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리오의 여섯 손
로사리오의 여섯 손
  • 이두남
  • 승인 2018.03.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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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한 잔의 기억을 선물할까요? 쓰다는 말보다 그윽한 셈이죠. 입자들은 에디토피아 DNA를 띄고 있어 내 머릿속을 갈색으로 로스팅 하죠.

가슴은 잘 스티밍된 우유처럼 부풀고 상대를 읽지 못하는 크레마는 허무한 하트를 꺼내어 그대들 주변을 맴돌지요. 오늘은 어느 수다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을까요?

그대들이 내포일 때 나는 메시지를, 그대들이 은유일 때 나는 함축을 말하지요. 지나친 브랜딩은 취향이 아니죠. 꾸밈없고 한 편의 시처럼 촉촉해야 해요. 머그잔에 맞댄 입술처럼 신맛은 과거이고 사랑은 첫 느낌으로만 살아나지요. 나는 그대들 눈빛 속에 하트로 떠도는 커피 한 잔이고 싶어요.

햇볕 따스한 봄날, 조그만 카페 로사리오로 봄꽃보다 향기로운 그대들을 만나러 갑니다.

담장 아래 곱게 핀 홍매화 같은 그 미소, 수양버들 스치는 봄바람 같은 그대들 눈빛이 섣부른 호기심에 가슴 내민 목련꽃처럼 나를 설레게 하죠. 시간은 가장 아름다운 해결사라고 했던가요? 그대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뿌연 도심마저 파란 바람이 불어요.

소박하지만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웃음과 깊고 진한 커피 향이 자꾸만 나를 그곳, 로사리오로 이끕니다. 순수하고 따뜻한 인정이 그리웠나 봅니다.

언제 멈추었는지 성장의 태엽은 시간을 정지시키고 사슴뿔처럼 뜬금없이 자신을 찔러대는 트라우마로 덧댄 흔적이 역력한 그대들의 손이 오늘 로사리오에서 한 데 모아졌죠. 화보에 소개하기 위한 영상이었어요.

맨 위의 손은 매일 다른 색깔의 손톱으로 네일아트가 꿈인 큰 언니의 손, 그 아래 손은 말은 희미하지만 일기와 독후감을 매일 쓰는 미래 여류작가의 손, 세 번째 손은 가끔 몸이 아프지만 올해 대학을 졸업한 막내 여동생의 손이지요, 네 번째 손은 분위기 메이크인 막내의 손이고 그 아래는 바리스타,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하고 틈만 나면 운동으로 다지는 건강한 손, 맨 아래 굴곡진 손은 시인이며, 제2의 삶을 살며 위의 다섯 손을 떠받치는 고마운 손이지요. 그대들은 하나처럼 웃고 움직이죠. 나이도, 성별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밝은 유전자의 소유자들이에요. 나도 그대들의 일원이 되고 싶어 그 틈새를 참새처럼 기웃거리고 있어요.

그들은 복지관에서 참여 형, 전일제로 근무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랍니다. 그들의 쉼터인 로사리오는 장애인종합복지관 내의 작은 카페이지요. 로사리오란 이름처럼 하나의 매듭으로 잘 엮어져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커피향이 피어나듯 각자의 새하얀 꿈들이 한 데 모여 자라나는 곳이죠.

오늘은 또 얼마만큼의 키를 키웠을까요? 매화는 복사꽃과 봄날을 다투지 않는다지만 그대들의 꿈은 봄볕과 힘겨루기를 하며 그 거리를 따라 잡고 있을까요?

오늘은 내 마음 그릇의 크기를 확인 하고 왔어요. 어느 날 고승을 따라나선 스님이 불평하듯 말했어요. '제가 설법을 하는 법당엔 신도들이 적은데 스님께서는 어떤 비법이 있어 신도들이 법당을 꽉 채우는지 모르겠어요.' 자신이 더 젊고 목소리도 좋다는 자만심에 가득한 푸념인 것을 알아차린 고승이 소금 한 줌을 물 컵에 넣어 마셔보라고 했어요. 그리고는 다시 소금 한줌을 정화수가 흐르는 큰 돌함지에 넣어 마셔 보라고 했죠. 물 컵의 소금물을 마시고는 "스님, 너무 짜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라고 했고, 돌함지의 소금물을 마시고는 "스님, 물맛이 좋습니다." 라고 했어요. 고승은 각자 그릇이 다르니 물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시며 마음의 그릇부터 넓히라고 하셨지요. 삶의 색깔과 높이 그리고 무게는 행복의 잣대가 될 수 없어요. 다만 얼마나 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지가 행복의 척도이며 자신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대들의 맑고 순수한 모습은 아름답고 진실한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고도 남음이 있어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 세상에 초대되어 남들과 다른 모습의 불안을 견뎌내야 하는 그대들이 남과 비교되지 않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원하기에 서로에게 포갠 여섯 손이 더욱 아름답게 여겨집니다.

그대들을 만나고 오는 길은 늘 부끄럽고 감사해요. 표면적인 기쁨보다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진리마저 깨우치게 하는 그대들은 내 영혼에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 주지요.

삶이란 때때로 봄비처럼 촉촉이 젖었다가도 다시 뽀송뽀송 되살아 날 때면 한 뼘씩 더 성장한 모습으로 세상에 말을 걸죠.

나는 그대들이 자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꿈꾸는 대로 살아가기를 바라며 언제나 용기를 잃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이기를 바래요.

봄꽃을 시샘하는 추위와 함께 봄비가 자주 내리는 요즘이에요. 꽃샘추위가 지나고 나면 봄이 바짝 다가와 가까워지겠지만 사람들의 시샘은 관계를 더 멀어지게 하죠.

함께 사는 일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인내하는 순간들이 모여 더욱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죠. 남을 시샘하기 보다는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길었던 겨울이 끝나고 촉촉한 봄비 내리는 날 그대들의 가슴에도 아름다운 봄꽃이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험한 세상을 받쳐주는 제일 밑바닥의 손부터 세상의 아픔을 덮어주는 맨 위의 손까지 차곡차곡 포개어진 그대들의 손이 합쳐져 슬픔 아닌 세상과 손잡을 수 있는 따뜻한 봄날이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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