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나라로
희망의 나라로
  • 울주일보
  • 승인 2016.06.19 08: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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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신문]‘사방이 투명한 세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너희들은 높은 벽과 어두운 그늘에 가려 사는 우리들의 이 아픔을 알겠니?

바다는 너희들의 놀이터이고 커다란 운동장이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늘 수평의 관계를 유지하며 자유롭게 푸른 파도를 가른다지.

너의 꿈은 깊고 나의 시야는 미비하여 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각자 제자리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천년이 지나도 너희가 사는 바다는 한결같지만 이 땅은 급격한 변화와 물질만능으로 많은 것들이 편리해진 반면 불신과 차별로 잃어가는 것이 더 많은 세상으로 변해버렸어‘

글로벌 경제위기, 급격한 구조변화, 사회적 불안정 등으로 빈부의 격차가 더욱 심해져 빈자의 증오는 팽창하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물질만능의 결과물이 정신적 고립으로 이어져 충동적인 범죄를 일으키고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생면부지의 인물이 범행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죄를 범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만큼 정신적 황폐현상이 날로 심화되기도 한다.

오늘날 수도 헤아릴 수 없는 종교가 있고 값비싼 교육의 투자에도 뚜렷한 개선대책이 보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끊임없이 추구하는 경제성장은 상대적으로 정신적 빈곤을 초래하고, 이로 인하여 작은 희망마저 잃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헬조선(대한민국이 지옥 같은 세상)이라는 비극적인 용어를 탄생시켰다.

그들에게 공통적인 것은 희망이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피해의식과 욕구불만의 망상에 사로잡혀 이런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국가에서 선행된 맞춤형 복지정책이나 지속적인 관심과 심리상담 등을 통한 희망이란 불씨가 있었다면 이들의 삶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갈수록 대책 없이 변화하고 있는 사회가 더 많은 가해자와 희생자들을 생산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희망이란 현재의 피나는 노력들을 모아 아름다운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와 기쁨이다.

네 개의 초가 자신을 불태우며 불만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초가 말했다. “나는 평화야. 그런데도 나의 불이 빛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나는 꺼지고 말거야.” 이 초의 불꽃은 빠르게 줄어들더니 완전히 꺼지고 말았다.

두 번째 초가 말했다. “난 믿음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불꽃을 피울 수가 없어.” 말을 마쳤을 때 불꽃이 일렁이다 이내 꺼져버렸다.

세 번째 촛불이 말했다. “나는 사랑이야. 사람들은 나를 곁에 두고도 나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해. 그들은 심지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하는 것을 잊어버리지.” 그리고 더는 밝혀주지 못하고 꺼져 버렸다.

그 때 한 소년이 방으로 들어가 꺼져버린 세 개의 초를 보았다. “왜 너희들은 더는 타오르지 않니? 하지만 너희들도 마지막 순간까지 불꽃을 태웠겠지?” 이 말과 함께 소년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네 번째 촛불이 말했다. “슬퍼 하지마라. 내가 타오르고 있는 한 꺼져버린 초들을 다시 밝힐 수 있어. 나는 희망이야!” 그 말을 들은 소년은 빛나는 눈으로 희망의 촛불을 집어 들어 다른 초들의 불을 밝혔다. 그리하여 모든 촛불이 환하게 불 타 올랐다.

때때로 우리에겐 수많은 시련이 휘몰아치기도 하지만 희망이라는 촛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불을 다시 지필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다 힘든 날 우리는 가끔 바다로 달려가 잔잔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가슴 속 응어리를 털어 내기도 한다. 그럴 때 마다 바다는 포근하게 보듬어주고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준다.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고래의 바다 같이 넓고 투명한 세상은 이 땅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고래가 사는 세상을 그려보는 동안 우리의 땅은 푸르름의 절정인 유월속으로 진입했다. 진녹색 대지의 품에 안겨 우리 모두가 희망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살아 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이두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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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2016-07-27 23:16:53
불신의 벽이 산처럼 높은 우리의 세계와 고래가 사는 투명한 바다의 세계를 비유적으로
시사하여 신선한 희망을 그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