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 피 공 감
커 피 공 감
  • 이두남
  • 승인 2017.03.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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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두남(논설위원)

[울산시민신문]커피가 인류사에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설이 칼디의 전설이다. 목동 칼디가 어떤 열매를 먹고 흥분해서 날뛰는 양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그 열매를 입에 넣어 보았다.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졌고 이 사실을 수도승에게 전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수도승은 가만히 앉아 기도를 하면 졸음이 오기 마련이어서 그 때 목동이 알려준 열매를 먹었더니 웬일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이에 맑은 정신으로 수행을 할 수 있어 무척 반가운 열매가 아닐 수 없었다.

이 후 커피는 기도 중 잠이 들지 않도록 하는 종교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커피’라는 이름도 칼디가 처음 커피나무를 발견한 곳인 에디오피아 산악지대 지명인 ‘카파(Kaffa)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유력하다.

14. 15세기 동서양의 문명이 극명하게 만나는 역사적 사건인 십자군 전쟁과 콜럼버스의 항해 등으로 인하여 전 세계로 퍼졌다.

우리나라에 처음 커피가 공급된 것은 고종이 러시아 공사 관계자인 손탁 여사에게 커피를 접대 받아 한국인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훨씬 이전에 조선에 커피가 존재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퍼시벌 로웰이라는 천문학자가 쓴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 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다시 누대 위로 올라 당시 조선의 최신 유행품이던 커피를 마셨다.’ 이것이 현재 발견된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기록이다.

당시 고종은 대단한 커피 애호가여서 커피를 즐겨 마시던 고종을 독살하려고 커피에 아편을 탔으나 맛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바로 뱉어 내어 화를 면할 수 있었다는 기록을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한국인이 주인인 최초의 다방은 1927년 영화감독 이경손이 문을 연 ‘카카듀’이다. 카카듀는 프랑스혁명 당시 비밀 아지트로 전람회나 문학좌담회 등 문화 예술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방은 삼양다방이다. 당시의 기록을 살펴보면 피난 온 영화감독, 배우, 문인 등 예술가들의 집합소였다. 이들의 발길을 묶어 둔 것은 여종업원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손님들은 이들에게도 커피 한 잔의 선심을 쓰며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세계 무역량 부동의 1위는 석유다. 그렇다면 2위는 무엇일까? 단연코 커피다. 커피나무는 풍부한 일조량, 적당한 강수량, 따뜻한 기후가 필수 요건이라 열대지역에서만 자란다. 우리나라 역시 안타깝게 커피가 생산되지 않는다.

물론 커피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이 국내 재배를 위한 연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커피믹스 탄생은 폭발적인 커피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를 느낀 정부가 특정기업에 커피 제조를 허가해 주었다. 이렇게 해서 세계 최초의 커피믹스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 커피믹스의 탄생은 조금 서글픈 측면이 있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향을 음미하며 대화를 나누는 그 모든 커피문화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빨리 성장하는 것이 더 시급했던 우리나라 실정은 커피문화가 사치스럽고 거추장스러웠다. 빨리 밥 먹고 빨리 원 샷 하기 좋은 철저히 편의 위주였던 커피믹스는 우리나라를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에게 커피의 의미는 무엇일까?

카페(Cafe)라는 단어를 보면 커피인 동시에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라는 이중적인 뜻을 담고 있다. 커피는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다. 대화, 소통의 훌륭한 매개체이다. 즉,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해주는 하나의 네트워크 매개체가 커피인 셈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결국 삶은 혼자라는 것이다. 결코 고독한 인생을 말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고 애착을 가질 것인가? 소중한 삶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며 살아간다. 이런 많은 생각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커피를 함께 마시며 비롯되는 것이므로 커피는 공감이고 소통이다. 내면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마디를 만들기도 한다.

커피의 꽃말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Always be with you)이다. 여기서 당신은 사람일 수도, 지나간 기억일 수도, 바라는 꿈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커피문화를 정착시킨 것은 역시 스타벅스다.  1999년 이화여대 앞 스타벅스 1호점을 시작으로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 우리의 삶 깊숙이 스며들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커피 수요가 이렇게 급성장한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커피에 밀려 외면당하는 좋은 전통 차들이 많다.

한편 경남 하동의 ‘왕의 녹차’가 스타벅스를 통해 전 세계에 판매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차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 수출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전통차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홍보하고 보급한다면 결코 커피에 뒤지지 않는 소통과 공감의 장이 마련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시간, 시린 삭풍이 겨울의 끝자락에 머문다. 커피 한잔의 여유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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