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혹성 탈출 법
[칼럼]혹성 탈출 법
  • 울주일보
  • 승인 2017.09.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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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 
세상 모든 말을 이해하는 듯, 순한 눈빛으로 대답하는 그의 손을 잡고 있으면 평화라는 따뜻한 언어가 전해온다.

이두남 대표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시간이 그의 심장에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그를 쫓고 있는 시간만  허겁지겁 바쁘다. 그의 수정체는 사슴처럼 순하고 관대해 어쩌면 시간이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올 봄 고1이 돼 손가락 하나를 폈다 다시 두 개를 펴 보이는 그는 고등학교 1학년2반 인줄 알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의 앞에서는 수화도, 언어도 빛을 잃는다. 소통은 나무나 동물처럼 자연스러워야 하기에 사람들이 자기들의 구미에만 맞게 만든 사전적인 언어는 거부한다.

외양간에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소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눈을 지긋하게 감는 소에게 말을 못한다고 욕을 하지 않듯 그토록 순한 눈빛을 가진 아이에게 누가 감히 손가락 질 할 것인가?

불편은 헤아리는 마음이 옅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리라. 이들에게 벙어리라거나 청각장애, 지능저하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성적일등, 성공, 돈, 갈등이란 단어를 철저히 무시하는 그 담대함을 가지고 살고 있다.

우리는 찡그리거나 불평마저 뱉어 낼 수 없는 그들을 모두가 보듬어 줘야 할 것이다. 잠시 그의 손을 잡고 있으면 자연이라는 보드라운 질감이 전해온다. 말보다 더 큰 말이 전해 온다.

 CHAPTER2
그는 자신의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물 속 뿐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하여 매일 지상의 탈출을 시도한다. 빠삐용의 피가 흐르는지 물만이 자신을 수호한다고 믿고 있다.

특수학교를 마치면 온 몸이 증발하듯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붉은 아톰 수영모를 머리에 쓰고 파란 수경을 끼는 순간 용감한 전사로 변한다. 

언제부턴가 뇌병변 정신의 혹성에 갇혔지만 이를 탈출 할 방법을 물속에서 찾아냈다. 깊이가 달라도 말을 할 줄 몰라도 차별하거나 놀리지 않는다는 물의 법칙을 깨달은 것도 2년 전 7살 때 부터였다. 그 후로 물 밖에 나오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떠나는 것과 같다는 신념에 차 있다.

지상의 모든 부적합함과 싸워야 하기에 그는 혹성의 언어인 묵비권을 행사하고 무표정의 투명 인간이 돼야 했다. 잠시라도 눈을 떼지 못하도록 관심받기 위해 돌출 행동도 항상 계산해 놓고 있다.

그의 붉은 수영모는 돌고래처럼 물속의 세계와 교신하는 기능이 있어 자유자재로 몸을 변신하기도 한다. 우선 물속의 법칙을 바로 세우고 수영선생의 간섭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수영 종료시간을 생략해야 하며 자신을 비틀어 수영장과 분리를 시도하는 도우미 선생의 행동은 혹성법을 심히 위반하므로 폐지 시켜야 한다.

그래서 돌발 행동은 당위성을 가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꿈을 대신하고 있는 물의 경외심을 더 높여야 한다고 믿고 있다. 수심만큼 솟구치는 꿈이 있어 그때마다 돌고래였을지 모를 그의 전생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장애인 수영장은 혹성을 탈출한 아톰의 꿈과 전쟁으로 오늘도 출렁이고 있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폭행사건이 일파만파 파장을 낳고 있다. 그들은 지능저하이거나 혹성 탈출을 시도하는 뇌병변 장애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범죄 행위는 비정상을 넘어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의식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는 데 경악을 금지 못한다. 마음이 병든 사람은 언제나 한 쪽만 바라본다. 밝은 쪽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어두운 구석에만 초점을 맞춘다.

어쩌면 부모의 지나친 보호와 간섭 속에 무절제한 습관을 길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년등과 일불행(小年登科 一不幸)'이란 역사 속 경구가 있다. 권세가 높은 부모형제 만난 불행보다, 뛰어난 재주와 문장력을 지닌 불행보다, 어린 나이에 고시에 합격하는 불행이 더 크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기졸업, 조기입학, 영재스쿨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고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때문에 그 뒤에 감추어진 소외감이나 그 시기에 누려야 할 천진난만한 일상은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성장하는 경우가 있다.

어른들은 타인과 비교해 자신이 우월하다는 상대적인 행복감에 급급해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풍요로움 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더 강요해 마음의 병을 앓게 하고 있지는 않는지?  

머리는 여백 없이 꽉꽉 채우되 심장은 오즈의 마법사 양철 나무꾼처럼 텅 비어 있는 아이들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과 비교해 자존감을 억누르는 아이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진정한 사랑은 주관과 비판정신을 갖게 해 스스로 일어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따뜻한 마음으로 밝은 곳을 지향하도록 견인해주는 것이다.

최근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로 소년법 개정 등 강력한 처벌도 검토대상이 돼야 하지만 이는  어른들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 좀 더 노력하고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CHAPTER1,2 두 아이의 아픔을 어떻게 어루만질 수 있을까마는 그들은 남과의 비교 자체를 거부하며 언제나 순수한 마음을 지녔기에 가슴 따뜻하다. 물론 그들의 부모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물짓는 날 많을 것이다.

예로부터 이 사회는 아무 힘없어 보이는 보통 사람들과 따뜻한 사람들이 이끌어 가고 있다. 과거 신인가수의 등용문이었던 강변가요제나 대학가요제의 노랫말은 그야말로 서정적이며 순수함을 담고 있어 노래의 수명이 오래가고 들을수록 가슴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자연과 결별하고 사는 요즘 아이들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가사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마치 음지에서 자라난 식물처럼 자기중심적인 확증편향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물론 핵가족 시대의 탓도 있겠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이 소아의 혹성에 갇혀 스스로 배배 꼬여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고질병인 혹성을 탈출하기 위해 올 가을에는 우리 아이들과 따뜻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자연을 좀 더 가까이 해 배려 깊고,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 했으면 좋겠다. 

말을 듣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처럼 남을 평가하거나 비교하지 않는 삶을 원칙으로 삼고 살아갈 때 이 사회는 더욱 아름다워지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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