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칼럼]권불십년, 화무십일홍
  • 이두남
  • 승인 2018.08.14 1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뜨거운 태양 아래 피어난 베롱나무 꽃이 눈길을 끈다. 겨울이 되어서야 홀로 푸르른 소나무가 있다면 한여름 폭염 속에 피어난 꽃이라 더욱 붉고 아름답다.

긴 세월 옹이마다 덧댄 곁가지들이 바람결에 함초롬히 피어나 전설 같은 과거를 들추어 붉디붉은 영혼으로 피어나서일까? 이들의 열망은 열꽃보다 간절해서 열사의 사막 고행을 알고 있는 듯 보랏빛 염주 합장하며 백일을 견디어 낸다.

부귀, 떠나간 임에 대한 그리움이란 꽃말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며 월담하듯 고개를 내민 모습이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물한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즉 아무리 붉고 아름다운 꽃이라도 열흘을 피우지 못하고,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배롱나무꽃은 어느 꽃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염천의 열기에도 강하고 끈기가 있다.

조선왕조 임금 중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임금은 83세로 영조이다. 그는 52년 동안 장기 집권했던 대표적인 국왕이었다. 영조가 붕어하자 세손이던 정조가 보위에 올랐다. 25세 어린 나이인 정조의 등극은 국정에 파란을 일으켰다. 때를 기다린 홍국영이 등장하여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된다.

권력을 손아귀에 넣자 권력욕이 발동하여 자신의 누이동생을 후궁에 앉히고 외척의 권한까지 갖게 되자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는 듯 오만해졌다.

그러나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하고 절대로 무너지기 마련이다. 홍국영의 권력 횡포를 알게 된 정조는 모든 권력과 재산을 몰수하고 급기야 귀양에 보낸다.

온 세상을 호령했던 권력도 남용하게 되면 그 결말은 비참하게 끝이 난다. 이것은 과거 수많은 역사가 증명해 주며 비단 먼 옛날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국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권력임을 망각하고 권력에 도취되어 향유나 즐기며 함부로 남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되짚어 볼 문제다. 권불십년이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 까닭이다.

기대와 희망을 가득 안은 민선 7기가 출범한지 두 달이 되어 간다. 태종은 '배는 군주'에 비유되고 '물은 백성'에 비유된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

군주가 영명한 까닭은 널리 듣기 때문이고 군주가 어리석은 까닭은 편협하게 어떤 한 부분만을 믿기 때문이다.’는 말을 항상 되새기며 백성을 존중하고 항상 소통하는 군주였다. 물은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리고 물은 네모진 곳에 담으면 네모진 모양이 되고 세모진 그릇에 담으면 세모진 모양이 된다. 이처럼 물의 본질은 변하는 법이 없고 항상 순응하지만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어 한 번 용트림 하면 바위를 부수고 산을 무너뜨리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

때문에 항상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눈높이에 맞추어 소통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울산의 민선7기 출범이 7전8기의 고난 속에서 탄생되었다면 그만큼 겸손한 자세와 지혜를 발휘하여 시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발표한 각종 행사 간소화로 과거 권위적이고 과도한 의전 등을 시민 중심의 행사로 탈바꿈 하는 내용은 참신하고 지지 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울산의 현실과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고 불투명 하다.

작금의 울산은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 때 찬란했던 대기업들이 품질이나 생산성 등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위기를 대처하기 보다는 경영자의 비리 및 노사문제 등의 소모적이고 고질적인 병폐로 경쟁력을 잃어 수많은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울산지역 소상인들의 폐업이 늘어나 그나마 청년 알바생도 자리를 잃고 이로 인해 개인 부채는 늘어나고 지역 경제는 더욱 황폐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급한 문제를 앞두고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해상 부력 풍력발전소에 매달리는 것이 절박한 시민의 목소리이고 울산경제에 시급한 현안인지 의문스럽다. 특히 풍력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은 25%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하니 신중하게 검토해 볼 문제다.

의례 정권이 바뀌면 리셋의 달인이 되어 과거의 흔적을 지우기 마련이다. 물론 부당하게 축적된 것들은 당연히 근절하고 지워야 마땅하지만 혹시 필요한 것을 지우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남겨놓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는지 잘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권과 관계없이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울산의 미래는 더욱 투명하고 희망적인 지역사회로 거듭날 것이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계획도 많고 기대치도 상승하기 마련이다. 물이 백성이고 백성이 근본이라면 시민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여 울산의 백년대계를 위해 물의 진리처럼 유유히 흘러가기를 바란다.

매미는 유충으로 7년을 견디다 비로소 성충이 되어 불과 보름동안 한여름을 쟁쟁 갈다가 생을 마감한다. 하물며 한 백년을 살다 갈 우리가 고작 권력욕에 사로잡혀 민심과 역행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올 여름 연일 갱신하는 기온은 태풍으로 입는 피해보다 더 큰 피해로 국가 재난 수준이다. 피, 땀, 눈물로 지켜온 농부의 마음은 거북 등처럼 갈라진 논밭처럼 타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지혜를 총동원해서 그들의 아픔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흐르는 물, 그 물의 진리대로 힙을 합쳐 항해한다면 울산의 미래는 희망적이며 드넓은 바다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