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
마른장마
  • 이두남
  • 승인 2017.07.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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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실로폰 두드리듯 건성건성 툭 건드려만 보고 가는, 먹장 하늘에 마른벼락만 간간이 들릴 뿐 합주를 듣지 못하는 것이 마른장마라고 이수종 시인은 표현했다.

한 때의 사랑이 가슴깊이 남아 눈물은 나지 않지만 간간이 가슴 아리게 하는 것이 마른장마라
한다면, 시기적으로는 장마철인데 비가 오지 않거나 강수량이 적은 날씨를 마른장마라 부른다. 

올해는 유난히 가뭄이 길어 파종기부터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며 우리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다. 

갈라진 논바닥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눈 가위를 문지르며 돌아서는 농부의 가슴은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본격적인 여름인 7월 들어 중부지방 등 극히 제한적으로  수해 소식이 들리지만 그 밖의 지역은 여전히 가뭄에 콩 나듯 비는 스쳐 지나고 만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일기예보는 올 여름은 비 소식이 없고 마른장마가 계속된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이미 저수지는 말라버렸고 자생 능력을 잃어버린 강은 오염도를 더해가 녹차라떼라고 불릴 정도로 녹조현상이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1995년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이다. 산간이 많지만 우수는 급격히 흘러가 저장 공간은 부족하고 지하수마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장기간 갈수기가 계속되면 농작물은 말라죽고 식수마저 걱정해야 하는 난간에 봉착해 하늘만 바라보는 심정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도로와 전답을 할퀴고 간 폭우의 상흔이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 중국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몰아닥친 수해로 산사태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많은 사상자와 수 백 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그렇지만 정작 가까운 우리나라는 비가 내려 주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는 더 많은 물질과, 더 빠른 기술과, 더 강력한 무기를 소유하기 위해 앞 다투어 산을 허물고 자연을 파괴시켰다. 이러한 문명의 발달로 마시는 물의 질은 높였을지 모르지만 반대로 오염을 일으키는 경로와 오염의 종류는 늘어났다. 

지구 전체의 민물 양의 3분의2를 차지하는 것이 빙하와 만년설이고 그 다음이 지하수다. 지하수는 강이나 하천과 마찬가지로 자기 무게에 실려 바다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결국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고 오존이 파괴되어 유례없는 이상기온 현상이 지구 전반에 걸쳐 발생하여 지구는 응급수혈 현상을 초래했다.

더불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이기주의로 기후 온난화 협약을 탈퇴하여 지구의 이상기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물 맑고 산이 아름다워 금수강산이라 불렀다. 이런 우리나라가 마른장마가 계속되어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급속한 아열대로 변화해 사계절이 사라진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연은 순환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 흐름이 깨어지면 자연스러운 현상이 돌발적인 현상으로 뒤틀리게 마련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물이 얼마나 귀한지 모르고 살아 왔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물을 사 먹게 되리라고 짐작이나 하였을까? 앞으로 10년 후에는 공기마저 사 먹게 되는 비극적인 현실에 살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여기고 간과하고 만다면 감당하지 못할 재앙으로 다가오는 것이 자연재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우리 발등을 찍고 있는 수해나 가뭄이라는 천재지변은 어쩌면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예고된 인간의 과욕에서 비롯된 인재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어려움이 코앞에 닥쳐서야 반성을 하게 되고 극복하려고 애를 쓴다.
또한 인간은 자연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천재지변을 겪으면서 그 거만함이 줄어들게 되고 좀 더 겸손하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물을 한층 더 깨끗하게 보존하기 위한 신기술을 찾으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물을 낭비하지 않고 아껴 쓰는 습관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말로 자연의 순환에 순응하는 것이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도리이다. 

수해의 고통이나 마른장마가 아무리 극성을 부려도 당장 자신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관심 밖의 일로 생각한다면 위기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이래 우리는 자연을 경배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다. 인간이 주인이고 자연은 객이라는 사고는 잘못된 생각이다. 

인간을 위해 자연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은 공존하며 오히려 자연을 경애하는  마음이 생길 때 이수종시인의 ‘마른장마’처럼 합주를 듣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계절 자연의 순리대로 파종을 하고, 풍요로운 수확을 하며 우리의 마음 밭은 언제나 샘솟듯 생기로울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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