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이 아는 대답
바람만이 아는 대답
  • 울주일보
  • 승인 2016.11.2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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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두남 논설위원

[이두남 칼럼]2016년 노벨 문학상 수장자인 밥딜런의 시 ‘바람만이 아는 대답’의 한 구절을 보면 ‘그렇다’(yes)라고 시작해 ‘사람이면 사람인가, 사람다워야 사람‘ 일 수 있음을 힘주어 외치고 있는 듯하다.

얼마나 많이 올려다보아야/ 진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그렇다.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렇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깨달을 수 있을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이 시처럼 풀지 못한 것들의 해답을 과연 바람만이 알고 있을까? 요즘처럼 답답한 하늘, 얼마나 많이 올려다보아야 진짜 하늘을 쳐다 볼 수 있을까? 

이제 가을은 나뭇가지 끝자락에 아등바등 매달려 있는 나뭇잎 같다.
눈부시던 황금 들판은 잿빛으로 드러눕고 피부에 와 닿는 온도는 하루가 다르다.

올해는 유난히 힘겹고 답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늘 풍요로울 것만 같은 가을에도 우리의 삶은 풍성하기는커녕 텅 빈 허공 같다. 찌는 듯 무더운 여름을 잘 견뎌 냈다 싶더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지진마저 우리의 만용을 호통 치듯 뒤흔들어 놓았다.

호흡을 가다듬기도 전에 태풍 차바가 모든 것을 수장시킬 듯한 기세로 할퀴고 지나갔다. 

이제 가을빛에 한 숨 돌리는가 싶더니 또 한 번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라는 국정 공백의 위기를 맞아 나라꼴도 말이 아니거니와 국민들의 침울한 마음 또한 풀어낼 길이 보이지 않는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는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정 논란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한편 국민들을 걱정과 분노의 충격에 빠지게 한 관련 핵심 인물들은 오히려 오불관언 (吾不關焉)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급기야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제 목소리를 내어 보지만 메아리마저 들려오지 않는다.그 해답을 바람만이 알고 있는지 답답한 심정으로 물음표를 던져본다.

이럴 때면 문득 떠오르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이 있다’ ‘비온 뒤의 땅이 더 굳는다.’ 라는 말에 기대고 싶어진다.

몸서리치도록 무더운 날씨도 달력의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변화하기 마련이고 무섭게 휘몰아치던 폭풍우가 나무의 뿌리를 더 깊게 내리게 한다.

우리들도 주위 환경을 탓하기보다 이번 일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스스로 더욱 노력하고 다져야 할 때이다.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난관과 변화를 수용하며 따뜻한 가을 햇살 사이로 힘차게 길을 나 설수 있기를 바라본다.

오랜 역사를 비춰 볼 때 우리 민족은 굽히지 않는 불굴의 의지와 끈기가 있다. 그런 저력으로 세계가 놀랄만한 눈부신 경제성장을 해왔으며 수 백 번의 외세 침입에도 단 한 번 꺾인 적 없었다. 우리 민족의 유전자는 그런 강인함이 잠재해 있기에 어떠한 어려움도 슬기롭게 타개해 나갈 것이다.

껍질을 깨는 아픔이 있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어둠을 지나야 여명을 밝히는 새벽이 오는 것처럼 우리도 ‘전삼후일’ (前三後一)이라는 말로 한발 물러서 삼보를 나아갈 태세를 가져보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지치고 힘든 때일수록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따뜻한 손길 내밀어 주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걸친 옷을 벗어 버리고 색감을 내린 채 겨울의 긴 여정을 준비하는 먼 산의 나무들처럼 우리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허수아비처럼 홀연히 왔다가 바람처럼 떠나는 가을, 낙엽처럼 분분해지는 가을의 생각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다시 길을 나서보자. 노랗게 태워버린 날들을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는 듯 황량한 마음에 바람이 분다.

싸늘하게 식은 날들을 모아 서로의 체온으로 녹여서 따뜻하고 평온한 겨울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거꾸로 가는 세상, 꿈을 잃어버린 국민들에게 새로운 꿈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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