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에서 치유를 만나다
따뜻한 마음에서 치유를 만나다
  • 울주일보
  • 승인 2016.12.06 1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두남 논설위원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연히, 또는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인연으로 많은 사람들과 삶을 스치며 지나간다.

삶이 무거워 힘들어 할 때 누군가의 따사로운 눈빛과 따뜻한 말 한마디는 삶의 무게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기도 하고 나를 향한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 내 존재의 이유를 깨우쳐 주기도 한다. 반대로 누군가가 건 낸 차가운 말은 큰 상처가 되어 삶의 한 귀퉁이에서 좌절 하게도 한다.

힘든 일에 맞닥뜨렸을 때는 작은 상처도 그 무게가 배가 되어 크나큰 절망이 될 수 있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면 마음속 열정을 다시 데우는 계기가 되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의 치유가 되는 복효근 님의 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저녁’ 전문이다.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책속에 붕어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 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봉투에

붕어 빵 다섯 마리/ 내 열 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눈물이 날 만큼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은 비단 날씨 탓만은 아니리라.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방안까지 따라와 혼자 외로움과 추위를 이겨내야 하는 냉랭한 방안에 갑자기 온기가 스며들었다. 붕어 빵 다섯 마리가 춥고 서글픈 마음을 위로한 것이다.

며칠 전부터 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이 때쯤이면 한번 쯤 읽어 보았을 것 같은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이 언뜻 고개를 들이댄다. 일본에서는 년 말이면 의례히 가족과 함께 우동을 먹는 풍습이 있다.

그 해 ‘북해정’ 우동 집에 두 아이를 데리고 들린 남루한 차림의 여인이 있었다. 사람은 셋인데 우동을 한 그릇만 시켰다. 눈치를 챈 주인은 우동과 따끈한 국물을 푸짐하게 내어 놓았다.

우동 집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힘든 처지에 있는 한 가족에게 큰 힘을 주었고 따뜻한 우동 한 그릇에 용기를 얻은 이 가족은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십 년이 지난 후 다시 북해정을 찾았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이 가족은 성공하여 그 때의 남루한 모습을 벗고 우동 한 그릇이 아니라 세 그릇을 시키며 주인 부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토록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어 본 적 있을까? 

사람은 만남이 좋아서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고독이 두려워서 교류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함께 나눌 때 마음은 풍요로워지며 어느덧 두려움과 외로움은 사라지고 만다. 오히려 자신감이 생겨 타인을 이해하며 멋지게 성장해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같은 상황이라도 기쁘고 감사하게 느끼는 사람과 오히려 불쾌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항상 감사와 기쁜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것은 이미 마음화장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향기가 멀리까지 풍겨 나간다.

한 송이 꽃이 주변의 공기를 바꾸기도 하듯 가방에 붕어빵을 몰래 넣어 준  친구와 우동 한 그릇의 북해정 부부처럼 한사람의 마음이 세상을 향기롭게 할 수도 있다. 그 마음은 누군가의 가슴에 훈훈하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오랫동안 마음의 치유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염원을 담아 밝게 빛나는 촛불도 좌절과 분노에 가득 찬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을까?

누구나 간절함이 있을 때 촛불을 켜고 기도를 드린다. 유년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도 그랬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태민안(國泰民安)이 어느 때 보다 간절하기에 수많은 촛불로 밤하늘을 밝힌다.

우리가 켜 든 촛불의 의미가 또 다른 권력의 마성과 일회성 분노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백년대계와 후손들을 위해 그 옛날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처럼 정성과 진정성이 담긴 기도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혼미한 사회, 가치관은 점점 혼탁해지고 국기문란의 핵심인물들은 국민위에서 국정농단을 자행하고도 자신들이 저지른 팩트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있는 실정이다.

점점 더 크게, 점점 더 가까이에서 들리는 국민들의 진심어린 목소리를 국가는 외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현실의 문제점을 현명하게 판단하고 대처해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새 역사를 써 나가기를 기대한다.

촛불과 횃불의 사이시옷은 사람인 (人)자를 닮았다.

횃불이 활활 타오르는 의지의 상징으로 동적이라면, 촛불은 바람 앞에 약하지만 스스로를 태워 타인의 영혼을 깨우고 따뜻하게 치유하는 정적인 힘의 상징이다.

어머니의 정성을 담은 촛불처럼 하루 빨리 국정이 안정되어 나라의 미래가 환하게 밝아지는 날이 오기를 염원한다.

또한 다섯 마리의 붕어빵과 우동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살얼음 같은 시국을 데워 우리 모두에게 치유의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