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별
지구라는 별
  • 이두남
  • 승인 2016.10.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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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四面楚歌)는 중국 초나라 왕 항우와 한나라 왕 유방의 세력다툼에서 비롯되었다.

   
▲ 이두남 논설위원

두 왕은 오랜 싸움 끝에 휴전을 맺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유방은 약속을 어기고 초나라 군사를 공격하여 깊은 산 속으로 몰아넣었다.

어느 날 밤 깊은 산속을 포위한 한나라 진영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왔다.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오자 초나라 군사는 긴 전쟁으로 지쳐있던 심신과 그리운 고향생각으로 눈물을 흘리며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결국 초나라 왕 항우도 자살을 하고 한나라 유방의 통일천하가 가능하게 된 이야기이다

한나라에 잡힌 초나라의 군사들이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를 불렀다 하여 사면초가라고 한다. 즉,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지금 지구가 처해 있는 상황을 사면초가로 비춰 보는 안타까운 마음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설 수밖에 없다‘는 말처럼 지구를 사면초가로 내 몬 인간 이외 누구도 이 지구를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것도 기정사실이다.

달에서 본 지구의 아름다움을 ‘마치 푸른 보석과도 같이 빛난다.’고 한 암스트롱의 말이 생각난다.

그러나 수십억 년의 수명을 지닌 지구라는 이 별, 내가 눈 뜨고 있는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홍역과 열병을 앓았는지는 두말 할 필요조차 없다. 후손들이 지구의 열병인 자연재해를 잘 견뎌 내고 이 별에 온전히 몸을 쉬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봄에만 찾아오던 불청객 황사는 계절에 관계없이 습격하고,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지진 또한 평온한 안방을 불안한 터전으로 바꾸어 버렸다.

산업발달에 따른 이산화탄소 증가,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산림훼손 등으로 지구 온난화는 빙하를 녹여 해수면 증가는 물론 아열대 사막의 확장, 북극의 축소 등 생태계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지구 전역에 가뭄과 폭우 등 심각한 기후 변화는 수많은 난민을 발생시켜 삶의 터전을 잃고 낙담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핵실험, 원전사고, 전쟁, 온실가스, 무분별한 개발 등 이 모두가 자연재해의 원인이며. 지구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사람도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로 면역이 떨어지면 감기나 몸살로 온몸에 열이 나고 머리가 어지럽기도 하다. 이는 몸이 반응하는 증세로 일종의 경고다.

지구 또한 유기적인 생명체라서 훼손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증세가 나타난다. 이를 무시한 결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2차 대전 종말을 가져온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 동일본 대지진 시 원전사고, 수많은 사상자를 낸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보더라도 인간의 욕망과 거만함은 이미 도를 넘어 인류의 위협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인간만이 이 푸른 별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파괴가 권리인 것처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북한은 미숙한 지도자가 지속적인 미사일과 핵실험을 하고 있으며, 이슬람 극단주의 등 테러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은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이 자초한 위기의 지구를 온전한 원래 지구별로 되돌려 놓을 수는 없을까?

어떤 시인의 “지진” 전문을 소개한다.

지진이 오면 옛 어른은 기둥이 운다고 했다/그럴 때 마다 지신에 예를 올리고/

없는 죄도 뉘우친다고 한다./ 내 속의 단층도 때때로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때론 책임의 중력에 버티어 서기도 하고/ 생의 무게중심을 잡으려고 몸부림치기도 했다/

간밤엔 두통약을 먹으며 밤새 여진에 떨었다/ 제 무게중심을 잡아 살아나려는 푸른 몸부림/

어쩌랴, 격렬한 활성단층 날 선 증오심을/ 지구를 딛고 선 내 발이 미안하다/

이 시는 지진의 공포를 직접 경험하고 분출하는 지구의 증오심을 어떻게든 삭힐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경을 읽을 수 있다.

천년고도 경주 일원을 진원지로 발생한 진도 5.8의 지진은 인간의 만용을 지적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무분별한 개발과 공해로 인한 지구의 몸부림을 더 이상 방관자의 자세로 미뤄둘 수는 없는 문제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겸허한 각성과 지진에 대비한 내진시설은 물론 지진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부 차원의 매뉴얼과 각 개인의 대비책도 철저히 익혀야 할 것이다.

또한 대체 에너지 개발과 지속적인 나무심기 등으로 원래의 아름다운 지구 별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하여 내가 안착한 이 지구별에서 우리 후손들이 오랫동안 평화의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고마운 이 지구의 푸름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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