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일(無逸) 하라
[칼럼]무일(無逸) 하라
  • 이두남
  • 승인 2018.01.29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두남(울산시민신문 대표)

[울산시민신문] 새해의 첫 달도 이미 기울고 추위마저 등고선을 찍어 초목들은 고해하듯 초연하게 서있다. 이럴 땐 시골집 아궁이 잉여 불에 구워 낸 군고구마 생각이 절로 난다.

활엽수가 잎을 다 지우고 난 겨울산은 눈에 잘 띄지 않던 소나무들이 청청한 모습을 각인시킨다.

년 초 세웠던 계획이 작심삼일로 희미해질 무렵 우리의 마음을 반성하게 하는 듯 시린 겨울바람에도 변함없이 푸르다. 그래서 겨울 산을 거닐면 경건해지고 어느덧 내 마음도 내려놓게 된다.

안일함을 떨쳐야 뜻을 이룰 수 있다

조선의 왕 태종은 즉위 첫 해에 정전을 고쳐 짓고 궁궐의 북쪽에 정자 하나를 지은 다음 학식이 뛰어난 신하에게 그 이름을 지을 것을 명했다.

이에 신하는 궁리 끝에 청화(淸和), 요산(樂山), 무일(無逸) 세 가지를 지어 후보로 올렸다. 청화는 맑고 온화한 정치를 해달라는 기대를 담은 것이고, 요산은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한다는 뜻에서 어진 정치를 펼쳐 달라는 소망을 담은 뜻이다.

무일은 안일함이나 게으름에 젖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태종은 세 가지 의미를 모두 가슴에 새겨 바른 정치를 함은 물론이고 그 중에서 무일을 선택하여 정전의 이름으로 삼았다. 이는 몸의 게으름뿐 아니라 마음의 게으름까지 다스리려는 태종의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이다.

동기가 명확해야 달성의 가능성이 높다.

마음도 몸도 이리저리 바쁜 첫 달, 많은 계획을 세우다 보면 기대치에 비해 실천이 따라주지 않아 애초부터 계획이 찬바람처럼 허망해 진다. 그러나 처음부터 큰 계획을 세워 쉽게 포기하는 것보다 소소한 계획들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동기부여를 명확히 하면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다 보면 큰 계획들도 습관에 의해 움직이게 되고 따라서 성공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다.

간과할 수 있는 작은 습관의 변화가 꿈을 이루는데 있어 무엇보다 큰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계획도 중요하지만 습관의 변화로 침체된 삶에 활력을 찾고, 목표를 향해 도약하고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다.

목적지 없이 길을 나서는 것이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가야 할 방향을 모르고 무작정 걸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루하루 한정된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것은 보람된 삶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동기부여 즉, 입지에서 시작된다.

삶을 결코 낭비하지 않겠다는 큰 전제하에서 이루어지며 자신의 생각과 희망의 힘이 내포되어 있어야 의지가 더욱 명료해진다.

물질 만능의 무력감 속에서 희망은 우리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다. 현실에 근거한 희망일수록 흔들리지 않고 그것의 힘을 믿어줄 때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크든 작든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차적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막연하게 그저 한 살을 보태어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삶은 자신을 방치하는 일이고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세상 모든 길은 아름답다

새해가 툭 던져준 한 살, 비록 달갑지 않지만 흔쾌히 받아 흐르는 세월 속으로 걸어가야 한다.

그냥 주어진 의미 없는 한 살은 없다.

살아가다보면 우리 앞에 어떤 길이 나타날지 모른다. 익숙했던 길, 힘든 길, 그리고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길 여러 갈래 길 앞에 서서 방황해야 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길은 지나고 보면 아름답고 희망으로 이어져 있다. 흔들림 없이 꿋꿋이 걷다 보면 언젠가 목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일단 첫 발을 내 딛는 것이 중요하다. 무슨 일이든 잘 검토하여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철저히 검토하여 시작하다 보면 그 속에서 더 좋은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열린 마음은 볕이 들기 마련이다

북극 발 최강한파와 중국 발 미세먼지로 따뜻한 햇빛과 파란 하늘이 주는 의미는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르다.

햇빛은 세상에서 가장 흔하면서 가장 값진 선물이다.

헬렌켈러는 '태양을 바라보고 살아라. 그대의 그림자를 못 보리라. 나는 눈과 귀와 혀를 빼앗겼지만 내 영혼을 잃지 않았다. 아름다움은 내부의 생명으로부터 나오는 빛이다.'라고 했다. 따뜻한 마음의 빛이 비추지 못할 만큼 추한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을 위해 비춘 등불이 자신의 앞을 밝힌다.'는 격언처럼 작은 것부터 나누는 마음으로 어두운 곳을 밝혀 감동이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게으름을 버리고 한 발씩 내딛는 걸음이 쌓여 태종의 무일처럼 큰 힘이 되어 다가올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