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합니다, 봄의 명작을
응원합니다, 봄의 명작을
  • 울주일보
  • 승인 2016.02.15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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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의 꿈에 젖는 2월, 여명으로 더딘 동쪽 언저리엔 잉여불로 조금씩 붉게 익어갑니다

서릿발 녹아내린 단단한 흙속에서 파란 하늘을 꿈꾸는 새싹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앙상한 가지 끝엔 칼바람을 견뎌낸 몽우리들도 부푼 꿈에 살짝 바깥 세상에 귀를 기울입니다. 땅속의 생명들은 흙을 파헤치며 솟아나고 딱딱한 각질목에선 평소의 200배가 넘는 에너지로 각질을 녹여 새순을 피워냅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조용히 귀 기울여 보면 깊은 고요 속에서 사람들은 못 느낄 부산함으로 용트림 하고 있습니다. 봄을 부르는 절기들은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며 그들이 만들어 낼 새봄의 명작을 응원합니다.

백목련 가지 끝에 순백의 꿈이 젖을 때 쯤 조그마한 초등학교 운동장은 눈물바다가 되곤 하였지요. 정든 친구들, 학교 운동장, 그리고 인자하신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워 차마 발걸음 떼지 못하고 걸음걸음마다 뒤돌아보았던 초등학교 졸업식이 아스라한 기억 저 너머 풍경으로 되살아납니다.

왼쪽 가슴에 옷핀으로 손수건을 매달고 흐르고 흘러 닦지 진 코언저리를 닦아내며 어머니 손 꼭 잡고 처음 학교에 입학하던 날, 멋모를 부푼 꿈이 가슴의 손수건 휘날리듯 두근거리는 날도 봄이 시작될 무렵 이었지요

사회 초년생이 된 새내기들은 그동안의 억눌림을 벗어던지고 마치 긴 터널이라도 빠져나온 듯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닥치는 대로 활보를 해 보려 하지만 사회의 높은 벽은 스펙, 성적 등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 나오듯 좁은 문에서 기가 꺾입니다.

열장의 이력서마저 자신의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게 될 쯤 ‘상처입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는 시인 랭보의 말이 밟힙니다.

때론 불면의 시간과 가슴 먹먹해지는 날들을 대면하며 소리 지르고 싶은 날들도 있겠지만 아프락사스가 껍질을 깨고 탄생하는 아픔을 겪듯, 진주조개가 생살을 찢는 아픔 없이 찬란한 진주를 볼 수 없듯 누구나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며 살아가기 마련이고 아픔을 통해서 성숙한다는 뜻으로 위안 받곤 하지요. 아무리 혹독한 바람이 불어도 기어코 피우고 마는 저 앙상한 가지 끝 작은 눈들에 자꾸만 시선이 갑니다.

메아리의 법칙을 아시나요? 어떤 소년이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듣고 화가 난 소년은 어머니에게 “난 엄마가 미워”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산으로 도망쳤습니다. 그 소년은 산에 올라가서도 화가 풀리지 않았죠.

그래서 목청껏 외쳤습니다. “난 엄마가 미워 미워 미워” 그러자 놀랍게도 이런 메아리가 들려왔습니다. “난 네가 미워 미워 미워” 놀란 소년은 집으로 달려와서 어머니에게 그 산에 자기를 미워하는 나쁜 소년이 살고 있다고 일렀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소년을 데리고 산으로 가서 이렇게 소리치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좋아, 나는 네가 좋아” 소년이 시키는 대로 하자 메아리도 “나는 네가 좋아, 나는 네가 좋아” 하고 응답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 인생도 말하는 대로 돌아오는 메아리와 흡사하며, 인간관계 또한 마음먹은 대로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찬바람을 미워하기보다 새봄의 꿈을 그려가듯, 상대의 약점보다 장점을, 악한 면이 아니라 선한 면을 볼 줄 알아야 하겠지요.

그리고 비판보다는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연둣빛 좋은 인간관계가 성립되겠지요. 그러나 국민의 모범이어야 할 정치인들은 4.13 총선을 앞두고 상대를 비방해야 자신이 우뚝 서는 냥 진흙탕 싸움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유권자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서로가 밤잠 설쳐가며 힘든 여정을 보내고 있음에도 국민과 국가의 안위보다는 남의 단점을 찾아내어 헐뜯기에 급급합니다.

신춘에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메아리의 법칙처럼 늘 좋은 말, 힘이 되는 말들로 스스로에게도, 상대방에게도 희망을 퍼뜨릴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이면 더 좋겠습니다. 그렇게 퍼뜨린 희망의 씨앗은 작은 곳에서 시작하여 더 넓은 곳으로 그 힘을 전파하여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밑거름이 되겠지요.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마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고 하듯 새봄에는 모두 따스한 마음의 향기로 만리까지 스며들길 기원해봅니다.

추위도 한 풀 꺾인 이때쯤이면 년 초에 세운 용감한 계획들도 작심삼일이라는 단어가 단세포를 허물어 내는지 내 의지와 타협을 시도하려 합니다. 그렇지만 괜찮아요. 작심삼일을 삼일마다 계속하다 보면 일만 시간의 법칙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꿈에 다가와 있을 테니까요.

‘걱정 말아요 그대’가 회자되는 요즘 새로이 시작하는 그대들에게 걱정 대신 희망의 봄이 찾아와 그대들의 꿈이 백목련과 함께 환하게 피어나길 바랍니다. 이른 추위에도 향기를 팔지 않는 목련꽃처럼 소박한 그대의 꿈이 최고의 명작이 되는 그날을 응원합니다. 이두남/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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