돼 준공식을 가졌다. 준공식에 초대된 150여명과 시민들이 준공식을 지켜봤다. 그리고 기념사진 촬영이 있었다. 언론에 참석자 명단도 소개됐다.

울산시장 권한대행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시장, 구청장 출마 후보들이 줄을 선 모습이 이튿날 지역 언론에 실렸다. 정치인들은 한명, 한명 소개하면서 지역 예술인들은 뭉텅 거려서 소개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어느 행사에서도 지역 예술인들은 전부 누구 외 괄호안의 사람들이다. 참으로 서운하다.

이런데도 문인들은 지역 언론사 칼럼난에 원고료도 없는 글을 쓰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문인들은 창간 때마다 축시를 쓰고, 서예가는 일필휘지로 글을 쓰고, 화가는 그림을 그린다.

실제로 태화루 준공식에서도 울산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하기는 한 것 같은데 누가 참석했는지 시민들이 알 수 없게 언론이 만들었다. 사진도 정치인 중심으로 찍었던 것을 실었다. 울산 예술계 어른들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태화루가 정치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태화루는 400여년 만에 울산 문화의 랜드마크로, 울산 문화와 예술의 얼굴로 공식 데뷔하는 무대인데 이 자리가 어찌 문화 예술인들 중심 잔치로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관료조직과 정치인들이 푸대접 하는데도 울산 예술인들은 무덤덤하다. 한마디로 속이 없다. 빈 강정 같다. 관료조직이나 정치인들이 행사에 참석하는 집단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오라고 하면 감지덕지 가고 소개가 빠져도 그러려니 하고 만다.

정작 그들이 예술인들을 소개하는데 인색한 것에 분노해야 한다. 특히 자치단체들이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참석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들 떨어진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있다.

사실 이들 때문에 울산 전체 예술인들이 대접받지 못한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들 떨어진 이들은 많지 않다. 지역에서 묵묵히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참 예술인들이 엄청나다. 이들을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하찮은 존재로 취급한다면 울산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산업수도가 될 수 없다.

문화와 예술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공산품이 아니다. 한 인간이 평생을 두고 갈고 닦은 결과들이 작품으로 남아서 훗날 울산을 빛내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된다. 그런데도 당장 유명작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제대로 된 작품이 없는 작가라는 이유로 터부시 당한다면 이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앞으로 어느 후보가 울산시장, 구청장이나 군수로 당선되던지 간에 분명한 것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제대로 대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울산은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산업수도가 된다./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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