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언어의 온도
[칼럼]언어의 온도
  • 이두남
  • 승인 2018.05.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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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한란(寒蘭)은 잎이 칼 모양으로 가늘고 12월에서 1월 사이에 잎보다 짧은 꽃줄기 끝에 녹색 또는 홍자색 꽃이 핀다. 한란의 상징성은 지조와 절개, 고결과 극기 그리고 외로운 선각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한란이 세속적 불의와 부정, 인간의 부조리와 모순을 용납하고 수용하겠는가, 올곧은 그러면서도 여유와 멋을 지닌 그 기세를 선비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숭배하고 좋아하고 아낀다.

지금 국회에는 한란 같은 선비들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불의와 부정, 막말과 정치공세만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의 선악과 윤리를 흐리게 하는 이념과잉이나 도덕적 분별력을 잃게 하는 진영 논리로 혼탁하기만 하다.

물론 여야의 생각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국회가 승자독식의 무대가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증명되지 않는 여론 형성으로 해악을 입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그들은 더욱 당위성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다. 

살다보면 특히 정치에서는 원치 않는 시비나 논쟁에 휘말리거나 오해로 상처를 받을 때가 많겠지만 그 때마다 결백을 주장할 수는 없다.

스스로 상처 받지 않도록 훈련하는 방법이 오히려 현명한 방법이다. 자신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리는 것은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

인생의 여정에는 누구도 시비 논쟁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직접적인 논쟁을 피하고 삶의 원칙을 충실히 지켜 나간다면 시간이 우리를 대신해서 증명 해 줄 것이다.

우리나라 범죄는 폭력에 의한 범죄가 많으며 이는 대부분 분노를 참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충동적인 범죄다. 분노란 불길과 같아서 부채질을 하면 더욱 거세게 타오르지만 반대로 참으면 잦아들기도 한다.

에스키모인들은 분노가 차오르면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걷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걷는 것만큼 빨리 감정을 가라앉히고 풀어주는 행동은 없다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 

분노를 참지 못하는 여러 환경 중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언어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말보다 부정적인 말에 더 민감하다. 특히 거친 말은 감정을 주관하는 뇌의 변연계를 활성화시켜 분노와 공격성을 자극시킨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폭력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언어폭력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언어의 온도에 따라 벼랑 끝에 선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없던 능력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그와 반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언어에는 국민들도 거부감을 느낀다. 오히려 공격하는 사람의 인격과 자격을 의심하게 된다.

이번에 치러지는 6.13 지방선거에서는 부정적인 언어가 국민의 뇌를 공격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의 이기(利器}를 쫓지 않고 상대를 격려하는 따뜻한 마음의 온도를 유지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덕(德)으로써 정치하는 것을 비유하자면 북극성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뭇 별들이 그곳으로 향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즉, 덕으로 정치를 하면 민심을 얻어 유능한 인재들이 모이고 천하가 잘 다스려짐을 뜻한다.

며칠 전 부처님 오신 날의 법어 중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진리의 세계에는 나와 남이 따로 없고 시기와 질투, 갈등과 대립이 없으니 어찌 남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며 진흙 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나듯 혼탁한 세상일수록 부처님의 지혜를 등불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국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당파싸움에 힘겨루기를 하기 보다는 한란과 같은 선비 자세로 애민정신이 돋보이는 국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보 등록이 끝나고 31일부터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전국 17개 시,도 광역시단체장과 교육감, 226명의 시.군.구 기초단체장, 824명의 광역의원, 2927명의 기초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다.

국민들의 기대에 한걸음 더 다가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6.13 지방선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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